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계획서 충실히 작성해야” 서울시, 개정된 ‘해체공사 매뉴얼’ 배포
서울시 ‘해체공사 매뉴얼’ 4년 만에 개정, 위법 관행 뿌리 뽑는다 공사 단계별 중요사항, 주변 통행자 안전 확보 기준 제시 “해체계획서에 따른 현장 운영 여부 집중 점검할 것”
서울시가 개정된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관리 매뉴얼’을 21일 배포했다.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와 건축사회 등 유관기관에 배포된 이번 매뉴얼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협력해 제작됐으며, 현장 관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현장 여건과 수요, 현장 활용사례 등이 포함됐다.
2019년 처음 마련된 서울시의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관리 매뉴얼은 지난해 개정된 「건축물관리법」과 국토안전관리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안전관리 내용을 대폭 강화했으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장의 위법 관행을 단속하기 위한 구체적인 근거들을 제시했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2021년 광주광역시 재개발지역 내 해체현장 붕괴 사고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해체계획서, 작성부터 전문가가 해야”
앞서 지난해 2월 개정된 건축물관리법에서는 건축물 해체공사의 안전관리가 신축공사 수준으로 강화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허가가 필요한 해체공사 대상을 확대하고, 허가 단계에서부터 안전 강화에 만전을 기했다. 해체계획서를 누가 작성하는지 관계없이 건축사 및 기술사 등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허가가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해체계획서 작성자를 전문가로 제한해 해체공사와 관련한 계획서·공법 및 안전조치 방안 등을 상세히 기록하도록 한 것이다. 허가권자가 해체 공사와 관련한 계획서·공법 및 안전조치 방안 등의 적정성을 철저히 검토하기 위해서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아울러 해체허가 변경절차도 마련됐다. 당초 허가받은 내용과 다르게 현장에서 해체공법이나 장비 등을 임의로 변경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허가받은 주요 사항을 변경할 때는 사전 적정성 검토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다.
주변 통행자 안전 확보에 주력
서울시 최근 노후 주택단지가 증가하면서 건축물 해체공사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사장 안전관리를 위한 법령이 지속 강화됨에 따라 현장에 알맞은 해체계획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개정된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관리 매뉴얼은 계획서를 토대로 안전하게 현장을 운영할 수 있는 지침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정된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관리 매뉴얼에는 해체공사 단계별로 중요하게 점검해야 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먼저 해체공사 사전 준비단계에서는 해체 대상 건축물의 이력, 기존 설계도서 확보를 비롯해 인접 건축물, 인접 지반 및 통행 조사 및 해체 대상 건축물의 이력, 기존 설계도서 확보, 유해 물질 및 환경공개 조사 등을 거쳐 사진을 포함한 문서로 해체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후 구체적인 공사계획 및 구조 안전에 대해서는 건축물의 구조, 높이 등에 따른 해체공법을 선정하고 해체 장비 사용 계획, 가시설물 설치계획, 해체 작업순서, 구조안전계획, 인접 건축물 안전 관리, 주변 통행자 안전관리 내용 등을 해체계획서에 포함하도록 했다. 특히 해체 공사장 주변 가설울타리, 안전 펜스, 낙하물 방지망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주변 통행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내용을 대폭 강화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해체공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관계 공무원과 공사관계자들의 작업 효율을 높이기 매뉴얼을 개정했다”며 “앞으로도 시민들과 현장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지속적인 점검과 교육 등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잇따른 안전사고 주범으로 지목된 ‘부실 해체계획서’
관련 법과 서울시의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관리 매뉴얼 개정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사항은 ‘충실한 해체계획서 작성’이다. 되풀이되는 해체 공사장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해체계획서 부실 작성이 지목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2021년 6월 광주 붕괴 사고 이후 국토안전관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체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대다수가 해체계획서 부실 작성과 시공자 및 감리자의 계획서 미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확인됐다.
전국 106개 공사 현장의 해체계획서를 검토하고 현장 점검 등을 거쳐 작성된 해당 보고서는 “해체공사 전(全) 단계에서 기준을 무시하고 관행에 의존하는 등의 문제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106개 해체공사 현장 점검에서 총 73개 현장, 153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국토안전관리원은 “공사 참여자의 안전 의식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리 감독에 만전, 무관용원칙 따를 것”
서울시는 이번 관련 매뉴얼 개정과 더불어 현장 중심의 공사장 관리와 점검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건축물 해체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장에서 으레 반복되던 위법적 관행을 뿌리 뽑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현재 해체공사 감독 공무원 등에게 공사 현장의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단속 및 조치 권한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관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 해체공사 착공 이후에는 허가권자가 월 1회 이상 현장을 방문해 점검하고 이때 해체계획서 미준수, 감리업무 태만 등 위법 사항이 적발될 경우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아울러 서울시 건축안전자문단 내에 분야별 전문가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특별 해체공사장 점검단을 꾸려 중대재해감시단과 함께 해체계획서 미준수 등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도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과거에 지어진 건축물은 노후화되는 것이 당연하고 재건축을 위한 해체공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건물을 짓기에 앞서 기존 건축물의 해체부터가 건축 공사의 시작으로 본다면 충실한 해체계획서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관련 매뉴얼을 강화해 똑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서울시의 노력이 안전사고 예방으로 이어져 시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