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포비아]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의 부작용 ① 회사

코로나19가 불러온 새로운 트렌드 ‘재택근무’ 시작은 호평일색이었지만 조직력·유대성 약화 등 부작용도 많아 비대면의 편리성은 결국 사람의 역할을 기계가 대체하게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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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호평을 받았던 재택근무 형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동료 간 유대관계 약화로 인해 개인주의가 심화하고, 조직 내 갈등에 맞서기보단 회피를 선택하면서 이직·퇴사율이 급증한 탓이다. 심지어 인간관계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사회 분위기를 뜻하는 ‘접촉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접촉포비아로 인한 조직 내 갈등이 결국 인력 공백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인력 공백이 회사의 채용 소극화를 야기해 신규 채용률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환영받던 재택근무, 2년 만에 사무실 출근이 ‘대세’로

2020년 9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재택근무 활용 실태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 관계자 400명 중 48.8%가 재택근무 제도를 채택했다. 이들은 재택근무의 장점으로 감염병 위기 대처 능력 강화(71.8%), 근로자 직무만족도 증가(58.5%), 업무 효율성 증가(23.1%)를 꼽았다.

재택근무에 대한 직장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같은 해 11월 취업플랫폼 인크루트는 직장인 748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응답자의 77.5%가 재택근무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이유로는 ▲출·퇴근 시간 절감(25.9%) ▲감염 우려 최소화(23.5%) ▲회식·행사 사라짐(15.0%) ▲업무 외 가사·육아 가능(10.4%) ▲비대면 근무에 따른 업무 효율 증진(12.5%) ▲회의·미팅 관련 이동시간 절감(8.3%)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택근무보다 사무실 출근이 좋다는 의견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취업플랫폼 사람인과 알스퀘어는 직장인 2,675명 중 대다수가 재택근무가 아닌 사무실 출근을 선호한다고 발표했다. 선호하는 근무 형태로는 ‘사무실 출근 후 지정 좌석에 근무’가 37.1%로 가장 많았으며,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36.9%로 뒤를 이었다. 불과 2년 전 선호도 1위를 달리던 재택근무 선호도는 9.4%에 불과했다.

재택근무로 회사와 동료까지 ‘거리두기’ 시작

이처럼 재택근무의 선호도가 급감한 이유는 ‘개인주의 심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브리드 근무 중인 직장인 A씨는 “재택근무를 오랫동안 하다보니 같은 회사 같은 팀인데도 낯선 경우가 많아졌다”며 “심지어 원래 업무는 서로 이해해 가며 유도리 있게 진행해야 하는데 서로 얘기를 나누지 않으니 점점 오해가 쌓이고, 그만큼 업무는 정체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직장인 B씨도 “재택근무를 시작할 때는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고 불필요한 회식이 없어 상당히 만족했지만 동료 간 소통이 줄어들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없어지며 막무가내로 이직해 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고 밝혔다.

갈등 개선보다 회피를 선호하는 이른바 ‘접촉포비아’가 직장 내 문제를 일으키고 잦은 이직과 퇴사를 야기한단 것이다. 실제로 2021년 7월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7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1%가 재택근무 중 이직을 고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9월 사람인에서도 2021년 상반기 퇴사율이 2020년 상반기에 비해 1.8%P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블라인드에서 활동하는 한 누리꾼은 잦은 이직이나 퇴사의 이유가 재택근무로 인한 유대관계 약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개인의 선택과 행복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문화가 점점 직장 내에 반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대성 약화에 원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재택근무로 인해 오로지 내 업무만 하면 되는 환경으로 바뀌다 보니 각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급감했다”며 “잡일처럼 느껴지는 업무가 조직 내에서 반드시 필요한 업무일 수 있지만, 직장 내 소통이 전무하다 보니 ‘커리어 낭비’라는 생각에 이직과 퇴사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편리한’ 재택근무가 불러올 비극

문제는 비대면으로 인한 접촉포비아가 회사 내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회사 내 저연차 주니어는 다양한 일을 배우며 조직으로부터 기존 업무의 원활한 인수인계와 업무 방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요구받는다. 때문에 편의에 따라 혹은 개인의 욕심에 따라 저연차 이직과 퇴직이 늘어날 경우 새로운 관점의 부재는 물론 기본 업무의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심지어 회사에서 신규 채용을 진행할수록 조직 불안정성이 커진다고 판단하게 되면 인력 충원 자체를 ‘손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이런 추세는 청년 취업에 영향을 미쳐 비정규직·프리랜서 등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 청년 채용률 저하 등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이미 비대면의 핵심 가치가 편리함에서 접촉포비아로 인한 인간관계 회피로 이동했다며, 사람을 지원하던 첨단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알고리즘이 사무 노동자의 업무를 대신하고, 카페나 음식점 웨이터들이 로봇으로 대체되는 트렌드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재택근무의 부작용과 비효율적인 사무실 업무수행 방식의 중간지점을 찾아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간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시니어와 주니어, 경영진과 직원의 소통을 강화하는 ‘대면’ 방식의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심하던 2021년 당시 도이체 방크,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은 재택근무로 인한 심리·사회적 문제에 대응해 ‘함께 일하기 운동(the co-working movement)’ 등을 시행한 바 있다.

앨빈 토플러는 저서 ‘제3의 길’에서 “산업 현장의 대면 접촉 중에 생겨나는,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비언어적인 소통의 필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실수”라고 했다. 이에 우리 정부와 기업에서도 조직을 배려하지 않는 개인주의가 불러올 ▲청년 신규 채용률 저하 ▲업무 효율 급감으로 인한 기업의 성과 미도출 ▲일자리 감소 및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 등의 문제에 빠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성인 대상 심리상담프로그램 신설·강화와 기업에 워크샵, 체육대회 활성화 등을 통해 직장 내 유대감을 높이는 방안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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