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50억 달러 석유화학 플랜드 수주, ‘제2 중동 붐’ 오나?

현대건설, 50억 달러 규모 ‘아미랄 프로젝트’ 수주 쾌거 HD현대도 이미 사우디 남부에 조선소, 엔진 공장 건설 중 관계자들, 유가 움직임과 한-사우디 고위급 외교가 중동 붐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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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아람코가 사우디 동부 쥬베일 지역에서 추진하는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사업자로 현대건설을 낙점했다.

이번에 수주한 ‘아미랄 프로젝트’는 50억 달러(약 6조4천억원) 규모로 우리 기업이 그간 사우디에서 수주한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중동 전체로 보더라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2009),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2014) 등에 이은 역대 7위 규모의 수주로, 2014년 이후 9년여 만에 50억 달러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사진=대통령실

그간 공들인 중동에서의 대형 수주

이번 수주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해석이다. 이달 23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 마제드 알 호가일 도시농촌주택부 장관 등과 면담을 갖고 양국의 긴밀한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자는 논의를 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우디 동부 쥬베일의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에 이어 수소 에너지를 비롯한 신산업에도 사우디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주를 통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137억 달러를 기록하게 됐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및 고금리, 인플레이션 장기화 등으로 인한 대외 여건 악화 속에도 지난해 상반기 수출실적인 120억 달러보다 무려 14%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주가 본격화됐던 점에도 주목한다. 지난해 7월 5억 달러 규모의 미국 고밀도폴라에틸렌 사업을 시작으로, 이집트 엘다바 원전 공사(2022년 8월, 3조원 규모), 필리핀 남부통근철도 사업(2022년 9월, 14억5,000만 달러) 등 해외 대형 건설 사업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1월에 체결된 한-사우디 간 40조원 MOU가 정상 추진 중인 만큼, 하반기 들어서는 S-Oil의 샤힌프로젝트, 그린수소 개발 프로젝트, 한국벤처투자-사우디 벤처투자 간 공동펀드 조성 등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4일(현지 시간)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윗줄 가운데)을 비롯해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아랫줄 오른쪽부터) 압둘카림 알 감디 아람코 부사장, 프랑수아 굿 토탈에너지 부사장 등이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올해 수주 350억 목표, 하반기 수주가 관건

국토부는 ‘제2의 중동 붐’ 조성을 위한 ‘원팀코리아’를 구성해 사우디에 2차례 수주지원을 했고, 원 장관은 올해 3월 서울에서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등 고위급 외교를 펼쳤다. 원 장관은 이번 계약 서명식에 참여해 “향후 네옴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 후속 수주를 위해 원팀코리아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동 건설계 관계자들은 빈 살만 왕세자의 네옴시티 건설 의지는 확고하나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충분한 자금 여력이 없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어 섣불리 하반기 국제유가를 예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용병부대를 이끌고 있는 바그너그룹의 반란으로 인해 26일 오전 국제유가가 1% 넘게 급등했다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관계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바그너 반란 간의 관계가 명확해지기 전에는 정국 불안에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상황이다.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2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라스알카이르 지역의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서 열린 현지 합작사 ‘마킨’의 선박엔진 공장 착공식 현장/사진=HD현대

중동 붐 관건은 유가 움직임과 한-사우디 외교

현대건설의 화학 플랜트 수주와 함께 HD현대도 사우디에 첫 해외 선박엔진 생산 공장을 짓는다. 25일 HD현대중공업의 엔진 기계사업부는 참여한 현지 합작사인 ‘마킨’이 사우디 라스알카이르 지역의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서 선박엔진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마킨은 HD현대중공업과 사우디아람코개발회사, 사우디 산업투자공사 두수르가 공동으로 투자·설립한 합작사다.

합작 엔진 공장은 15만㎡(약 4만5,000평) 규모로 설립될 예정이며, 2025년 4분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선다. 연간 최대 생산 수용 능력은 선박용 대형 엔진 30대, 중형 엔진 235대, 선박용 펌프 160대다. 마킨 엔진 공장은 HD한국조선해양이 현지 업체들과 합작해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 건설하고 있는 조선소인 ‘IMI’ 인근에 건설된다. IMI 조선소는 500만㎡(약 150만 평) 규모로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조선소다. 당초 2021년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건설 기간이 연장돼 올해 말로 준공이 미뤄졌다.

앞서 HD현대와 사우디는 각 사업 영역에서 꾸준히 협력을 이어왔다. 사우디 아람코는 2019년 현대오일뱅크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아울러 올 5월에는 HD현대의 에너지솔루션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이 사우디 전력청과 878억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용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엔진 공장 건설은 지난해 11월 방한 중인 칼리드 팔리흐 사우디 투자장관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엔진 합작사에 대한 합의를 이루며 성사됐다.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 간의 40조원 규모 MOU 중 일부라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의 주요 주주 중 하나로 사우디 아람코가 있는 데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고위급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제2 중동 붐’의 관건은 유가 움직임에 따른 사우디의 자금력 확보와 한-사우디 고위급 외교 관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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