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식량난 해결 위한 ‘K-라이스벨트’ 출범, 국제 사회 일제히 ‘주목’

10일 농식품부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 개최 녹색혁명 경험 공유, 국가 위상 제고 기대 글로벌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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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열린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에 참석한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정부가 아프리카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농업 기술 전파에 나선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10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아프리카 8개국 장관을 초청해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를 열었다. 농식품부는 아프리카의 쌀 생산 증대를 위해 한국의 우수한 종자와 농업기술을 전파하는 K-라이스벨트 사업의 공식 출범 선언과 함께 장기적인 국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회의에는 사업 대상 국가인 가나,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세네갈, 우간다, 카메룬, 케냐 등 8개국 장관급 대표를 비롯해 영상으로 함께한 신디 매케인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 케빈 우라마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부총재 등 해외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국제 사회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식량난 해소 돕고, 국가 위상 높이는 ‘K-라이스벨트’

K-라이스벨트 사업은 쌀 생산량 부족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국의 녹색혁명 경험을 공유해 식량난 해소를 돕고 이를 통해 국가 위상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농식품부는 먼저 국가별 50~100㏊ 규모의 벼 종자생산 단지를 구축하고 경지정리, 용배수로, 경작로 등 생산 인프라를 조성해 한국의 종자 생산 기술을 전파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의 협조를 받아 종자 재배단지로 활용할 수 있는 부지 확보에 돌입한 상태다.

현지의 벼 전문가 양성을 위해 농촌진흥청 벼 전문가도 파견한다. 대상국 현지의 사업지 관리 인력과 선도농업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 종료 이후에도 우수한 벼 품종 생산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생산된 종자 보급종은 안정적으로 농민에게 보급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일 예정이다. 나아가 각 대상국의 종자 생산 및 보급 현황, 종자 품질관리와 등록 제도, 시장 유통체계 등을 면밀히 분석해 국가별 보급 체계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해 올해 벼 종자 2,000여 톤 생산, 2027년부터는 연간 다수확 벼 종자 10,000톤을 생산 및 보급하는 방식으로 연간 약 3,000만 명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보급되는 아프리카 현지 맞춤형 벼 품종 ‘이스리-6′, 이스리-7’ 등은 1㏊당 연간 5~6톤의 쌀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아프리카 연간 쌀 생산량이 1㏊당 1.5~3톤인 것을 감안하면 약 4배가량의 생산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량 가격 폭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직격탄’ 맞은 아프리카

과거 빈곤, 기아, 분쟁 등으로 성장을 이루지 못한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 더욱 심각한 기아 문제에 직면했다. 석유와 광물자원 가격이 급상승하며 동시에 식량가격까지 폭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아프리카 식량난을 부추겼다.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밀, 보리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과정에서 항구를 봉쇄하자 곡물 2,000만 톤의 발이 묶이며 전 세계 식량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곡물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는 직격탄을 맞았고, 유엔(UN)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주요 식량 가격은 평균 30% 상승했다.

농식품부에 의하면 아프리카 전체 쌀 소비량은 2020년 기준 5,487만7,000톤이다. 하지만 생산량은 3,620만2,000톤에 불과해 부족한 식량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라이스벨트 사업 대상인 8개국 역시 연간 소비량 1,263만6,000톤 대비 생산량은 592만8,000톤으로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아프리카의 식량 문제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구온난화 및 극심한 수량 변동으로 인한 농업생산 감소, 아시아 국가들의 쌀 수출 제한 조치, 전반적으로 부족한 농업 부문 투자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 농산물 가격지지와 직접지불 등 자국 농가를 위한 다양한 보조 수단이 마련돼 있지만,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각종 농업보조금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생산성을 해치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미 도시화와 산업화, 인구 증가가 시작된 아프리카에서 농업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이는 식량 안보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서고 있다.

정부는 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기아 종식을 앞당기고 농가 소득 증대를 통해 빈곤 퇴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행사 말미 “국내외 참석자들이 많은 기대를 표현해 주신 데 부응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의 쌀 자급률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하며 아프리카의 식량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주요국 외교 격전지로 급부상한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동시에 주요 국가들의 외교 격전지로 꼽힌다. 아프리카 대륙에만 54개의 국가가 소재해 있으며, 2022년 기준 세계에서 차지하는 인구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곳도 6대륙 중 아프리카가 유일하다. 이는 굵직한 국제 행사 유치 경쟁 등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2007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당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은 아프리카에 소재한 제3세계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프리카 국가 중 상당수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IMF 같은 대형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일궈낸 한국을 발전 모델로 꼽으며 교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대(對)아프리카 외교 정책은 중국이나 일본 등 이웃 국가들에 비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정부는 1961년 6개국으로 시작된 수교를 48개국으로 늘리고 경제교류 및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K-라이스벨트 사업은 단순한 식량 지원을 넘어 선진 기술과 위기 극복 경험 공유를 통해 아프리카의 자립을 돕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 전개가 기술력과 공공외교의 우수한 결합 사례로 기록될 수 있도록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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