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 “국회 조정기능 강화해야”, 실현 가능성에 ‘의문’

국회미래연구원 ‘공공정책은 누가 결정하는가?’ 보고서 발간 “국회 논의로 갈등 의제 입법 앞당길 수 있어” 입법·토론 자질과 능력 갖춘 인재의 국회 유입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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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전경/사진=국회 자료실

공공정책 결정에 있어 다양한 집단의 입장이 논의될 수 있도록 국회의 이해관계 집약 및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이하 미래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정책은 누가 결정하는가?’ 보고서를 24일 발간했다. 갈등적인 정책의제에 대한 대통령과 국회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우리 국회를 향한 ‘제왕적 대통령 구조’ 또는 ‘분점정부 고착’이라는 기존의 관점에 반박하며 정부 정책의 입안과 집행이 국회의 활발한 논의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미래연구원 “다양한 입장, 정당 통해 정치 반영돼야” 국회 기능 강화 제언

미래연구원은 △우리 국회에서 오랜 시간 논쟁이 진행된 갈등 의제인 언론 관련 법안들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들 △공공의료 관련 법안들의 입법과정 등을 검토한 결과 정책의제의 변화와 입법 성공이 ‘여소야대’ 혹은 ‘여대야소’로 표현되는 국회 구조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 또는 분점정부 교착 등 기존에 제기된 관점과는 다른 시각이다. 미래연구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과거 대통령들의 사례를 들었다.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소수정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을 이끌며 자유민주연합(자민련)과 연합해 통합방송법 등을 통과시켰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수당을 등에 업고도 언론 관계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임기 내내 ‘부자 감세’ 비판에 시달린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여당 내부의 균열로 법인세 인하 공약을 철회한 바 있다.

미래연구원은 기존의 관점들이 다소 단편적인 정당의 규율을 가정하고 있어 실제 한국 주요 정당들의 응집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 주요 정당들의 응집력은 구체적 사안과 해당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강해지거나 약화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응집력 있는 이익집단의 정책선호가 정책의제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이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는 영향력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수당이 제안한 정책의제라도 여론의 관심과 지지를 얻지 못하면 입법에 실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양대 정당 중심의 정치가 대결적인 정치를 강화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는 있으나, 수적 우위를 토대로 하는 일방주의 정치가 항상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갈등적인 사안에 대한 국회의 활발한 논쟁이 갈등 의제의 입법을 앞당길 수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의 입장이 정당을 통해 정치에 반영되고 국회에서 논의되도록 국회의 이해관계 집약 및 조정기능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식물 국회’, 불명예는 맞지만 오명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국회는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해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이나 안건 처리를 막고 건전한 토론 문화 정착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바 있다. △국회의장 직권상정 제한 △안건조정위원회 설치 △안건 자동 상정 등을 골자로 하는 국회 선진화법은 당시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민주당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주도했고, 양측의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2013년 3월부터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잇따랐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과거 국회에서 빈번히 발생하던 물리적 폭행은 현저히 줄었지만, 정치적 타협을 위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식물 국회’라는 지적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파행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반대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일로, 국회가 파행을 맞을 경우 갈등의 원인이 된 사안은 물론 다른 민생법안에 대한 논의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우리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가장 큰 의무로 ‘국회의 본회의와 위원회 출석 의무’를 제시하고 있음에도, 현장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더구나 이렇게 일방적인 거부 의사로 국회가 파행을 맞는 경우에도 국회의 구성원들은 국민들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5,426만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할 경우 1,285만원에 달한다. 길게는 50일 넘게 이어지는 국회 파행 사례들을 떠올려 보면 “놀면서 천(만원) 단위 월급을 받는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국회 본회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81.3%에 달했다.

‘일 안 하는 국회’ 조정기능 강화는 어불성설, 새로운 인재 유입이 먼저

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는 입법자들의 높은 윤리 의식과 자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법을 만들어야 할 우리 국회는 상대를 향한 각종 비방과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서 침묵의 식물 국회로, 하루가 멀다하고 파행을 거듭하는 일 안 하는 국회로 이어졌다. 이처럼 일 안 하는 국회에서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논의를 할 의지와 자질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양한 집단의 입장이 정당을 통해 정치에 반영되고 논의되도록 국회의 조정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하며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무조건 침묵하거나 등을 돌리는 구성원들의 자리가 오랜 시간 교육받은 맞춤형 인재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이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국회가 필히 수행해야 할 과제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토론의 장으로서 기능하는 국회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국회의 논의가 의사 결정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담보해 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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