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사후약방문’식 건축 규제, 올해 내로 규제 완화 시작될까?

일 터지면 추가되는 건축법, 불어난 몸뚱이에 건설 업계 능률만 떨어져 국토부서 2월 ’18개 건축규제 개선 과제’ 발표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아직 입법처 “건축법 같은 전례 해소 위해 입법과정상 세부 기준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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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처)가 건축 규제 관련 지역 건축 안전센터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건축 규제 합리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사전 입법 영향분석제도 도입 필요성 검토’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지나치게 복잡한 건축규정 탓에 민원만 연간 100만 건 넘어

건축은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대표적인 분야다. 특히 사용하는 자재나 공사 방법, 기간 등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게 나 무분별한 저비용 건축을 막고자 복잡하고 촘촘하게 규제안이 마련돼 있다. ‘한국건축규정’(국토교통부고시제2023-144호)에 따르면 건축행위를 하는 데 검토해야 하는 법령은 총 401개다. 건축허가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법령은 137개, 의제 처리 법령 29개, 추가 확인이 필요한 법령 235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건축행위가 가능하다. 하지만 경직적인 법령 운영으로 인해 법령 해석 민원 발생률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및 지자체로 접수되는 건축·주택 민원은 2011년 약 7만 건에서 2020년 약 110만 건으로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복지 분야의 약 15배, 환경 분야의 2.5배 수준으로, 건축 민원의 폭증은 지자체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건축 분야는 지진·화재·건축물 붕괴 사고 등 자연재해와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후속 조치로 관련 법령을 개정해 관련 규제를 신설·강화했지만, 새로운 규제 도입을 위한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충분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아 법령의 시행 단계에서 여러 불합리성이 있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2월 ‘건축 분야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건축 분야의 정책환경 변화를 반영해 건축규제 정비와 건축 행정 내실화 및 절차 간소화를 규제개선의 기본방향으로 정하고, 높이 기준 정비·건축물 용도 정비·건축심의 등에 대한 절차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도한 건축규제, 인증제도 중복에 현실 고려 않은 입법까지

건축 규제 과도화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역건축안전센터의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건축법에 따라 지자체에 설치되는 조직으로 건축물 안전 확보와 관련된 업무를 체계적·전문적으로 수행하고 건축 행정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모색한다. 그러나 현실은 지역 내 전문가 부족으로 센터 설치 및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축법’ 및 ‘건축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지역건축안전센터에 건축사 및 건축구조기술사를 의무적으로 각각 1명 이상 배치해야 함에도 2022년 기준 건축구조기술사는 전국에 1,204명에 불과하며, 이중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수는 더 적다. 또 대다수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지방에서 구인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입법처는 이를 지역건축안전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과정에서 필요 예산이나 전문인력 수급 현황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데서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또 유사 인증 및 심의제도가 중복되는 문제도 있다. 현행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에 따르면 건축물 에너지 인증제도로는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 등이 있다.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는 2010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에 대한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에너지 성능이 높은 건축물에 대한 수요 확대 및 효과적인 건축물 에너지 관리에 대한 인식을 유도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2017년 도입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을 대상으로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까지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두 인증제도는 목적과 평가 방법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운영되는 탓에 인증 기간이 과다하게 소요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첫 삽 뜰 수 있나? 소문만 무성한 건축규제 완화

정부의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발의 법안 중 규제의 신설·강화 내용을 포함하는 법안은 총 1,626건이며, 그중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이 556건으로 가장 많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강조해 온 건설업 규제 손질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국토부의 건축 분야 규제 개선 방안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미 국토부는 국토교통규제개혁위원회 심의 등 거쳐 높이 규제와 건축물 용도 정비 등 18개 건축규제를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리모델링을 주로 진행해 온 한 건축사는 “사업을 진행할 때 적용되는 법률도 십수 가지지만, 각종 인허가와 행정심사도 부담”이라며 “심지어 하루아침에 소방법이나 행정지침이 바뀌어서 인허가를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하면서도 정부의 규제 완화 행보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 역시 “건축업계 규제 완화가 실질적인 규제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구체적인 규제 완화안은 아직까지도 발표되지 않았다. 업계는 규제 완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나치게 느리다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엄정희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건축은 건축행위를 하려는 개인 자유와 공공성 확보를 위한 기준 및 규율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영역”이라며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건축규제 개선과 행정절차 간소화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입법처는 효율적인 건축 규제 완화를 위해 입법과정에서 ▲법체계와의 정합성 ▲입법 목적의 명확성과 적정성 ▲법령의 집행 가능성 ▲이해관계자에 대한 영향 등을 중심으로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축법이 사후약방문식으로 복잡해진 만큼 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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