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뭉칫돈 대거 쏠리는 日, 그런데 한국은?

올 1분기 일본 주식시장 활황,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 이는 일본의 주주친화정책, 금리정책, 엔화 약세가 맞물린 결과 일본 상승세 벤치마킹 위한 우리 기업들 움직임도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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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의 주식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주주친화정책, 제로금리 유지, 엔화 약세가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들도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의 자금이 대거 쏠리는 행동주의 펀드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日 1990년 버블 발생 이후 최고 수준 기록

한국은행 동경 사무국이 12일 발표한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 배경 및 평가’에 따르면, 일본주가가 4월 이후 주요국 증시 중 상대적인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가 일본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쿄 증권거래소의 주가 지수인 Topix은 현재 2,224p로 버블 발생 당시인 1990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올해 들어 17.6% 상승한 수치며, 특히 4월 이후 상승률은 11%로 주요국 중 가장 높다.

외국인 투자자는 4월 이후 9주 연속 일본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4월 3일부터 6월 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4조5천억 엔(약 40조6,600억원)에 육박했다. 외국인이 (약 18조원) 이상 2개월 연속 순매수한 것은 아베노믹스 시행 첫해인 201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과거 외국인 투자자는 2015년부터 대체로 순매도 기조를 유지해 온 바 있다.

일본의 무역 수출 실적 또한 우리나라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수지 적자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원인이었음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산업통사자원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22년 연간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98조1,860억 엔(약 887조4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지난해 수출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6.1% 증가에 그쳤다.

글로벌 경제 악화 기조에도 일본이 우뚝 있었던 이유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본에 뭉칫돈이 대거 몰리는 이유를 올해 1분기 이후 일본 다수 상장기업이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도쿄 증권거래소가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한 가운데, 기업들이 3월 결산 이후 배당 증액 및 자사주 매입을 중심으로 주주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움직임을 펼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5월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 수는 300개로 지난해 5월(221개)보다 35.7%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배당수익률(주당배당금/주가)도 올해 4월 기준 2.33%로 지난해 4월 대비 2.03% 상승했다.

일본은행 지도부의 신중한 금융정책 운용 태도로 일본 당국의 긴축 정책 돌입 시점이 크게 후퇴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새롭게 부임한 일본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오랜 기간 지속해 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 증권 투자 인센티브가 커진 것이다. 실제로 블룸버그의 ‘일본은행 금융정책 서베이’에 따르면 수익률곡선통제(YCC) 수정 등 일본은행이 주요 금융정책을 처음으로 변경하는 시기에 대한 예상이 ‘2024년 이후’라는 응답이 23%에서 37%로 크게 늘어났으며, 마이너스 금리 해제 시기도 ‘2024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52%에서 65%로 상승했다. 

아울러 일본은행의 완화정책과 함께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높은 유동성을 기반으로 일본 제조업의 경상이익 증가율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주력 수출업종인 전자·기계 업종의 주가 상승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펜트업(pent-up·코로나19로 지연된 소비 재개) 수요 확대 및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따라 경기회복 전망이 높아진 점이나 높은 임금협상 결과 등 일본 경제의 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 등이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따라가기 위해선 국내행동주의 펀드’ 운용 규제 완화돼야

이런 가운데 일본의 상승세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속속 포착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주주행동주의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주주환원정책의 수립 및 고도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100대 기업의 평균 배당금은 2012년의 3.2배로, 이들 기업의 평균 당기손이익은 10년 사이 1.9배가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금 증가율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적자를 낸 기업이 전년 실적에 대한 배당을 실시한 사례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3조1,956억원의 당기손순실을 기록했음에도 배당금2,928억원을 지급했다. 전년도 약 502억원의 순손실을 낸 호텔신라 또한 76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본질적으로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간 행동주의 펀드는 판매 보수 및 수수료 체계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아왔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이 메마르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금융 당국은 지난 5월 액티브 투자의 활성화를 위해 운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자산운용업계 수익률·신뢰성 제고 방안’이 개최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이렇다 할 뾰족한 개선안이 나오지는 못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 업계 관계자 A씨는 “행동주의 펀드의 ‘명과 암’이 명확한 만큼, 당국 차원에서도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요한 것은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현명한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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