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변화된 현실 반영 못하는 ‘상속세’, 배우자공제 한도 조정 필요하다”
현재의 상속세율 및 공제 한도, 90년대 후반 이후 전혀 조정 없어 OECD 주요국, 한도 없이 배우자에게 이전된 상속·증여재산 전액 공제 학계 “현행 제도 실효성 떨어져, 유산취득세 도입 등 과세평형 고려해야”
최근 부동산 등 실물자산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상속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다른 나라보다 높은 우리나라의 상속세 및 증여세 최고세율에 대해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확대해 상속인의 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처)는 13일 ‘상속세 공제한도 조정 논의의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상속세 공제한도 조정 논의에 대한 관련 전문가 동향, 공제한도 조정의 필요성 및 고려사항 등에 관해 제언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제와 상속 공제제도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모든 상속재산으로 상속세 과세가액을 산정하고 이후 법에서 정한 각종 공제액(기초공제, 인적공제 및 물적공제)을 차감해 과세표준을 산출한 뒤 여기에 세율을 적용해 세액을 정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과세표준의 금액 구간을 5단계로 구분하고 각 구간의 초과단계마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한다.
현재 상속세율은 1999년 말 세법 개정시 최고세율 구간을 30억원 초과로 낮추고 최고세율을 50%로 인상한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상속재산 가운데 최대주주 등이 보유하는 주식·출자지분은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외에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일반 주주의 주식평가액에 20%를 가산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선 상속공제도 허용하고 있다. 가족을 부양하고 있던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상속인들이 겪을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마련됐다. 이때 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를 산정할 때 상속인의 인적 사항과 상속재산의 특수성을 고려해 결정되는데, 배우자 상속공제와 같이 상속인들의 인적구성에 따른 인적공제 성격의 공제와 가업 영농상속공제 및 금융재산·동거 주택상속공제와 같은 상속재산의 구성에 따른 물적공제로 분류된다.
학계 “응능부담의 원칙 부합하는 상속세 제도 마련해야”
산업화 이후 국가 전체적인 부의 축적에 따라 최근 들어 대중과 언론은 상속세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학계에선 현행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먼저 응능부담의 원칙(ability-to-pay)에 부합하는 상속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괄공제 제도를 폐지하되 기초공제액을 상향하거나, 그 밖의 인적공제액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상속세 인적공제액이 1996년 이후 거의 변동이 없으며, 대부분의 상속에서도 5억원의 일괄공제만 적용될 뿐 인적사항에 따른 그 밖의 인적공제가 적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공제한도와 관련해서도 미국 등의 선진국과 같이 물가에 연동해 조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 공제금액은 해외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직계 비속에 대한 증여재산공제(5천만원)가 상속세 일괄공제(5억원)에 비해 매우 낮아 사전증여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상속세 인적공제 제도를 모두 적용해도 일괄공제 5억원보다 낮아 인적공제의 활용도가 낮은 점도 문제인 만큼, 공제금액을 상향조정하되 물가에 연동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유산취득세 도입과 연계해 상속세와 증여세 간 과세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일한 이전자산가액에 대해 증여세 부담이 상속세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부모의 자산이전 의사결정을 왜곡해 부모 세대의 부가 자녀세대로 원활하게 이전되는 것을 저해할 수 있어 이에 따라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방식과 공제제도를 일관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를 위해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되 일괄공제를 폐지 하는 방안 또는 일괄공제를 유지하되 상속공제 금액을 조정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주요국의 상속세 공제제도 동향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 38개국 중 상속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우리나라 등 24개국이다. 이때 자본이득으로 과세하는 국가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등 4개국이며, 추가소득세(Extra Income Tax)로 과세하는 국가는 라트비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3개국, 비과세인 국가는 오스트리아, 멕시코, 노르웨이 등 7개국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해외 주요국 대부분이 일종의 재산분할 성격이 있는 배우자공제를 공제한도 없이 전액 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에선 상속세 및 증여세의 배우자공제를 공제한도 없이 배우자에게 이전된 상속·증여재산을 전액 공제해 주고 있다. 또 통합세액공제 및 증여세 면제 한도를 물가 변동에 연동해 매년 조정하고 있는 점도 우리나라와 차별화된 부분이다.
영국, 프랑스 등의 주요국들도 상속 공제와 관련해 배우자 공제에 있어 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일본의 경우 배우자의 법정 상속분 이하 취득 재산에 대해서도 전액 공제해 주고 있으며, 배우자공제의 경우 1억6천만 엔(약 14억6,200만원)과 법정상속분 중 큰 금액을 한도로 총상속재산에서 총상속세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곱한 금액을 공제하고 있다.
입법처는 이같은 해외 사례들을 감안할 때 1997년 이후 전혀 조정이 없었던 우리나라의 배우자공제는 사회 환경 변화에 맞춰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입법처는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세제가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자공제 부분을 확대하는 것은 당초 의도와 달리 그 혜택이 공동상속인 전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유산취득세 개편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