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구조 개선 “시장 참여자 늘리고, 글로벌 수준 인프라 구축”

기재부 ‘외국환거래법 및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해외 자금 유입, 환율 안정화, 원화 가치 제고 ‘1석 3조’ 기대 환율 변동성 확대 우려 vs 대응 역량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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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도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등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린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외국환거래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12일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 발표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에서 제시한 과제들의 구체적인 시행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이를 통해 외환의 국내 유입은 물론 해외 시장의 원화 거래에도 활기가 돌 전망이다.

외환시장 제도 대대적 개선 “외환위기 이후 처음”

이번 개정안은 일정한 요건을 갖춰 정부에 등록한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외환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외환 당국은 국내 외국환 중개회사를 적극 이용해 시장에 참여한 외국 금융기관들의 거래 정보를 점검하는 등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對)고객 외국환 전자중개업무(애그리게이터·Aggregator)’ 도입도 추진한다. 대고객 외국환 전자중개업무는 전자적 수단을 활용해 금융 기관과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환율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비롯해 주문 접수・거래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재부는 대고객 외국환 전자중개업무 도입으로 우리 외환시장 인프라가 글로벌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 기대했다.

외환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세조작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시장교란 행위 금지 조항을 별도로 분리·강화할 방침이다. 또 전시 등 긴급한 상황에서 정부의 획일적 적용만 가능했던 자본거래 허가의무 부과, 거래정지 등 비상조치(Safe Guard)를 보다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 기재부는 이를 위해 외국환거래법에 명시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권고-시정명령-비상조치 등 단계적 활용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외환시장 제도 개편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외환위기 이후 약 25년 만에 추진됐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국내 외환시장은 정부의 인가를 받은 국내 금융기관에만 열려 있다. 이 때문에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에 지점이 있는 경우 또는 국내 기관의 고객 자격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등 거래가 제한됐다. 또 원화의 경우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안정적인 환율과 해외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 등을 거쳐 오는 4분기 시행 예정이다.

폐쇄적 정책이 성장 저해, 빗장 거둬야

정부의 이같은 결단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국내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협소하게 관리돼 온 외국환거래법이 국내 외환시장의 성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외환 당국은 자본시장과 금융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각종 빗장을 걷어냄으로써 원화에 대한 접근성을 키우는 동시에 외국 자금 유출, 내국인의 국내 투자 기피 현상 등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들은 내 외환시장에서 현물환은 물론 외환(FX) 스와프 거래도 가능해진다. FX 스와프 거래는 현물 환율로 필요한 통화를 차입하고 만기일에 이를 정산하는 단기 외화 거래를 의미한다. 장기 통화 교환 거래인 통화스와프(CRS), 통화옵션 등 기타 외환 파생상품 거래 허용 여부는 개정안의 연착륙 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방침이다.

현재 오후 3시 30분인 외환 시장 마감 시간도 새벽 2시로 연장한다. 해외 투자자들은 증시가 마감한 후에야 환전 규모가 확정됨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이 증시와 동시에 마감돼 불리한 환율로 환전하는 사례가 많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불만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외환 시장 마감 시간을 단계적으로 늘려 종국에는 24시간 개방된 시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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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못하면 해외에서” 더 큰 위협으로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면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우리 외환시장 관련 정책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정치권을 등에 업고 달러를 대량 매입한 후 원화로 환전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는 ‘환투기’를 통해 한국에 대형 외환위기를 불러온 헝가리 출신 펀드매니저 조지 소로우(George Soros)의 사례와 해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투기화 등이 그것이다.

실제 원화를 보유하지 않아도 원화 가치 변동에 의한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외국 기업들의 환위험 대응책으로 활용되는 NDF는 최근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 경제 규모가 날로 성장함에 따라 홍콩 등에 소재한 해외 NDF 시장은 단시간 급성장을 이뤘고, 국내 외환시장보다도 큰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들 NDF 시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투기적 거래는 환율의 가파른 변동을 불러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를 ‘위험 통화’로 인식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앞선 두 사례 모두 정부의 폐쇄적인 정책이 투기 세력의 해외 이동을 부추겨 원화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이런 면에서 정부의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은 지금까지 해외로 자리를 옮겨 자행되던 각종 부당 거래와 투기, 편법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역량이 갖춰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곧 시장 내에서 거래할 때 생기는 세금 문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 행정 등 모든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외환시장의 구조 개선은 해당 시장에 참여하는 이들만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을 비롯한 국가 경제 전반에 관련된 문제인 만큼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를 갖춰 진정한 의미의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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