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디지털 무역 규제와 파편화, 글로벌 협력에 대한 도전
1998년, WTO 전자상거래 공동선언문 채택 정치적·지정학적 경계에 디지털 경제 분열 디지털 무역의 글로벌 규칙 제정 논의해야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1998년 세계무역기구(WTO) 제2차 장관회의에서 ‘전자상거래 공동선언문(Joint. Statement on Electronic Commerce)’을 발표한지 25년이 지났다. 선언문에는 국가 간 공정한 무역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자상거래에 관한 규칙 제정 촉구 및 WTO를 포함한 관련 조직들이 참여하는 포괄적인 프로그램 관련 내용 등이 담겼다.
공동선언 후 25년, 나라마다 다른 규제 적용
선언문이 발표된지 25년이 지난 지금, 디지털 무역에 관한 규칙들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개인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교환·저장·처리하는 범위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때로는 이러한 이슈가 국제사회의 갈등과 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998년 선언문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는 ‘전자적 전송물에 대한 무관세 조치’에 대한 영구화 논의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대로 난항을 겪기도 했다.
현재의 디지털 경제는 국가 간 지리적·정치적 경계에 따라 파편화될 위험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동일한 재화를 여러 국가에 판매할 때, 나라별로 적용되는 규제가 극명하게 다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는 경쟁하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트위터의 대항마로 나온 메타(Meta)의 새 소셜미디어 스레드(Threads)의 등장은 지리적 위치에 따른 인터넷의 파편화와 그로 인한 불균형이 더욱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타는 지난달 5일 스레드를 EU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에 출시했다. 메타는 EU의 미출시 배경에 대해 ‘규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꼽았다.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하는 스레드의 경우 두 플랫폼 간 정보 공유가 EU의 디지털시장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중국 정부도 자체 방화벽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통해 외국의 웹사이트와 서비스에 대한 액세스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부터는 중국 내 구글의 검색 엔진에 대한 접속이 차단됐다. 중국은 이같은 인터넷 검열정책를 기반으로 자체 검색 엔진을 지원함으로써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는 한편, 자국의 서비스가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지 않도록 막아왔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5월에는 미국 최초로 몬태나주가 틱톡(TikTok)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대해 몬태나주는 중국 공산당이 몬태나 주민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몬태나주의 결정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위반할 소지가 있는 만큼, 향후 법적 분쟁에서 불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 EU·美·中 등 강대국 영향력 커져
EU, 미국, 중국 등 경제 대국들은 시장 규모가 거대한 만큼, 자국의 입장을 반영한 규제를 일방적으로 적용하면 약소국들은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디지털 규제는 암묵적으로 강대국의 규칙을 수용하는 양자간 무역협정을 통해 명시적으로 이뤄지거나 약소국들이 규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강대국의 규칙을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디지털 경제에 있어 중진국이나 약소국들을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들 국가는 디지털 무역의 규칙을 스스로 구축하기 보다는 EU, 미국, 중국이 고안한 규제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무역의 글로벌 규칙을 제정하는 것은 분명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대한 논의를 포기한다면 결국 디지털 경제는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강대국의 규칙에 의해 점차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디지털 무역에 관한 글로벌 규칙을 보다 견고하게 형성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이 모두 논의에 참여해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양국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때 중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면서 레버리지 포인트(leverage point)가 마련되는 듯했지만, 지난 2017년 미중 관계에서 강력한 권한을 가진 미국이 탈퇴를 결정하면서 양국의 참여는 요원해졌다.
WTO 공동 이니셔티브 등 논의의 장 모색해야
양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또 다른 논의의 장이 필요한 가운데 호주, 일본, 싱가포르 3국이 주도하는 ‘WTO 전자상거래 공동 이니셔티브’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디지털 무역의 문제를 논의를 위해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통해서도 진전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공동 이니셔티브를 주도한 3국과 중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유익한 논의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디지털 무역의 여러 현안 중 하나일 뿐이다. 이 밖에도 개인정보 보호, 투명한 정보 처리, 접근가능성과 개방성,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 등에 대한 각국 정부의 입장 차이로 인해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디지털 무역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규제뿐만 아니라 자국의 규칙, 이해관계국 간 체결한 협정 등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공동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호주, 일본, 싱가포르 3국의 공동의장들은 개방과 자유의 가치가 디지털 무역의 비전임을 알리고 이를 옹호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CAFTA) 내에서 중국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분명히 다르다. CAFTA는 그 명분과는 달리 강대국이 룰을 정하면 약소국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불평등 구조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제시했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데이터 교류’에 관한 신념을 공동 이니셔티브를 통해 각국에 알릴 수 있는 적기다.
