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로 제 배 불린 일부 민간단체, 보조금 검증기준 확대해 감사 강화한다

민간 보조사업 외부 검증 기준 확대 (現)3억원→1억원 단체정보 허위기재, 회계장부 미비, 본 목적 상실로 1조원 넘는 부정사례 적발돼 서울시 “국고 ATM 전락 안 돼” 기금 운용 행정방식 중앙 일원화로 혁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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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 보조사업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 대상을 보조금 총액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개최된 제24회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하며 국고 보조금 부정수급을 뿌리 뽑고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1조원 넘는 민간 단체 부정수급 사례, 尹 “강력히 대처할 것”

기재부에서 민간 보조사업 외부 검증 기준을 보조금 1억원 이상부터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감사 비중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결정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 방안’ 이행을 위한 조치로, 시행령 발령에 따라 보조금 수급을 줄이거나 운영인력을 줄이는 단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4일 대통령실은 민간 단체 국고보조금 일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까지 확인된 부정 사용 금액만 314억원에 달한다”며 “최근 민간 단체 보조금 및 교육 교부금 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크다. 단 한 푼의 혈세도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한덕수 총리에게 주문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민간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여 낭비 요인을 차단하고 부정 수급을 통한 재정 누수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또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외에도 보조금법 개정을 추진해 회계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을 현행 10억원 이상의 보조사업자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낮춰 국고보조금에 대한 회계 부정 문제에도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지속해서 제도적 미비점을 발굴·개선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근절하고 재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철’ 시위 전장연, ‘윤석열 퇴진’ 외치는 민주화 기념사업단체에 줄줄 새는 국고

민간 단체들의 보조금 집행과 관련된 논란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시 보조금을 받아 ‘교통방해 시위’ 참여자들에게 일당을 지급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대북 지원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대북 소금 지원을 이유로 전남도청에 보조금 5억원을 받았으나 관련자의 부동산 계약금으로 사용했으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역시 보조금 17억을 수급했지만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치는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를 후원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전장연은 서울시로부터 10년간 약 1,4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았으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 한 해에만 무려 127억4,700만의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도 정부 기조에 맞춰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사업 지원 6,582건을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실태 조사를 진행했는데, 조사 결과 부적정 사례 총 146건이 적발됐으며, 8억7,400만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사례 중 A단체는 전기‧가스‧수도 요금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임차, 컴퓨터 구매 등 사업과 무관한 용도로 340만원대 보조금을 사용했으며, B단체는 보조금으로 단체 임직원에게 ‘회의 수당’ 명목의 돈을 15만원씩 입금했다. C단체는 해당 단체 대표에게 인건비 명목으로 190만여원에 강사비로 310만여원을 추가 지급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사업 방식의 부적절함이나 사업 관련 정보, 지출 증빙서류 등을 전혀 준비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부적절하게 사용된 보조금을 환수 조치하며, 민간 보조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업 이력·역량 등에 대한 검증, 그리고 사업 성과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국회나 감사원 등 외부 기관 감사나 시 자체 감사를 통해서 적발된 곳은 지원을 끊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서울시, 분산됐던 ‘기금 운용’ 중앙으로 일원화해 관리한다

한편 서울시는 민간 보조단체에 민간 경상‧행사 보조, 사회복지사업 보조 등 명목의 사업 지원 횟수를 2018년 1,917건을 시작으로 2019년 2,011건, 2020년 2,051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시킨 바 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 시장이 취임한 이후 2021년 1,857건, 2022년 1,678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이 취임 당시 “시민 혈세로 유지되는 서울시 곳간은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인출기)으로 전락해 갔다”고 비판한 이래로 점차 기준을 높여간 것이다. 나아가 서울시는 22개 위원회에서 개별적으로 운용해 오던 ‘기금’을 중앙으로 일원화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기금관리 기본조례안’을 제정하기로 하고 사전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이달 중 입법 예고한 뒤 8월 말 개회하는 시의회 임시회 때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례안의 핵심은 서울시장 직속인 기획조정실 재정담당관 아래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신설해 현재 다른 실무부서에서 관리하는 22개 기금을 통합 관리·운용하는 것이다. 기금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치하는 중요 재원으로, 민간 단체에 지원하는 보조금도 포함된다. 현재 서울시 기금 계정은 총 25개로, 기금별로 각각 설치 운용조례와 심의위원회를 두고 있다. 개별 조례에 따라 실무부서에서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한 뒤 시 관계 공무원, 시의회 의원, 민간 단체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심의와 시의회 의결을 거쳐 집행해 왔다. 즉 위원회 구성과 기금 심사가 모두 한 조직에서 이뤄진 탓에 이념적 성향이 강한 민간 위원이 참여하거나 수의계약을 통한 특혜 제공 등 새어나갈 ‘틈’이 많았던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위원회 구성과 기금 심사를 모두 스스로 하는 구조여서 여러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기조실 차원에서 컨트롤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강조하는 창의 행정적 측면에서도 기금운용계획안 수립과 결산, 평가 분석을 한 번에 묶어서 행정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법대로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들도 많은데 ‘일부 사례’로 인해 오히려 절차만 복잡해지는 등 괜한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국고 보조금 자체가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번 정부와 서울시의 행보가 옳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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