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취약성’ 높은 한국 경제, 특히 ‘중국’ 의존도 매우 높아, 해법은?

한국 경제 대다수 ‘수입품목’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 높게 나타나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관련 주요 광물자원의 공급망 취약성도 높아 공급망 취약성 개선 위해 ‘수입선 다변화와 국제협력’ 병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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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교역품 중 상당수가 공급망 취약성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미래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자원의 수입선 다변화와 국제협력을 통해 공급망 취약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 패권경쟁이 야기한 공급망 문제

26일 국회미래연구원은 미래전략에 대한 브리프형 보고서인 「국가미래전략 Insight」 제71호(표제: 국제질서의 변화와 공급망 전략)에서 한국의 높은 대외 의존도에 대한 지적과 함께 공급망 취약성에 대한 세부 분석을 발표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심화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공급망 안정성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이 주변국으로 확산함에 따라 상호의존성의 무기화(weaponized interdependence) 및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과 관련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에 대한 공급망 취약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국회미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총5,084개의 수입품목 가운데 2,081개의 품목에서 취약성이 나타났는데, 특히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이 1,025개로 전체의 약 49%를 차지했다. 미국과 일본, 베트남의 경우 각각 199개(9.56%), 137개(6.58%), 87개(4.18%)의 품목에서 취약성이 나타난 것과 대조적이다.

수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까지 고려한 기술 수준별 공급망 취약품목 수를 살펴봐도 중국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전체 공급망 취약품목 수 2,074개 가운데 무려 1,023(49.3%)가 중국이 차지했다. 특히 기술 수준이 ‘Medium’ 이상인 품목이 전체 절반 이상(53%)을 차지했다. 이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대체하거나, 공급망 다변화가 어려운 환경임을 시사한다.

향후 세계시장 점유율까지 고려했을 때 공급망 취약품목 중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의 비중은 68.5%로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취약품목은 기술 수준이 ‘Low’로 분류된 제품군을 제외한 모든 제품군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이러한 양상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국회미래연구원

우리나라의 주요 광물자원 해외 의존도

한편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미래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이들 산업의 핵심 광물자원의 중국 의존도 완화와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과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던 관례를 깨고 산업정책을 부활시키며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의 법안을 내놨고, 유럽연합 역시 ‘유럽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통해 현재 약 9%에 머물러 있는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 수준으로 상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 광물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도 광물자원들 중 상당수가 공급망 취약성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2022년 기준 교역 통계에 집계되는 광물자원 가운데 망간과 텔루륨을 제외하면 모두 순수입에 해당한다. 순수입 광물 중에서도 니오븀(브라질, 93%), 희토류(중국, 90%), 마그네슘(중국, 85%), 인듐(중국, 83%), 스트론튬 (독일, 73%), 텔루륨(일본, 67%), 텅스텐(중국, 66%), 게르마늄(캐나다, 59%), 리튬(중국, 58%), 바나듐(중국, 54%), 갈륨 (미국, 51%) 등은 특정 국가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5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들 11가지 광물 가운데 6가지 광물의 주 수출국은 중국”이라며 “이들 광물은 모두 공급망 취약품목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주요 미래 기술과 관련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관련 광물의 공급망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국회미래연구원

공급망 다각화가 해법, 다만 기존과는 다른 전략으로 대응해야

국회미래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공급망 전략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강조했다. 공급망 취약성 개선이 주로 수입 집중도 하락에 따라 나타나는 데다, 수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낮을수록 수입선 다변화를 통한 취약성 개선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주력 산업에 필요한 원재료들을 다변화된 국가들로부터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주변국에서 필수 원재료 확보가 가능하고 신규 장기적·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한 국가들로 대상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비용 증가의 부담이 수반되지만, 향후 있을 수 있는 공급망 교란 시 발생할 비용에 비해서는 적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또한 국제협력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도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협정을 타결했으며, G7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핵심광물의 개발과 관련해서 각국이 협력한다는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러한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공급망 다각화는 기업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마스크처럼 단가가 낮고 단순한 제품의 경우 신규 공급처를 찾는 일이 수월하지만, 타 산업 대비 복잡하고 기준이 엄격하게 나뉘는 자동차 부품 등의 공급망은 새 부품 조달 절차가 결코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공급망을 다각화한다 해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도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셧다운과 2021년 말 중국 내 석탄 부족에 따른 세계적인 요소수 품귀 현상 등이다. 결국 국내 공장과 부품 공급처가 있더라도 특정 정부나 기업이 내린 가동 중단 명령 등의 변수에 따른 공급망 병목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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