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관광객 늘었지만 여전히 일본보다 낮은 수준, 여행수지 적자 메우려면 K-콘텐츠 개발 힘써야
방한 외국인 관광객 전년 대비 224.5% 증가, 회복세 가파르다 길어지는 엔저 현상에 깨끗하고 친절한 매력으로 각광 받는 여행지, 일본 日정부의 관광객 유치 정책처럼 韓도 본격적으로 관광업 발전 도모해야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 외국인 입국자는 총 3,390,009명으로 전년 대비 224.5% 증가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 완화된 2023년 4월 수치가 팬데믹 이전 대비 54% 회복됐다는 통계가 나와 국내 관광업이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관광업 발전 및 관광객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찾는 해외 관광객 수 점차 회복 중, 2019년 대비 54% 이르러
지난 5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89만 명(’23년 4월)으로 이는 팬데믹 이전(’19년 4월) 대비 54% 수준을 회복한 수치라고 밝혔다. 국적별 회복률을 보면 미국인 106%, 태국인 78%, 베트남인 64% 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 국내 여행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은 21% 회복됐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해외여행 제재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인접국인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회복률이 4월 기준 67%로 우리나라보다 13%P가량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일 한국문화관광정책 연구원은 2023년 1분기 방한 관광객 조사(잠정치)를 통해 방문을 고려했던 아시아 국가로 1위는 없음, 2위 일본, 3위 태국, 4위 싱가포르, 5위 대만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인 관광객 회복률이 팬데믹 이전 대비 15%로 우리나라보다 저조하지만, 한국인을 비롯해 홍콩, 대만 등 여타 국가로부터의 관광객 회복률이 전반적으로 높다. 엔화 약세, 일본 정부의 관광객 유치정책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관광객의 빠른 회복은 여행수지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올해 일본의 1/4분기 여행수지는 7,408억 엔 흑자로 2022년 3/4분기 789억 엔 및 4/4분기 5,258억 엔 대비 개선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만일 방한 관광객이 일본과 같은 속도로 회복된다고 가정할 경우(연간 관광객+150만 명) 서비스업 업황 개선 등을 통해 연간 0.12%P 내외의 성장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강조했다. 즉 지금처럼 IT 경기 회복과 중국 리오프닝 파급효과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경우 관련 서비스업 업황 개선을 통해 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계자는 “중국뿐만 아니라 여타 국가로부터의 관광객 유치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만만한 거리감과 엔저 현상에 늘어나는 일본 여행객
최근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많은 가장 주된 이유는 ‘엔저 현상’ 때문이다. 실제로 예상보다 길어지는 엔저 현상에 ‘일본 여행의 적기는 지금!’이라고 외치는 여행객들이 늘어나자 국내 홈쇼핑 업계 ‘빅4(롯데·CJ온스타일·GS샵·현대)’는 일본 여행 패키지 방송 편성을 확대하고 자유여행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11월 일본 입국 조건이 무비자로 완화되자마자 여행을 다녀온 한 여행객은 “저렴하게 일본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이 정말 많다”며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 심사 후 시내로 나갈 때까지 4시간이나 걸렸지만 그래도 행복했다”고 전했다.
7일 기준 원·엔 환율은 935원으로, 최근 1년간 최고 수준이었던 1,080원과 비교하면 약 14%가량 떨어졌다. 일본은 2021년 11월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중단한 바 있으며, 지난해 3월 비즈니스 목적이나 유학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만 입국을 허용했다. 이후 지난해 6월부터는 단체 여행에 한해서 관광객 입국을 허용, 지난해 10월엔 하루 입국자 수 상한선을 높이고 백신 3차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관광 규제를 완화했으며, 11월에는 비자 적용 원칙을 해제했다. 현재는 백신 접종 증명 없이도 일본에 입국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코로나19 규제 완화나 엔저 현상이 아니더라도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 중 하나였다. 비슷한 식습관 문화와 깨끗한 환경, 확실한 치안, 무엇보다 지리적 가까움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심각해 지난 3년간 해외여행은 사실상 정체돼 있었다”며 “하지만 코로나19가 완화되자 여행객들이 서서히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인 일본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항공길이 닫히기 전인 2019년, 한국이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는 일본으로 총 558만4,597명이 방문했다. 일본의 인기 여행지와 인천공항의 항공 시간을 살펴보면 오사카는 1시간 50분, 후쿠오카는 1시간 20분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비교적 거리가 먼 도쿄도 2시간 20분 수준이고 일본의 가장 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의 대표적 도시인 삿포로와의 거리도 3시간 남짓이다.
