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들 최대 관심사는 ‘정부 지원 사업’,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린 대학 재정위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 총장 설문조사’ 분석 결과 발표 정부 지원 정책 기조 및 신입생 모집·충원이 주요 관심사 정부 재정 지원에 의존할수록 ‘경제에는 더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현재 대학 총장들의 주된 관심사는 ‘정부 지원 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초래된 재정위기에 대학들이 운영재정 확충 및 신입생 충원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선 반값등록금 등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책이 오히려 학력 인플레 심화 등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설립유형, 지역별, 규모별 ‘관심 영역’ 우선순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달 1일부터 13일까지 193개교 회원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 총장 설문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회원대학 총장들의 관심 영역 우선순위는 ‘정부, 지자체 등의 재정 지원 사업’이 71%(98개교)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신입생 모집 및 충원 63.8%(88개교) △등록금 인상 52.2%(72개교) △학생 취업 및 창업 43.5%(60개교) △재학생 등록 유지 42%(58개교) 순으로 집계됐다.
설립유형, 지역별, 규모별에 따른 관심 영역은 전체순위와 다르게 나타났다. 먼저 전체순위에서는 ‘재정 지원 사업(정부, 지자체 등)’이 1위로 나타났으나, 설립유형으로는 사립, 지역별로는 광역시, 시·도 단위, 규모별로는 소규모 대학에서 ‘신입생 모집 및 충원’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설립유형별로 사립대학은 △재정 지원 사업 △신입생 모집 및 충원 △등록금 인상 △재학생 등록 유지 등과 같이 재정에 대한 우려가 관심순위에 반영됐다. 반면 국·공립 대학은 △교육과정 및 학사 개편 △교육시설 확충 및 개선 등이 2~ 3위로, 대학의 학사 영역과 교육여건 개선 분야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학생 미충원에 따른 지역대학의 고민이 드러났다. 특히 광역시와 시·도 단위 대학에서 △신입생 모집 및 충원, △재학생 등록 유지가 각각 1위와 3위로 나타났다. 한편 규모별로 대규모와 중규모 대학은 △신입생 모집 및 충원, △등록금 인상 등이 2위 또는 3위로 나타나 재정 확충 분야에 관심이 높은 반면, 소규모 대학은 재정 확충뿐만 아니라 △대학 평가 및 인증이 3위로 집계된 것을 비춰볼 때 소규모 대학의 특성을 반영한 대학 평가 지표의 다양화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학령인구 급감’이 대학 정원 감소의 주원인
정부 지원 사업이 대학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배경에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대입 정원의 경우 2003년 65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향후 별다른 변화 없이 2021년 대학 입학정원인 47만2,496명 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정원 미충원 규모는 2021년 4만여 명에서 2024년 8만여 명까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 역시 2000년 출생자들의 대학 입학 시기가 되면서 대학 입학 연령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2021년을 기점으로 만 18세인 대학 입학 연령 인구가 입학 정원보다 줄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경우 2024년에는 부족률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러한 상태는 2030년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교육정책 연구소 관계자는 “2033년 대입 정원은 총39만7,157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2~3년 대학지원율 평균이 70% 수준인 걸 감안하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전체 대학의 입학정원 대비 7만5,339명이 부족하다”며 “이러한 전망대로 흐를 경우 대학 폐교율이 더욱 높아지면서 관련한 사회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값등록금’ 등 정부 개입보단 시장 자율에 맡겨 문제 해결해야
일각에선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대학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정부의 장기간 등록금 인하·동결 정책 기조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반값등록금과 같이 국가의 개입에 의한 인위적인 등록금 인하가 경제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반값등록금이 학력 인플레 심화와 청년실업, 만년대학생 및 재수생 증가, 부실대학 구조조정 지연 등의 부작용을 양산하고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반값등록금 제도가 전국 대학에 적용되는 경우 연평균 GDP를 최대 0.71%, 고용은 0.60%까지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소득계층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금액을 높일수록 소득재분배 효과는 낮아지고, GDP와 고용에 대한 부정적 효과는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재정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줄이기 위해 전면적인 지원보다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J대학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이들 국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정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고등교육의 궁극적 수혜자를 중심으로 등록금 부담을 분담하고 재정 건전성과 교육경쟁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대학보단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충하고, 보편적 지원에 가까운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 중심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대입 정원 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정부는 재정 지원의 부정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대학들이 생존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향후 대학 교육의 질과 교육효과를 고려한 부실대학 정리, 교육시장 개방, 대학 내 불필요한 고비용 구조개선 등 다양한 정책 도입을 검토해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