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줄어든 對중 반도체 수출, ‘한국 제품이 가성비 좋다’는 말은 이제 옛말?

지난 8월 이후 감소한 반도체 수출에 국내경기 둔화세 여전해 국내 반도체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 내 수요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 향후 반도체 경기, 중국 스마트폰 소비와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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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對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이 올해 들어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중국 스마트폰 소비와 미국 등 주요국의 데이터센터 투자의 회복 여부가 반도체 경기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내 수요처 다변화 등을 통해 반도체 경기의 진폭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 높은 국내 반도체 수요 구조

우리나라 총수출 가운데 반도체는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품목이다. 국내 반도체 수요구조는 2000년대 PC에서 2010년대 모바일로, 다시 2020년대 서버 순으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

반도체 수출은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나뉜다. 국내에선 비메모리보단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이 높고, 비메모리 반도체 가운데서도 스마트폰 산업과 연계한 분야가 주로 발전했다.

먼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정보 저장 용도로 사용되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의 주력 제품인 D램의 경우 지난해 용도별 매출 비중에서 서버가 모바일과 PC를 크게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CPU, MCU, AP, 센서 등 제어, 변환, 연산 등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경우 메모리와 달리 모바일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스마트폰 수요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출처=한국은행

한국 반도체 주요 수출국들 사이에서 생겨난 변화

국내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8월 이후 전년 동기 대비 감소로 전환하자 국내 경기 둔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으로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세계 각국의 반도체 수요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반도체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의 수요가 급감한 것이 주요했다. 중국은 그간 글로벌 IT 제품의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높아진 인건비와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다국적 기업의 생산 시설 이전으로 중국 공장에 납품하던 한국산 반도체 부품과 장비 등의 수입을 2018년 이후 낮추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제성장에 따른 국민소득의 증가로 IT 기기 소비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 반도체 수출에서 제3국 수출용 비중이 축소되고 중국의 내수용 비중을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과거 중간재나 소비재를 우리나라 등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이젠 자체 생산을 늘리는 구조로 전환함에 따라 이제 우리와 수출 경쟁국이 되어 버렸다.

국내 한 반도체 부품 기업 관계자는 “이제 중국에서 ’한국 반도체 부품이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다”면서 “중국의 자체 생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자국 제품이 수출 품목 대부분을 대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우리나라 반도체의 중요한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IT 제품의 최대 소비처로서 서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소수의 미국 빅테크 기업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특정 기업의 업황과 데이터센터 투자 결정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향후 반도체 경기, 미국과 중국에 달렸다

향후 반도체 경기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의 회복 여부와 중국 스마트폰 소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는 스마트폰 수요(44.0%)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며, 다음으로는 서버(20.6%)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중국의 비중이 높은 가운데 스마트폰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비슷한 수준이며, 서버의 경우 미국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스마트폰 소비를 살펴보면, 중국 스마트폰 소비는 지난해에는 봉쇄 조치의 영향으로 부진했으나, 리오프닝 이후 시차를 두고 점차 회복되면서 반도체 부진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팬데믹 기간 중 스마트폰 소비가 크게 늘어난 데다 고금리의 영향 등으로 인해 당분간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도 팬데믹 기간 중 과잉투자 등으로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디지털 전환, AI 서비스 확대 등으로 고성능 서버를 중심으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오랜 기간 이어온 기존 수출 품목에서 벗어나 수요처 다변화 등을 통해 반도체 경기의 진폭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관련 국내 A 대학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데다 비메모리의 경우에도 모바일 의존도가 커 여타 국가보다 변동성이 크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비메모리 분야의 경쟁력 강화, 중국 외 타 시장 공략, 주력 수출품의 다양화 등 새 시대에 맞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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