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태양광 사업 감사 결과, 주무부처 과장까지 비리 가담
감사원,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 발표 겨우 4건 봤을 뿐인데, 비리 가담자 38명 검찰에 수사 요청 특히 논란 끊이지 않던 태양광 사업, 결국 비리의 온상 수면 위로
13일 감사원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전부터 논란이 돼 온 태양광 사업 비리를 집중적으로 점검해 왔다. 이번 감사 결과 민간 업체와 유착한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고교 동창에게 특혜를 제공한 군산시장, 규정을 어기고 본인과 가족이 직접 태양광 사업을 하고 보조금을 챙긴 250명의 공공기관 직원 등이 적발돼 충격을 안겼다.
태양광 사업 특혜 제공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검찰 수사 착수
이번 감사는 사업 규모, 언론보도 및 감사청구사항 등을 토대로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4건의 대규모 태양광 사업을 선별해 실시했다. 감사 결과 신재생 사업과 밀접한 기관의 공직자 및 지자체장 등이 민간업체와 공모해 인허가 및 계약상 특혜를 제공한 사례, 허위 서류 등을 통해 사업권을 편법으로 취득했거나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은 사례 등이 확인했다. 감사원은 강임준 군산시장, 산업부 전직 과장 2명 등 13명을 직권남용·사기·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으며 비리 행위에 동참한 민간 업체 대표와 직원 등 25명도 수사 참고 사항으로 첨부해 검찰에 보냈다.
감사원은 이번 수사 요청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태양광 사업에 관여한 한전 등 8개 공공기관 소속 직원 250여 명을 비위 추정 사례자로 확인해 추가로 조사 중이다. 신재생 업무와 밀접해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기관의 직원은 태양광 사업 참여가 금지돼 있음에도 이들은 겸직 허가를 받지 않는 등 내부규정을 위반한 채 태양광 사업을 부당하게 영위했다. 일부는 사적 이해관계 신고도 없이 태양광 사업을 직접 수행하거나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적이익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농업인 등에게만 주어지는 100kW(킬로와트) 미만의 소형 태양광 사업 우대혜택을 노리고 위조·말소된 증빙서류를 제출하거나, 농업인 자격 상실 이후에도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 사례 등 7백여 건의 위법 사례도 적발해 검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감사원의 태양광 비리 감사 결과와 관련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당시 태양광 사업 의사결정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감사했지만 미처 못한 부분을 공직 감찰 차원에서 하라는 것”이라며 “감찰 결과에 따라서 해당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고 법 위반이 명백하면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국민 혈세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복지에 쓰여야 할 돈이 이권 카르텔에 쓰인 것이 개탄스럽다”고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소관 부서 직원부터 기초단체장까지 관여
특히 이번 감사 결과는 태양광 비리에 주무 부처인 ‘산자부 고위직 공무원’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자부 과장인 A씨는 300MW(메가와트) 규모의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과정에서 B업체와 유착해 특혜를 제공했다. A씨는 B업체가 추진하는 태양광사업의 부지 3분의 1가량이 ‘목장 용지’로 돼 있어 토지 용도 변경이 필요해지자 2018년 12월 행정고시 동기인 C씨를 통해 ‘태양광사업은 토지 용도 변경이 가능한 사업’이라는, 법령상 근거 없는 유권해석을 시행하도록 했다. 이후 2020년 11월 산자부에서 퇴직한 뒤 B업체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A씨는 해당 태양광 개발사업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과 공모해 거짓 계획을 바탕으로 개발행위허가를 받는 등 위법한 행보를 이어갔다.
현직 기초단체장의 가담 혐의도 적발됐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계약조건에 미달하는 부적격 지역업체가 태양광 사업자가 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산시의 태양광 사업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시공사의 연대보증을 받지 못하면 차순위 업체와 협상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강 시장은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D업체가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연대보증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과장 등에게 D업체와 조속히 계약을 체결할 것을 지시했다. 연대보증 없이, 심지어 당초 대출 금리보다 최소 1.8%p 높은 조건으로 자금 조달약정을 체결하게 된 군산시는 무려 11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표본조사만으로 이미 1,847억원 불법 확인, 예견된 감사 결과
사실 이번 태양광사업 비리 감사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해 9월 국무조정실은 태양광 발전 활성화에 투입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 대한 표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다만 전수조사를 위한 인력 및 시간 소요 등을 감안해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단 12곳, 전체 사업비 12조원 중 2.1조원을 추출해 조사를 실시했다.
전수조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려 2,267건의 불법 집행으로 2,616억원의 세금이 낭비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이 중 불법 집행 금액의 약 70%에 달하는 1,847억원의 사업비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리에 집중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당시 표본조사에서도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전반적 부실과 다수의 불법이 적발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간 실시한 태양광 금융지원사업 조사 결과 전체 6,509건 중 17%에 해당하는 1,129건에서 무등록업체 계약 및 하도급 규정 위반 사례가 나왔다. 표본 대상 중 4개의 지자체가 운영한 395개의 태양광 지원 사업 중에선 25%인 99개 사업에서 201억원에 달하는 허위세금계산서가 확인됐고, 이와 연계해 141억원이 부당하게 대출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수사 의뢰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번 감사는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 4건만 선별해 감사한 결과이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태양광 사업 의사결정 라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만큼 이전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고강도 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