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부사관 대우에 안 그래도 부족한 상비병력 감소 중, 처우개선 시급
인구절벽·미중패권경쟁·상비병력 감소는 미래 우리나라 안보에 심각한 도전 입법처 “한국군 전문 인력 소수 양성해 장기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사병보다 부사관 복무환경 개선이 시급, 전력공백 메우기 위해 다양한 대안 마련돼야
27일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에서 ‘부사관 인력 충원 현황 및 개선방안’에 대한 ‘이슈와 논점(제2106호)’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인구절벽이라는 국내적 환경과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한 대외 안보 환경의 변화로 우리 안보가 매우 도전적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 전망하며, 변화된 대내외적 국방환경을 정확히 인식해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전력 공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입법처는 병력 자원 부족을 극복하고 소수 전문 인력 중심의 군사력 건설을 위해 부사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구 절벽에 상비병력 유지 ‘빨간불’ 켜졌다
신(新) 냉전 체제로 들어서면서 미래의 우리나라 안보는 상당히 도전적인 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 안보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 기술혁신을 통한 지능화 전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자원의 감소로 인해 안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국방 운영의 여건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 미만인 유일한 국가이다. 이미 지난 2018년 1 아래로 떨어진 국내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 2022년 0.78에 도달했다.
출산율 급감에 따라 20세 이상 남자 추계인구도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2019년 약 32만3,000명이던 20세 남자 인구는 오는 2038년 16만1,000명까지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국방부와 KIDA가 공동주최한 국방혁신 4.0 1차 세미나 자료집에 따르면 2024년 이후부터는 50만 명 규모의 상비병력 유지가 어려워지게 되며, 2035년 이후에는 40만 명 규모도 버거워 2040년 상비병력 규모는 35만~36.6만 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병사 월급 인상안 → 장교·부사관 사기 떨어뜨려
그간 역대 정부는 군을 간부 중심의 군대로 전환해 전투 및 작전 숙련도를 강화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또 변화하는 전장 환경과 병역자원에 따른 군 구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부사관의 안정적 충원과 확대를 추진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방혁신 4.0’은 부사관 충원과 운용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지만 역대 정부의 추진 방향처럼 ‘과학기술전문인력 중심의 국방인력구조’로 군을 발전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에는 ‘23~28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간부 지원율 제고를 위한 단기 복무 장려금(수당)을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사관 충원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부사관 충원 현황을 볼 때 2018년 90%를 상회하던 부사관 충원율은 2022년 86%로 하락했다. 이에 국방부는 직업적 유인이 부족해 직업군인 확보에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으며, 부사관 선발인원은 최근 5년 연속 모집 계획 인원에 미달해 군 인력 운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부사관 충원율의 하락은 병사 월급의 지속적인 인상 등과 같은 상대적 소외감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13년 병장 기준 12만9,600원이었던 병사 월급은 2023년 100만원으로 771% 인상됐으나 하사 1호봉 기준 부사관 월급은 95만300원에서 177만800원으로 18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많은 부사관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병사 월급 200만원’이 실현되면 부사관과 병사 월급은 역전되는 것 아니냐”며 “필요할 때는 영웅으로 취급하고, 월급으로 사람 쪼잔하게 만든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부에서 제시한 ‘23~28 국방중기계획’에 부사관 월급에 대한 언급이 전무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애국심이 밥먹여주나?” 처참한 부사관 처우 개선 시급
입법처는 부사관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와 운영을 위해서는 유인 체계를 확대함과 동시에 한정된 인력자원을 감안해 확보된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운영이라는 2가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사관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방안으로 ▲하사는 줄이고, 중·상사 규모 확대하는 항아리형 정원구조 지향 ▲획득 규모 최소화를 위해 하위계급 정체 기간 연장 ▲민간 모집 축소 및 현역 중심 획득체계로 전환 ▲장기 복무 비율 확대 ▲원사 진출률 상향 ▲장기 및 복무 연장 지원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 고려 등을 제안했다. 즉 ‘소수 획득-장기 활용’의 구조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부사관 복무환경 개선 방안으로는 오는 2025년 205만원까지 인상될 일반 병장 월급 수준을 고려해 초임 간부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군 당국은 2023년 부사관 처우개선을 위해 하사 봉급의 호봉승급액을 인상하고, 단기 복무부사관 장려 수당 인상, 대우군인수당 신설 등 14건에 달하는 처우 개선 사항을 제시했다. 다만 현재 단기 복무부사관 장려 수당 인상과 주택수당인 상 등 2건이 정책에 반영돼 있어 나머지 건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대군인 취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직업군인은 정년 제도로 연령 정년 외에 계급 정년과 근속정년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다수의 직업군인이 연령에 비해 조기 전역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역 군인의 사회 재취업률은 직업군인 확보에 중요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제대군인의 취·창업률은 66.3%로 미국 95%, 영국 94%, 프랑스 92%, 독일 90%보다 훨씬 하회한다. 이에 입법처는 제대군인에 대한 취업 지원이 복지의 하위 분야가 아니라 국방 인적 자원의 확보와 활용의 일부로 여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된 국방환경, 소수 전문인력 중심의 군사력 건설은 필연적
부사관 중심의 모병제 전환도 군의 질적 향상에 도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여론 역시 점차 첨단 과학무기 기술 등에 숙련된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를 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반면 군 내부에서는 모병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다. 모병제 도입을 위해 내부 지지도 및 전투력 등 군 내부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인 만큼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형혁규 입법처 연구원은 “인구절벽과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한 대내외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 더욱 정예화된 군사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변화된 국방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심각한 전력 공백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부사관이 국방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향후 전력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병력자원의 부족을 극복하고 소수 전문인력 중심의 군사력 건설을 이뤄내야 한다고 첨언했다. 세계가 점차 신냉전 체제에 발을 맞추고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안보의 향상을 위한 국방 혁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