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개혁] 미국은 학자금 대출 면제한다? 결국 시장 논리로 회귀

미 학자금 대출 탕감안, 하원·상원 반대에 이어 대법원에서 결국 폐기 미 대법원 “대출자도 보호해야”, 8월부터 다시 학자금 대출 이자 지급 재개 국내 대학 개혁도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미국 사례 참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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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제시해 올 초부터 미 행정부 주도로 집행된 바 있다. 미 공화당은 즉각 반발했고, 5월에는 하원에서, 이달 초에는 상원에서 부결된 데 이어 20일(현지 시간) 미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올 8월부터 다시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대학 학비가 비싼 것으로 알려진 미국이 학자금 대출을 무이자 혹은 탕감하겠다고 나서자 교육계에서는 국내 대학도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23년 한국의 학자금 대출 이자율은 1.7%다. 한국은행이 정한 정책금리가 3.5%인 상황이니만큼 상당한 정부 보조금이 들어가야 가능한 수치다.

美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시장 논리 유지하기로

지난해 8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대 2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까지 이어진 찬반 논란은 5월 24일 미 하원에서 학자금 대출 대상 행정명령을 무력화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데다, 지난 1일 상원에서 찬성 52명, 반대 46명으로 최종 폐지됐다. 미 대법원은 20일 미 의회가 발의한 ‘대학생 학자금 대출자 보호 강화 법안’에 최종 손을 들어줬다.

미국 사회에서 학자금 대출은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1년에 4만 달러에서 많게는 7만 달러에 달하는 고액의 학비를 4년간 지불하고, 이어 의학전문대학원을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 등으로 진학할 경우 학비는 연간 10만 달러가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사회 내에서도 비싼 학비에 대해 각종 불만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교수 직군에 대한 급여가 더 내려갈 경우 교육 수준이 저하된다는 우려가 단골 반박 논리로 제기된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제안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영대학 교수로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경우에도 이미 20만 달러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이 미국 경영대학의 현실이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 교수를 역임하다 2001년에 연세대학교 교수로 귀국한 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송재용 교수의 경우, 본인의 블로그룰 통해 “국내 귀국하면서 연봉이 절반으로 줄었고, 국립대 교수로 이직하면서 다시 연봉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포기하고 교수 직군에 있는 인력들이 매년 산업계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 교수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미국 공학계열에서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카네기 멜론 대학(Carnegie Mellon University)은 교수들이 실리콘밸리 기업들로 이직하는 사례가 잦자 아예 실리콘밸리 캠퍼스를 만들기도 했다.

출처=카네기 멜론 대학 실리콘 밸리 캠퍼스 홈페이지

시장 논리 작동하지 않는 국내 대학 교육

반면 국내 대학들에는 시장 논리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교육부가 정원, 학자금 대출, 교육 지원 등등의 거의 모든 사안들을 관리하는 데다, 장학금 지급 비율, 교수들의 KCI 논문 비율 등을 잣대로 학비 지원을 하고 있어 대학들은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등록금도 2009년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 바람이 분 이후로 지난 15년간 거의 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에서 교수 자리가 있는 인재들 거의 대부분은 국내 대학으로 돌아올 때 급여가 깎이는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USNews 등에서 발표하는 대학 순위에 따라 영미권에서는 대학에 대한 일반의 인지도가 수시로 바뀌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속칭 ‘스카이’, ‘서카포’ 등으로 표현되는 대학 서열 문화가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 대학 교육 수준은 글로벌 시장 대비 크게 뒤떨어지게 됐다.

스위스AI대학 이경환 교수는 국내 대학 출신 학생들을 받아서 교육해 보면, 국내 명문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거친 경우에도 영미권 학부 2~3학년 수준의 교육에서 F를 받는 일이 매우 자주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AI 교육의 가장 핵심인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과목에서 한국인 학생 50명 중 F학점을 면하는 경우는 전체의 30%를 넘지 않고, A학점을 받는 경우는 5%를 넘기지 못한다고 답했다. 출신 학부와 대학원 모두 국내 최고 명문에다 영미권 교육을 반년 이상 받았음에도 머신러닝 과목에서 여전히 F학점을 받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전면 학자금 대출 지원보다 대학 자율화 후 핵심 대학만 지원으로 바뀌어야

교육 전문가들은 지난 수십 년간 국내 대학들이 ‘대학 서열’이라는 구조에서 불편을 겪는 일은 있었어도 학생 모집이라는 측면에서 손해를 본 적은 없었다고 설명한다. ‘대학은 가야 한다’는 대명제를 따르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서열이 지나치게 낮은 대학들이 아니면 학생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시모집이 확대되고 학원가의 이른바 ‘쪽집게’ 강의를 통해 ‘서열 조작’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대학 서열이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이어 대학 교육보다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강의 자료가 더 고급인 경우가 많아 대학 수준의 공교육마저 망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교육계에서는 더 늦기 전에 대학들이 변하지 않으면 최상위권 명문대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내 모든 대학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한 대학 설립자들 상당수가 수익성이 나빠진 대학을 매각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사례가 많은 만큼, 대학들이 폐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줘야 고급 교육 자원을 소수의 주요 대학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특히 교수진 역량이라는 측면에서 국내 대학 대부분의 교수들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만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소수의 교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을 제외하면 대학 지원금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우수 학생과 교원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학비 자율화, 기부입학제 실시 등도 대학 자율화에 포함시켜야 한국 대학들을 개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내세웠다가 결국 시장 논리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대학들은 전 세계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싸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공화당 존 케리 대통령 후보는 약품 가격에 정부 보조금이 들어가는 캐나다에서는 단 1건의 신약도 만들어지지 않는 반면, 약품 가격을 제한할 수 없는 미국에서는 1년에도 수십 건씩의 신약이 만들어진다며 약품가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들이 대학 개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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