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이윤 독점’에 美는 ‘파업’까지 하는데, 韓은 그저 ‘침묵’

‘정당한 보상’ 다시금 도마에, 할리우드선 ‘파업’ 행렬 FTC의 메타 규제 시도, ‘규제 패러다임’에 치명타 넷플릭스 ‘불공정 계약’ 조사 착수한 공정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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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조합(WGA)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WGA 유튜브 채널

스트리밍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서도 이를 문화 생산자와 나누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부터 불거진 문제다. 넷플릭스는 제작비에 일정 부분 이윤만 얹어주는 형태로 <오징어게임>에서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이익을 독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이와 관련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제작비 지원을 받아내고 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위해선 넷플릭스에 꼬리를 말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형적인 OTT 산업 구조, ‘정당한 보상’은 어디에

OTT 산업의 구조는 상당히 기형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의 기본적 이치는 큰 효용을 낸 자에게 그에 비례하는 큰 보상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시장은 확대되고, 또 진화한다. 그러나 OTT 영상물은 아무리 흥해도 창작자에겐 추가적인 보상이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생산하느라 공장에서 전기를 썼으면 그에 맞춰 전기세를 당연히 내야 하는데, OTT들은 물건을 많이 생산해 매출이 늘어도 원재룟값이 많이 나왔다는 이유로 전기세를 정액 이상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세계가 공유하는 ‘정당한 보상’의 정의는 ‘창작물이 시장에서 사용되는 만큼 플랫폼이 창작자에게 일정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률이 높은 창작물의 창작자에겐 많은 보상이, 이용률이 적은 창작물의 창작자에겐 적은 보상이 돌아가는 것이 시장의 보편적이고도 기본적인 원리다. 그러나 창작자와 유통업자 사이에선 언제가 창작물의 상업적 가치 평가에 있어 이견을 보인다. 창작자는 창작물의 가치를 높게 매기지만, 유통업자는 언제나 싸게 구입하려 든다. 양자 사이의 이견을 해소함으로써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세계적으로 정착된 관행이 ‘최초 사용’을 구별해 집필료, 연출료, 출연료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창작물의 최초 사용을 위해 업자가 감내할 수 있는 재무적 리스크 내에서 창작 노동을 보상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의 성과에 비례해 후속적으로 보상하는 식이다.

여기서 넷플릭스는 ‘매절’이란 비즈니스 모델을 강행했다. 온라인 스트리밍의 속성상 ‘최초 사용’과 ‘재사용’을 구별할 방법이 없었기에 창작자들은 매절 방식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넷플릭스는 어떤 작품을 구독자가 얼마나 시청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했다. ‘내 작품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반향을 일으켰는지 작가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기괴한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정당한 보상’ 못 받는 창작자들, ‘파업’까지 단행했다

특히 최근엔 OTT 플랫폼의 문화산업계 지배 현상 외에도 인공지능(AI)을 통한 문화 생산에 따른 일자리 파괴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가 향후 배우와 작가 등은 물론 일선 제작자의 일자리까지 빼앗을 수 있단 두려움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국 배우조합(SAG)과 미국 작가조합(WGA)은 지난 14일(현지 시각)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두 노조는 △스트리밍 기업들이 공정하게 시청자 수를 공개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지급할 것 △AI로 만든 얼굴과 음성을 사용하거나 변경할 때는 배우와 작가의 동의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할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2019년 ‘저작권법 개정에 대한 명령서’를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명령서는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이 모두 자국의 저작권법에 반영해야만 하는 의무사항으로, 제3장 제18조부터 제23조까지가 ‘디지털 단일시장에 대한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명령’이다. 디지털 단일시장이란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최초 상영과 재방영, 국내와 국외의 구별이 존재하지 않는 단일한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의미다. 현재 27개 회원국 모두가 자국 저작권법 수정을 마쳤고,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여타 국가의 창작자가 받는 금전은 ‘정당한 보상’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할리우드의 파업은 글로벌 OTT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는 한국 문화산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할리우드 양대 조합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우리도 직면하고 있는 현안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문화시장에서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7위에 올라 있는 문화강국이다. 컨설팅 전문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올해 발간한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산업 전망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591억 달러(약 74조8,000억원)에 달하는 문화산업 규모를 자랑했다. 그런데도 OTT를 둘러싼 문화 제작환경의 투명성 확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AI 사용에 대한 통제나 제한도 이뤄진 바가 없다.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사진=리나 칸 트위터

‘규제’ 시동 걸었지만, 넷플릭스는 오히려 ‘훨훨’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가 콘텐츠 제작사를 상대로 불공정한 계약 약관을 운영하는지 조사에 나섰다. 국내 OTT 산업의 시장 현황·요금제·서비스 형태, OTT 사업자의 거래구조·방식·경쟁 제한 요소 등을 분석하고 OTT 사업자와 거래 상대방 사이에 불공정 계약 관행이 있는지 살펴보겠단 취지였다.

그러나 애초 넷플릭스는 규제 대상에 들어가는 기업이 아니었다. 불공정 계약 약관을 운영했다는 근거 여부조차 확실치 않다.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며 반독점 전문가로 꼽힌 리나 칸 콜롬비아 로스쿨 교수는 “현재의 반독점법은 21세기의 독점 문제를 명확히 규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으나, 현실적으로 넷플릭스를 반독점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리나 칸이 고심하던 OTT·빅테크 규제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지난 3월 리나 칸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서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META)와 독과점 분쟁을 펼쳤으나 사실상 패배했다. 이에 주요 외신들은 “리나 칸 위원장의 빅테크 규제가 제동이 걸린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리나 칸의 지도력 상실을 강하게 보도하고 나섰다. 독과점 규제에 가장 적극적이던 인물의 신뢰도 하락은 말뿐인 규제의 영향력 상실에 치명타를 날리기에 충분했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OTT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만큼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극심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공룡에 대항하기 어렵단 이유로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하고 나선 국내 OTT 플랫폼이나 창작자들의 마음도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다만 국내 OTT들의 “넷플릭스의 ‘매절’ 방식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은 한 번쯤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당장 돈이 급한 국내 OTT들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 같은 방식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손에 무력함을 호소할 게 아니다. 국내 제작사와 OTT, 창작자의 이익은 스스로가 쟁취할 줄 알아야 한다. 소극적인 태도에 경종을 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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