1998년 공동선언문이 채택된 장관회의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WTO가 세계 평화를 위한 자유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창설됐음을 상기시킨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디지털 경제는 지정학적, 정치적 경계에 따라 분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규제를 도출하기 위해 개방성과 투명성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조치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특히 아시아 중진국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Avoiding fragmentation of the digital economy
Time flies when you’re having fun — online. It’s been a quarter of a century since the WTO’s Declaration on Global Electronic Commerce at the Second Ministerial Conference in 1998. In the declaration, ministers called for a comprehensive work program within the global trade body to develop rules for what was at the time a still fairly minor part of the world economy.
Two and a half decades later, it is obvious that regulation has not caught up with reality. The protection of data and the extent to which governments and corporations can trade and access private information as well as store and process data outside a national geographic location lies at the heart of some huge and growing divides internationally. Even the moratorium on tariffs on electronic transmissions, one of the signature accomplishments of the 1998 Declaration, has come under attack from India and South Africa.
The internet is at risk of fragmenting along geopolitical lines, as national regulation forces international companies to adhere to radically different rules when offering the same product in different jurisdictions — or simply do not compete in multiple markets at all. The recent launch of Meta’s Twitter rival Threads revealed the growing faultlines: the app was not offered to consumers in the European Union due to concerns that Meta’s data practices would violate EU privacy law. China has for many years prevented products like Google from competing with home-grown alternatives that co-enforce the government’s censorship regime. Early this year the US state of Montana banned the use of TikTok entirely, a move unlikely to survive court challenges to its incompatibility with the US constitution’s free speech protections.
In digital regulation, as elsewhere in the global trading system, the European Unio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each believe that their market is large enough that they can unilaterally impose rules that other countries will be forced to follow, whether explicitly through bilateral trade agreements that reflect the preferences of the more dominant partner, or implicitly, through regulatory alignment on the part of smaller economies.
For small and medium-sized countries, this is an unappetising prospect. Instead of shaping the rules which govern their digital trade, they will be forced simply to choose between regulations devised and decided upon in Brussels, Beijing or Washington. The alternative — a truly global set of rules and principles — would be extremely difficult to agree upon, but it is the only outcome that avoids an ever-widening splintering of the internet into feudal blocs governed by the rules of competing geopolitical powers.
Any durable set of rules and institutions on digital trade will have to include both China and the United States. The problem, as the geopolitical environment deteriorates further, is to find a forum in which discussion is possible. As Ken Heydon argues in this week’s lead article, while a Chinese accession process to the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 might have been an ideal point of leverage, the Trump administration’s decision to abandon the deal left the United States without a way of engaging with China on these issues in a setting where it held all the cards.
If progress is to be made on prosecuting these issues, it will have to take place elsewhere: perhaps, as Heydon suggests, in the WTO’s e-commerce Joint Initiative, driven by Australia, Japan and Singapore. The advantage of working through the WTO is the potential for broad-based buy-in, including from both China and the United States. Useful work can also be done through APEC, which will discuss digital trade issues this year. The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could also provide a fruitful venue for discussion, since it includes all three of the countries driving the WTO Joint Initiative as well as China.
Of course, the venue is one thing: agreement on the kind of rules that are needed to govern digital commerce will be elusive as long as there remain differences between governments on issues of privacy, censorship, national security, transparency, and economic growth.
States with robust domestic and bilateral frameworks for managing the intersecting risks presented by the international trade in digital goods and services, like the three states driving the Joint Initiative, should be willing to defend a vision of digital trade rules that emphasises liberal, open values. As Heydon states, ‘[a] particularly timely objective for co-chairs Australia, Japan and Singapore would be to promote the concept advanced in 2019 by former Japanese prime minister Shinzo Abe of Data Free Flow with Trust. This approach, now attracting interest within government and among academic experts, would be far removed from what Beijing would likely seek to impose within the China-ASEAN FTA.’
At the WTO Ministerial Conference that agreed to the Declaration on electronic commerce in 1998, Bill Clinton reminded attendees that the global trade regime had been set up to promote free exchange in the service of global peace. As the digital economy starts to fracture along geopolitical lines, and the power of AI gathers strength, middle powers in Asia must act quickly and decisively to ensure that global trading rules are finally brought into the internet age, reflecting values of openness and transparency.
이 기사는 호주국립대학교(The Austrailia National University, ANU) 동아시아포럼(EAF) 편집위원회가 공동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ANU 크로포드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에 있는 EAF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 경제, 법률, 국제관계 등에 대한 독창적인 분석을 제공하는 연구 플랫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