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체정상화계획’ 등 대형 금융기관의 위기상황 대비 계획 승인

국내 5대 은행·지주 및 예보의 ‘자체정상화·부실정리계획’ 승인 부실 또는 위기 상황 대비한 ‘체계와 수단’ 강화됐다는 판단 부실위기 처한 ‘새마을금고’, 금융당국 규제감독 체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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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금융사와 예금보험공사가 수립한 자체정상화 계획과 부실정리계획을 승인했다. 계획안이 대체로 국제기준을 충족하고, 위기 상황에 대비한 체계와 수단이 강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금융기관의 관리·감독이 엄격해지는 가운데, 대형은행 못지않은 자산 규모를 가진 새마을금고 역시 다른 금융기관과 같은 규제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위 “D-SIB 10개사 제출한 계획안, 대체로 국제기준 충족해

금융위원회(금융위)가 국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 및 금융지주 등 ‘금융체계상 중요한 금융기관(D-SIB)’ 10개사에 대해 자체정상화계획·부실정리계획을 승인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이들 기관에 경영 위기 상황에 대비한 자체 정상화 계획(자구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이들 기관이 제출한 계획들이 금융안정위원회(FSB)의 권고사항 등 국제기준에 대체로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평가·심의과정에서 보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기된 사항들과 정리 시 예상되는 장애요인들을 이들 기관에 통보했다. 다만 개별 금융회사의 자체정상화계획 및 부실정리계획은 경영상의 비밀 등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금융위는 예보가 제출한 부실정리계획에 대해서도 최종 승인했다. 특히 D-SIB의 자구 계획 이행이 어려워진 때를 대비해 예보가 정상화 또는 퇴출과 관련한 세부 방안을 정리했다. 부실 시나리오에 유동성 위기 반영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선 필요 사항으로는 제시됐으며, 최근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영업정지가 발생한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금융위는 “올해 승인된 자체정상화계획과 부실정리계획은 전년도에 비해 대형 금융회사가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 및 수단을 강화했다”며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 정리당국이 보다 신속하고 질서정연한 정리를 가능하게 하는 등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매해 운영되는 자구 계획, 2021년 첫 시행 이후 매년 업데이트

D-SIB의 자체정상화·부실정리계획 제도 도입 등을 담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은 2021년 6월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D-SIB로 지정되는 금융회사는 자체정상화계획을 매년 작성해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

자체정상화와 부실정리계획은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기관의 경영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과 UBS는 최근 UBS가 위기에 처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신속히 인수하는 과정에서 평시에 마련한 두 계획 덕분에 CS에 대한 체계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먼저 D-SIB가 경영 위기 상황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작성한 자구계획인 자체정상화계획은 △지배구조 △핵심기능·사업 △발동지표·요건 △위기 상황분석 △자체정상화수단 △상호연계성 분석 △대내외 의사소통 총 7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시나리오에 있는 경영 위기 상황이 발생 시 사전에 마련된 자구책을 이행하도록 만들어 대형 은행지주나 은행의 부실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부실정리계획은 D-SIB가 자체적으로 건전성을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정리당국이 해당 금융기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계획이다. △전략적 사업분석 △정리전략 △재원조달 및 운영의 연속성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관리체계 △정리가능성 평가 총 5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평시에도 대형 금융회사의 정리가능성을 제고함으로써 실제로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신속한 정리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7일 오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서울 사직동 새마을금고 본점을 방문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

금융기관 규모 대형은행급인 새마을금고, 관리·감독은 행안부와 지자체?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가 엄격해지는 가운데 최근 부실 위험에 노출된 새마을금고도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새마을금고가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로 인한 연체율 폭증과 유동성 위기설 등에 휩싸이며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등 다른 상호금융사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규제로 막히자 비교적 관리·감독이 느슨한 새마을금고로 대출 수요가 몰렸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가 건설업·부동산업에 내준 기업대출 잔액은 56조4,000억원으로, 연체율은9.23%(올해 1월 말 기준)에 달한다.

문제는 새마을금고가 2019년 2분기부터 관리형토지신탁 대출을 취급하면서부터 발생했다. 관리형토지신탁 대출은 준공 후 부동산 가치와 담보 인정비율에 근거해 건축자금을 내주는 대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비슷한 성격의 상품이다. 2020년 2조8,795억원에 불과했던 관리형토지신탁 대출은 2021년 9조992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현재 16조원까지 불어나면서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 부실 문제의 주요 원인이 관리·감독 역량을 갖춘 금융감독원 대신 행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를 맡은 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감시·감독은 행안부의 지역금융지원과가 담당한다. 예외적으로 신용공제사업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금융위원회가 함께 감독하지만,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새마을금고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284조원으로, 규모로는 대형은행급에 속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관리를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이양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랜 시간 금고 조합원들은 지역 표심을 무기로 지역 국회의원들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당분간 특별검사 등의 금융당국의 개입이 있을 순 있겠지만, 관리에 대한 완전한 이양 등을 담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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