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항공편수는 95% 회복, 중국 여행은 글쎄
중국가는 여행객, 2019년 동기간 대비 74%나 감소 미국, 일본행 여행객은 2019년 수준까지 빠른 회복세 전문가들, 외교 분쟁보다 중국 내 경기침체가 주원인
19일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5월 한국에서 중국행 비행기를 탄 여객 수는 40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74%나 줄었다.
중국이 지난 3월 15일부터 관광비자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비자 발급을 재개한 데다, 타 항공편에서 최소 65% 이상의 여행객 수가 회복된 것으로 말미암아 중국 방문이 크게 줄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미-중 갈등에 이은 한-중 갈등 여파 맞은 여행 업계
업계에서는 미-중 공급망 갈등에 이은 한-중 사업 협력 위축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이어 중국에 대한 한국의 반중 감정 확대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한중국대사관 방문 중 싱하이밍 주중대사의 고압적 발언으로 양국 간의 감정이 격화된 것은 최근 양국 간의 불편한 기류가 표현된 작은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외교가의 설명이다.
지난 16일~17일 사이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략적 동반자로서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6%를 기록했으며, 중국을 신뢰한다는 답변은 불과 20%에 지나지 않았다.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는 싱하이밍 대사의 고압적 발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한-미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미국을 방문한 여행객 숫자는 코로나19 이전을 웃도는 상황이 됐다. 이에 한국·미국·중국 간 외교안보 상황이 하늘길 여객 수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행객 숫자 변화에 항공노선도 조정
중국행 여행객 수요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 대비 30%를 넘지 못하자 항공사들은 항공편 조정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매일 운항 중인 김포~베이징 노선을 오는 8월부터 운항 중단한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노선을 내달 6일부터 운항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주 2~3회 운항하는 인천~시안, 인천~선전 노선도 조만간 중단할 방침이다.
반면 미국 방문 여객은 올 4~5월간 42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치인 40만 명을 넘어섰다. 항공사들은 여객 감소세가 가파른 중국 노선에서 미국 노선으로 항공편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6월 19일~25일간 43편의 미국행 항공편을 지정해 2019년 40편 대비 3편을 증설했다. 대한항공은 2019년 동기간 106편을 배정했던 것이 현재는 98편이다. 올여름 추가 증편으로 다음달에는 2019년 대비 95%가 넘는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에 따라 일본행 여객 숫자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올 4~5월 일본행 항공편 여객 수는 141만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79% 수준까지 회복했다.
중국의 고압적 태도, 결국 외교가 풀려야 여행도 풀려
외교가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침체와 더불어 고압적 태도가 결국 여행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대한 문화적 경쟁심리와 미묘한 열등감이 있었으나, 최근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결정과 더불어 중국 내에서 자국 문화에 대한 우월심리가 확산되고, 한국을 봉신(奉臣)국가로 바라보던 과거의 관점이 되살아난 것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대니 콰 교수는 중국이 과거 2천년 동안 주변 국가들을 신하국으로 대하던 상황을 모르는 서방 세계와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중원을 통일한 왕조’를 겪은 불편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중국이 굴기를 시도하는 이상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는 더더욱 이원화된 구조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과거의 봉신 관계로 돌아가거나, 서구식의 국가 대 국가 외교를 요구하면서 중국과 불편한 외교 관계를 이어가는 상황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에 대한 인터넷 언론, SNS, 커뮤니티 등에서 확인된 국내 빅데이터 여론을 보면 ‘중국’, ‘싱하이밍’ 등의 키워드에 ‘이재명’, ‘문재인’, ‘대사’, ‘관계’ 등의 키워드(이상 붉은색 키워드)가 관련 키워드로 등장한다. 대니 콰 교수의 표현처럼 민주당 관계자들은 봉신 관계에 대한 관점으로 대중(對中) 외교를 바라보고 있는 반면, 국내 우파 측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중국의 고압적인 내정간섭이라며 불편을 속내를 비추는 모양새다.
경제통상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난 15일부터 단계적으로 금리 인하 방침을 내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 들어 중국 경제가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된 대중무역 적자의 원인 중 하나로 불편한 한-중 외교 관계를 들었지만, 그보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여행객 감소의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