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저작물 보상금 1,128억원으로 전망, “정당한 보상은 응당 필요한 법”
1,128억원으로 추정된 ‘보상금’, 업계선 ‘OTT 다 죽는다’ 목소리도 창고에서 썩어가는 돈, 法이 ‘불합리’ 만든다 IP 중요성 높아지는 만큼 ‘정당한 보상’ 중요도도 높아져
영상저작물 수익분배 관련 저작권법 개정을 앞두고 진행된 산업영향분석 연구에서 OTT 사업자가 감독·작가 등 창작자에 지급해야 할 영상저작물 보상금이 약 1,12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작자 보상금, OTT에 ‘독’ 될까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영상저작물 수익분배 관련 저작권법 개정안의 산업적 영향 분석 및 해외 법제 조사 연구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회는 법학계와 영화감독, 작가 등 창작자 단체와 방송사, OTT 등 산업계 및 국회 관계자 등에게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의견을 수렴해 연구 결과를 보완하고자 마련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에 2.5% 요율을 적용해 보상을 지급할 경우 2022년 기준 영화는 약 398억원(극장 290억원, VOD 등 108억원), 방송은 약 392억원(지상파 127억원, PP 265억원), OTT(넷플릭스·웨이브·티빙·왓챠 4개사)는 총 338억원 규모로 전체 보상금 규모는 최대 약 1128억 원으로 추정됐다. 최근 수년간 국내 OTT 업계에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보상금 지급이 발생할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편으로는 보상제도의 도입이 창작자의 의욕을 고취하고 영상의 품질을 제고해 장기적으로 영상물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토론에 참석한 영화감독 측은 “국내외 보상금이 창작자에게 균등하게 배분되면 안정적인 창작 활동이 가능해져 양질의 콘텐츠가 대량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반면 OTT 측은 “보상금 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업계에서 수익성이 낮은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는 등 제작위축 효과가 크다”며 “국내 OTT의 영업적자가 수년간 누적된 상황에서 OTT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수익분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OTT ‘티빙’은 지난해 영업 적자가 1,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확대됐다. 웨이브도 전년 대비 적자 폭이 두 배로 급증했다. 내부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계획된 적자’라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긴 하나 실상 과도한 오리지널 콘텐츠 남발로 인한 ‘무계획 적자’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보상금 부담은 OTT에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체부는 현재 영상물 창작자 수익분배 제도를 도입 또는 실행하고 있는 해외 주요국 △유럽 △남미 △미국 △일본 등의 입법 형태도 함께 살펴봤다. 우선 유럽의 경우 2019년 도입된 ‘EU 단일시장 저작권지침’을 통해 회원국들이 저작자와 실연자가 자신의 저작물 등에 대한 권리를 양도 및 이용 허락할 때 적절하고 균형적인 보상을 수령할 권리를 개별국의 입법을 통해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남미의 경우엔 법률 또는 판례 등에 따른 실무적 관행을 통해 영상저작물 이용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의 경우 별도의 법적 제도 없이 감독·작가 등의 창작자 단체와 영상제작자 간 단체 협상(계약)을 통해 영상저작물 이용에 따른 수익을 분배하고 있다.
“저작권법이 저작권료 지급 막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에 따르면 해외에서 창작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저작권료는 해마다 450억원씩 쌓이고 있다. 사실상 돈이 창고에서 썩고 있는 것인데,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건 저작권료 국외 송금에 필요한 우리나라의 법적 제반이 부실한 탓이다.
이에 영화계는 저작권법 제100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작권법 제100조는 영상 창작자와 제작자 간 계약에서 특약이 없는 한 창작자가 제작자에게 저작권을 양도한 것으로 추정하는 법령이다. 영화계 인사들은 “저작권법이 개정돼 해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창작자들의 당연한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정작 관련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창작자가 저작권을 양도했더라도 영상물 최종공급자로부터 이용 수익에 따른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한 바 있으나 이들 개정안은 모두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스페인‧아르헨티나 등 해외 40여 개국에선 창작자가 국적에 상관없이 해당 국가에서 자신의 작품이 상영될 경우 OTT 등 플랫폼으로부터 보상금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해외에서 한국 창작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려 해도 현행 저작권법상 창작자들의 권리가 양도됐다고 여겨져 저작권료 지급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DGK 측은 “한국영화가 해외로 본격 수출되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상영된 한국영화의 창작자 보상금이 유실됐다”며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이미 발생했다”고 일갈했다.
권리자 vs OTT 갈등 심화돼, “정당한 보상 필요한 시점”
이에 앞서 지난 2021년 국내 작사·작곡가 등 음악 창작자 3,500명과 해외 음악 저작권 단체 등은 국내 주요 OTT 업체의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바 있다. OTT 등 매체에서 유통된 콘텐츠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이익이 저작권자에게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인식 아래 공동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OTT 등 미디어 플랫폼과 제작사 간 지적재산권(IP) 계약 불균형 및 수익분배 개선은 과거부터 꾸준히 논란이 돼 온 분야다.
최근 들어 권리자 단체와 OTT 사업자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저작권료 미납을 이유로 웨이브, 티빙, 왓챠, 카카오페이지 등 4개 업체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오징어 게임> 사례 등을 통해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시 이른바 ‘플랫(flat) 계약’을 맺고 IP를 독점하는 데 대한 불공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플랫 계약이란 작품의 실제 매출액과 무관하게 계약 시 정해진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계약 기간 동안 판권을 확보하는 방식의 계약을 뜻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에 약 253억원을 투자해 약 1조6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제작비 대비 약 40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IP를 독점하는 계약 방식 때문에 <오징어 게임>의 제작사는 추가적인 수익을 일절 거두지 못했다. IP 자체를 OTT에 넘김으로써 사실상 영화 콘텐츠 산업 자체가 특정 OTT 기업에 종속된 셈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OTT 계약만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외주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영화 제작자 단체에선 콘텐츠 산업에 선순환 생태계를 확립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OTT를 포함해 플랫폼이 IP를 독점하는 구조에 대한 검토와 함께 콘텐츠 제작사와 플랫폼 사이에서 발생하는 IP 계약 불균형 및 수익분배의 문제 개선을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프랑스, 미국 등의 입법례를 참고해 추가 수익을 분배하는 방안으로 ‘추가보상 청구권’을 제안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엔 ‘IP 양도 대가로 받은 보상과 양수인이 저작물 이용에 따라 취득한 수익 간에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 양도된 날부터 10년 내에 이에 대한 추가보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추가보상 청구권 신설이 포함돼 있다.
OTT의 막대한 제작비 투자와 ‘선 계약 후 공급 방식(플랫 계약)’은 안정적인 콘텐츠 제작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 계약 방식이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 요구를 묵살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창작자들은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엄연히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하고 공정한 보상은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의 초석이다. 이는 인재 양성과도 관련이 깊다.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재는 유출되기만 할 뿐이다. 즉 정당한 보상의 부재는 곧 산업의 붕괴와 직결됨을 OTT 기업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