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재정 심사·취업 규제 대폭 완화, 정부의 ‘지방대 살리기’ 전략?

법무부 유학생 비자 제도 개선 방안 발표, 빡빡했던 관련 규제 느슨해진다 유학생 시간제취업 규제 완화, 외국인 근로자 유학 활동 병행 허용 등 사실상 이민청 설립 기반 다지기·지방대 살리기 전략이라는 분석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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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법무부가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 유학생의 국내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유학생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오는 7월 3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유학 비자 발급 시 재정 능력 심사 기준 완화 △시간제취업 제도 개선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학 활동 병행 허용 등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이번 비자 제도 개선은 법무부의 이민청 설립의 밑거름이자 학령인구 감소로 적자의 늪에 빠진 지방대 살리기’ 성격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의 국내 학위 취득을 독려해 이민청 업무의 밑거름이 될 ‘우수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을 활성화하고, 유학생 유입을 통해 침체한 지방대학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재정 능력 심사 기준·취업 제도 등 개선

먼저 유학 비자 발급 시 재정 능력 심사 기준이 완화된다. 재정 능력 입증 기준이 달러에서 원화로 변경되고, 학위과정 유학생의 경우 2,000만원, 어학연수생의 경우 1,000만원 상당의 재정 능력을 입증하면 된다. 특히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의 경우 학위과정 1,600만원, 어학연수생은 800만원 상당의 재정 능력을 입증하도록 기준이 추가 완화됐다.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학 활동 병행 역시 허용된다. 이에 따라 비전문취업(E-9), 선원취업(E-10) 근로자들이 직업 전문성을 개발해 숙련기능인력(E-7-4) 자격을 취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숙련기능인력이란 장기간 단순 노무 분야에 종사한 외국인의 소득, 경력, 학력, 한국어 능력 등을 점수제로 평가해 장기 취업이 가능한 비자로 변경을 허용하는 제도다.

유학생의 진로 탐색 기회 확대를 위해 시간제취업 제도도 개선한다. 전문학사·학사과정 시간제취업 허용 시간을 주당 20시간에서 25시간으로 확대하고, 학업 성적과 한국어 능력이 우수한 경우에 한해 총 30시간 근무가 허용된다. 한국어 능력 입증 방안 역시 기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외 법무부 사회 통합 프로그램 이수, 세종학당 한국어 교육 이수 등으로 다변화된다.

아르바이트 수준의 단순 노무 분야에만 취업할 수 있었던 방학 중 유학생의 전문 분야 인턴 활동도 허용된다. 아울러 유학생이 법령에 따라 의무로 규정된 현장실습, 교육부 고시에 따른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에 참여하는 경우 시간제취업 허가를 받지 않아도 내국인 학생과 동일한 실습 기회가 부여된다.

‘불법체류 그만’ 엄격했던 기존 규제

기존 국내 유학생 관련 규제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었다. 어학연수생 중심의 불법체류 문제가 부각되면서다. 실제 지난 2019년에는 외국인 어학연수생의 국내 비자 발급 절차가 대폭 강화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대학들이 재정, 학업 능력에 대한 자체 검증을 부실하게 해 불법체류자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절차 강화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제도 강화의 골자는 베트남인 어학연수생을 대상으로 한 ‘유학경비 보증제’ 도입이었다. 베트남 어학연수생의 경우 비자 발급을 받으려면 미화 9,000달러 상당의 학자금을 본인 또는 부모 명의 계좌에 예치하고 예금 잔고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법무부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려막기’를 막기 위해 어학연수생이 지급유보 방식(6개월 단위로 500만원씩 분할 인출이 가능, 1년간 지급이 정지되는 방식)의 금융상품에 가입해 미화 1만 달러 상당을 예치, 잔고 증명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대학 부설 어학원의 초청 기준도 강화됐다. 법무부는 무분별한 한국어 강사 초청을 막기 위해 국립국어원이 발급한 3급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한국어 강사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강사 1명당 담당 유학생 수를 최대 30명으로 제한했다.

같은 해 외국인 유학생을 우수하게 유치·관리하는 대학에 혜택을 주는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사업을 통해서도 관련 규제가 강화된 바 있다. 인증 통과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불법 체류율 기준을 강화하고, 학위과정 유학생의 언어 능력 기준을 상향하는 식이다.

규제 완화의 ‘진짜’ 계기는?

법무부는 “국내 체류 유학생 수는 지난 10년간 약 8만 명에서 약 20만 명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며 “앞으로는 유학생 유치 확대를 지원하면서도 유학생의 한국 사회 적응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유학 제도를 내실화하려 한다”고 규제 완화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번 개선이 ‘이민청 설립 기반 다지기’ 및 ‘지방대 살리기’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법무부 한동훈 장관은 ‘출입국·이민관리청’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교육받은 외국인에게 우선적으로 국적 취득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내비친 바 있다. 실제 법무부는 올해부터 국내에서 공부한 외국의 과학·기술 우수인재가 학위 취득 이후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 우수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규제 완화가 유학생 유입을 통한 ‘지방대학 살리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은 지방대학 중심으로 점차 침체하는 양상이다. 교직원 월급과 관리·운영비 등 고정지출이 수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대학은 10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으며, 비수도권 사립대 10곳 중 8곳은 운영수지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지난 15일 교육부가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을 박은 가운데, 사실상 이들 대학의 살길은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국내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현실화하며 사실상 모집인원 확대는 꿈같은 이야기가 됐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종교 관련 대학을 제외한 국내 4년제 일반 대학 187개교(분교 개별 대학으로 산정) 중 2022학년도에 신입생 충원율이 100%를 달성한 대학은 39곳에 그쳤다. 대학 5곳 중 4곳은 학생이 부족해 ‘미충원’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번 규제 완화는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대학에 활기를 불어넣음은 물론, 시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느슨해진 규정을 악용한 불법체류 문제를 방지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충분한 모니터링과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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