K-콘텐츠 활용해 관광산업 발전시키고, 콘텐츠·관광 분야 수출 활성화할 것
우리나라 정부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서비스산업발전TF 회의를 통해 ‘콘텐츠·관광 분야 수출 활성화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2027년까지 K-콘텐츠 수출 250억 달러, 외국인 관광객 수를 3,000만 명까지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콘텐츠 해외 진출 확대 및 연관 산업 프리미엄 효과 확산으로 콘텐츠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며, 동시에 K-컬쳐와 결합한 독창적인 관광 콘텐츠를 발굴해 방한 관광 편의 제고를 통한 K-관광의 국제관광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우선 지역 특색을 살린 관광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관광특구 내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주요 방한 관광국의 고유 특색을 품고 있는 특화 골목을 조성하고, 관광지·전시회·지역행사 등 이벤트와 K-콘텐츠, 산업 등이 결합한 MICE 행사·회의를 확장해 관광 고부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회의 장소를 브랜딩해 국제회의 유치 경쟁력을 제고하며, 한국민속촌, 영화의전당 등 우리나라의 지역적 관광 명소를 MICE 회의 장소로 집중 마케팅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전통문화 명소 글로벌화도 지원해 민간이 유적·사적 등을 활용해 관광상품·콘텐츠를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궁·능 장소 사용·촬영 허가 제도를 개선하고 허가에 1개월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는 문화재위원회(궁능분과위)의 별도 심사 대상 요건을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고급 관광의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관광업계의 고급 관광 박람회 참가를 통해 해외 고급 관광객 매칭 기회 제공, 부가가치 높은 고급 관광 신시장 개척을 추진할 전망이다. 또 우리나라의 전통과 근대가 결합된 지역 관광콘텐츠 개발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고, 인천공항에 전용기(private Jet) 전용 터미널을 설치해 소비 여력이 높은 방한객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출입국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관광벤처 성장 및 해외 진출도 지원한다. 이에 기업당 투자 규모를 20~30억원으로 높여 관광기업 육성펀드의 의무 투자 대상에 업력 3년 이상의 성장기업 지원 비중을 확대한다.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서는 2027년까지 해외 관광기업 지원센터 10곳을 설치해 국내 유망 기업 시장 검증, 해외투자 유치, 현지 파트너십 체결 등을 지원하며, 관광벤처 해외 투자설명회를 현지 개최해 투자 유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에서 관광객 유치에 힘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여행객 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수가 훨씬 더 많은 탓에 1분기 여행수지 적자는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4월 내국인 해외여행객은 약 150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5.5%가량 증가했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여행수지 적자는 1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후반까지 내국인의 해외여행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었으나 2003년 관광입국(觀光立國) 선언 이후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한 바 있다. 그 결과 2009년 679만 명에 그쳤던 일본 방문 외국인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188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제4차 관광입국추진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2025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지출액을 48조원으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홍콩 역시 무료 항공권을 50만 장 배포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방문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유인책이 없었던 탓에 관련 정책을 발표해도 효과는 거의 없었다. 이번에 정부에서 K-콘텐츠 개발을 핵심 기치로 관광 상품들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나선 만큼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객 유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