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실효성 확보 및 예방 위해 다양한 정책 마련돼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 ‘사기범위 확대, 피해구제 절차 개선, 처벌 강화’ 등 ‘신종 보이스피싱’ 예방 위해 직접 나서 대응책 마련한 금융당국과 국회 해외선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직접 관리’, 국내서도 참고·도입해야
최근 법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난 신종 보이스피싱이 증가하면서 관련한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새로운 유형의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개정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28일 ‘보이스피싱 피해구제를 위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최근 개정내용 및 향후 과제’를 다룬 보고서를 발간하고, 피해자 구제 실효성 확보를 위한 향후 정책 과제 등에 관해 제언했다.
국회,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 통해 신종 보이스피싱에 대응
지난 2011년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피해금을 신속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피해금 환급절차 등을 규정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최근 범죄수법이 진화함에 따라 법에 따라 구제받지 못하는 피해사례가 다수 늘자 국회는 지난 5월 해당 법안을 개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개정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위가 확대됐다. 기존 계좌이체형 및 개인정보취득 송금·이체형 보이스피싱으로 제한되던 법의 적용 대상을 대면편취형·출금형·절도형까지 확대돼 최근 관련 피해 사례의 구제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때 대면편취형은 사기범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자금을 편취하는 경우, 출금형은 사기범이 피해자로부터 통장·카드 등을 전달받아 자금을 출금하는 경우, 절도형은 피해자에게 자금을 특정 장소에 두도록 한 뒤 사기범이 절도하는 경우의 보이스피싱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이러한 적용범위 확대에 따른 피해구제 절차도 개선했다. 최근의 대면편취형·출금형·절도형 보이스피싱은 피해자가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범을 직접 만나 자금을 전달 또는 사기범이 출금·절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고, 피해자가 사기범의 계좌를 알 수 없어 해당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기이용계좌를 특정할 수 있는 수사 기관이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등에 관련된 사기이용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됐다.
마지막으로 보이스피싱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였다. 기존에는 법률이 명시한 전기통신금융사기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했으나, 최근 개정안은 모든 유형의 전기통신금융사기에 관련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5배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이를 병과할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최대 30년 유기징역 및 범죄수익 박탈 등 처벌 기준을 강화했다.
‘피해구제 실효성’ 확보 위한 정책적 대응들
법 개정 등의 노력에도 피해구제 범위를 벗어나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상자산을 범인의 전자지갑으로 전송하거나 선불업자를 통해 피해금을 송금하는 등 가상자산과 간편송금을 이용한 신종 피싱 사기가 증가하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금융위원회는 관련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가상자산사업자 및 가상자산에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적용하는 방안과 가상자산을 개인이 생성한 전자지갑 또는 다른 가상자산거래소로 전송할 경우 숙려기간을 도입하는 방안 그리고 금융회사와 간편송금업자 간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대응책으로 내놨다. 국회에서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에 가상자산사업자, 전자금융업자를 추가하는 등 신종 보이스피싱 대응을 위한 다수의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 계좌 지급정치 요청 등 보이스피싱 초기 대응부터 정부가 적극 개입해 피해자가 신속히 지급정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를 운영해 보이스피싱 신고·접수 처리 절차를 일원화하고 신고 접수에 수반되는 계좌의 지급정지 등을 동시에 처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보이스피싱 경각심 제고 및 예방을 위한 정책도 준비 중이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코레일, 서울교통공사 등의 플랫폼 기업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포털 사이트 및 메신저앱에서 보이스피싱을 검색할 경우, 피해 예방수칙과 대응 방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KTX역 맞이방 대형모니터와 지하철역 승강장 등에는 피해 예방 홍보영상과 문구를 주기적으로 송출할 계획이다.
홍콩 보이스피싱 예방 관리 어플, ‘스캐미터’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신속한 계좌의 지급정지를 위해선 피해자가 얼마나 빨리 보이스피싱 범죄를 인지하느냐가 중요하다. 해외에선 정부 주도 아래 보이스피싱에 관한 정보를 신속하고 알기 쉽게 제공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해외 홍콩 경찰청(HKPF)아 도입한 스캐미터(Scameter)가 대표적이다.
스캐미터는 국민들이 사기 수법을 식별할 수 있도록 분석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용자가 의심스러운 전화 또는 친구 요청, 구인광고, 투자 웹사이트, 온라인 판매자 등을 접했을 때 전화번호나 이름, 이메일 주소, URL, 플랫폼 계정 등을 입력해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의 위험도에 따라 △고위험(High risk), △가능한 위험(Possible risk), △잠재적 위험(Potential risk), △기록 없음(No record) 등으로 나뉜다.
특히 홍콩금융관리국(HKMA)과 홍콩생산성위원회(HKPC)에서 관리하는 컴퓨터비상대응팀(CERT)을 통해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실시간 분석 가능하다는 점이 스캐미터의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금융사기 방지 플랫폼 ‘더치트’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스캐미터처럼 정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시스템이 아닌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판별한다.
그간 국회에선 신종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고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수법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응 방안도 계속 발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처는 “스캐미터와 같이 정부가 보이스피싱에 관한 정보를 신속하고 알기 쉽게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사례들을 참고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도 보이스피싱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관련 부처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고령층의 피해자도 위험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을 마련할 필요 등에 대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