‘사무장 병원’ 재산 압류 5개월→1개월로 단축, ‘검은 돈’ 빼돌리기 막는다

‘사무장 병원’ 등 불법 개설 요양기관, 부당이득 ‘1개월’ 신속 압류 가능해진다 영리 목적 사무장 병원, 과잉 진료 일삼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 주범 신속한 재산 압류로 수익 은닉·처분 방지, 범법행위 메리트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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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 병원 등 불법 개설 요양기관의 재산 압류에 소요되는 기간이 5개월에서 1개월까지 대폭 단축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28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지금껏 불법 개설 요양기관은 압류 절차 도중에도 불법 수익금을 은닉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속한 재산 압류가 가능해진 만큼, 부당이득 징수 회피 목적의 재산 은닉·처분을 한층 적극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부당이익 압류로 징수율 높인다

기존 사무장 병원 등 불법 개설 요양기관의 부당이득을 징수하기 위한 재산압류 절차에는 5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됐다. 불법 요양기관 개설자가 평균 20억원에 달하는 고액의 부당이득을 지키기 위해 압류 절차 진행 중 재산을 처분·은닉하는 일도 빈번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검사의 기소로 불법 개설이 확인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신속하게 불법 개설 요양기관의 재산을 압류하기로 했다. 아울러 은닉재산 신고 시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불법 개설 요양기관의 부당이득 징수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근거 규정을 국민건강보험법에 마련했다.

이에 검사의 기소부터 재산 압류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기존 5개월에서 약 1개월까지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불법 개설 요양기관이 부당이득 징수의 회피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처분을 방지하고, 부당이득 징수금의 징수율을 높여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아울러 이번 시행령에는 경증질환 상급종합병원 외래 적용 제외 등 본인부담상한제 합리화 방안, 소득월액·보험료 부과 점수 조정 후 소득 발생 시 신고 기회 부여, 고액·상습 건강보험료 체납자 ‘업종·직업’ 공개 등 합리적인 건강보험 운영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담겼다.

사진=pexels

‘사무장 병원’이란?

그렇다면 불법 개설 요양기관의 대표 주자인 ‘사무장 병원’은 무엇일까.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개설 자격은 △의료인 중 간호사를 제외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의료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건강보험공단과 같은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으로 제한된다.

이와 더불어 의료법 제4조 2항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으며, 동법 제33조 제8항에 따라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이란 이 같은 의료법을 어기고 불법적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통칭한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해 병의원을 개설하는 방식이다.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병의원을 운영하고, 의사는 급여를 지급받으며 의사 명의만을 제공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사무장 병원이라는 명칭은 이처럼 병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비의료인이 ‘사무장’ 자리에 앉아 대부분의 실권을 휘두르고, 원장을 포함한 의사들은 이를 은폐해 주는 구조에서 기인했다.

반대로 의료인이 병의원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과 동업하는 형태의 사무장 병원도 존재한다. 의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의료인과 공동 투자해 병원을 개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이들은 동일 지분권자가 되며 의료인은 의료 행위를, 비의료인은 행정 업무를 분담하게 된다.

이외에도 △의료생협 등 비영리법인을 불법 개설해 요양병원을 개설하는 경우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이중 개설하는 경우 △의료인이 복지재단, 선교단체 등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대여해 병원을 개설하는 경우 등이 사무장 병원의 범주에 포함된다.

사무장병원은 지나친 영리 추구로 각종 불법, 과잉 진료를 일삼아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건복지부 분석에 따르면 일반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 건당 요양급여 비용은 4만9,000원인 반면, 사무장병원은 21만원으로 자그마치 16만1,000원이나 높다. 환자 1인당 연간 평균 입원 일수 역시 일반 의료기관이 31.7일인 반면 사무장병원은 57.3일로 1.8배 길었다.

‘솜방망이 처벌’ 이젠 끝?

사무장 병원을 운영할 경우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무장 병원에서 시작한 의료기관은 ‘정상 운영’으로 돌아갔더라도 폐쇄하는 게 정당하다는 대법원판결도 있다. 법률상으로는 불법 개설 요양기관이 정부의 엄격한 처벌을 통해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불법 개설 요양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초범인 경우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재범이어도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드물다. 사무장 병원을 개설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고도 또다시 사무장 병원을 차리는 사례도 빈번하다. 사무장 병원이 가져다주는 수익에 반해 형사처벌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5개월에 달하는 압류 기간 도중에도 수익을 은닉해 확실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시행령 개정은 이들이 범법 행위를 감수할 ‘메리트’를 없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요양기관을 불법 개설해 큰 수익을 올린다고 해도, 한 달 내 재산을 압류당한다면 굳이 형사처벌을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사무장 병원의 횡포가 멈추고, 누수 없이 건전한 건강보험 운영이 가능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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