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개혁] 마케팅으로 만들어 낸 높은 대학 랭킹과 미국 온라인 대학들의 실상 ②

대학 홍보 대행업체(OPM) 덕에 학생 모집 확대되는 美 대학 크게 늘어 교육 정보 없이 랭킹만 믿는 아시아 학생들이 주요 타깃 전문가, 랭킹보다 교육 프로그램 수준을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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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타임즈 지(紙)의 2019년 보도에 따르면 LA의 유명 대학 중 하나인 남가주대학(University of South California, USC)는 2010년대 초부터 학생 모집을 위해 대학 온라인 프로그램 관리업체(Online-Program-Management, OPM)를 고용했다.

USC는 현재 시장가치 약 3억 달러(약 4천억원) 규모의 대형 OPM 업체인 2U와 제휴를 맺고 사회복지 및 교육학 프로그램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교내 기숙사 및 학생 지원 비용이 들지 않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홍보가 USC의 주목표였다.

OPM 업체 덕분에 학생 숫자 4배 폭증

2010년에 900명에 불과했던 사회복지학 온라인 과정 학생 숫자는 OPM 업체를 도입하고 2016년 들어 무려 3,500명으로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SC는 수수료 명목으로 2U에 약 60%의 수업료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USC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10만 달러(약 1억3천만원)의 고액 학비를 받는 프로그램이 감당할 수 있는 학생보다 더 많은 학생을 받은 탓에 프로그램 운영이 크게 부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2U 관계자는 USC가 수업료 책정, 학비 금융 지원 등에 대해 전반적인 의사 결정 권한을 갖고 있었다며 2U의 직접 관계설을 부인했다.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USC의 사회복지학과 출신 학생들은 2U가 일부러 유색 인종 학생들에게 홍보를 특화했고, 이 때문에 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학비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지적한다. 또한 캠퍼스 출석이 요구되는 오프라인 대학으로 얻은 학교 랭킹을 온라인 대학과 동일시하는 홍보를 했던 부분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온라인 대학은 오프라인 대학만큼 학교 랭킹이 높지 않을 수는 있으나, 자세한 내용이 빠졌다는 것이다.

이에 USC 관계자는 졸업생들의 주장이 전면적으로 잘못됐다며 온라인 교육 과정도 오프라인과 동일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온라인 대학 유지 비용만큼이나 교육 수준도 낮아

그랜드캐니언 대학(Grand Canyon University)도 2019년에 온라인 교육학 박사 학위 과정에 참여했던 학생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한 차례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교육부 특별 변호사를 담당하기도 했던 애론 아멘트(Aaron Ament) 변호사는 “대학들이 온라인 프로그램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대학들과 같은 학비를 책정한 것이 문제라고 설명한다.

교육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수준 격차도 문제다. 센츄리 재단(Century Foundation)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약 68%의 OPM 계약이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OPM 업체에 전적으로 의뢰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당시 79개 대학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OPM 업체들은 온라인 대학 운영을 어려워하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과 다른 교육 과정이 필요할 경우에는 OPM 업체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소송을 진행 중인 USC 학생들은 대학측에서 온라인 대학 교육 과정이 오프라인 교육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카브리니 대학(Cabrini University)의 헬렌 드리난(Helen Drinan) 학장은 2U 덕분에 학생 숫자가 폭증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전 메사추세츠의 시몬스 대학(Simmons University) 학장으로 재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두 대학 모두 2U의 마케팅, 기술 지원 등이 없었다면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학교 순위보다 교육 프로그램 수준에 대한 상세 정보에 따라 대학 결정해야

스위스AI대학 이경환 교수는 온라인이라는 이유로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과거 방송통신대학교 등으로 인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교육 프로그램 수준의 차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단순한 학교 순위 정보를 바탕으로 대학을 결정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벌주의적인 국내 대학 구조 탓에 한국 및 아시아 학생들이 유명 언론사의 학교 순위 정보만 믿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OPM 업체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OPM 업체 전문 분석 기관인 홀론IQ(Holon IQ)는 2025년 OPM 업계의 매출액을 133억 달러로 예측하면서 미국 비중을 96억 달러, 해외 비중을 무려 37억 달러로 배정했다. 2020년에 각각 47억 달러, 10억 달러에 불과했던 금액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해외 시장 비중이 더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것이다.

Holon IQ는 OPM과 협력을 맺는 업체들은 자체적인 마케팅이나 홍보 역량을 갖추지 않은 국립대학, 주립대학, 혹은 사립대학 중 비영리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들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사립대학 중 영리목적으로 운영하는 기관들은 내부 역량을 활용해 OPM과 유사한 수준의 역량을 빠르게 갖춰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대학이 겉으로는 교육 기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영리이건 아니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사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덜 투자하고 학생을 더 많이 유치하는 것은 모든 학교의 목표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어 “대학들의 가장 쉬운 홍보 수단은 랭킹과 유명 대학 출신의 교수들이고, 가장 어려운 홍보 수단은 뛰어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라며 “랭킹이 점차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오는 만큼, 더더욱 교육 프로그램의 수준을 보고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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