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정책으로 캐나다 ‘이민자 정책’ 따라가야 한다? “시민의식 제고 없인 힘들 듯”
캐나다 이민자 정책, 인구 증가 이뤘지만 부작용도 많아 “인구 증가 너무 가팔라, 캐나다 정부 너무 섣불렀다” 韓, ‘소득은 선진국, 이주민 인권은 후진국’ 오명
캐나다 인구가 1년 만에 100만 명 늘었다. 한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들이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는 것과는 대조적인데, 이는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다만 우리나라에 캐나다의 이민자 정책을 적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민자 수용 역량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시민의식 수준이 다소 뒤떨어져 있다는 평이다.
캐나다, 1년 새 인구 2.7% 증가
캐나다 연방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캐나다의 인구는 지난해 대비 105만 명 증가했다. 1년 새 인구가 2.7%나 증가한 것이다. 캐나다 통계청이 따르면 한 해 동안 100만 명 넘게 인구가 늘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캐나다의 인구 증가세는 주요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진다.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선진국들은 대개 출생률이 감소하며 인구 증가가 느려지거나 오히려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캐나다 역시 이를 피할 수 없었다. 2020년 기준 캐나다의 합계출산율은 1.4명으로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인 2.1명에 한참 못 미쳤다.
캐나다는 1971년부터 이민자를 적극 환영하면서 저출생 고령화 속에서도 경제활동 인구를 꾸준히 확보해 왔다. 특히 2015년 집권하고 있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펼침으로써 G7 중 가장 빠른 인구 증가율을 이끌어냈다. 최근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한 상황, 튀르기예-시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디지즌 등에 영향을 받은 이들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특별 계획을 운영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1월엔 영주권을 발급받는 영구 이민자 목표를 올해 46만5,000명에서 2025년 50만 명까지 늘려나가겠단 계획도 내놨다.
이에 일각에선 이민 정책이 캐나다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의 국토 면적은 미국에 맞먹지만 인구 수는 8분의 1 수준이며, 국내총생산(GDP)도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민 정책을 통해 인구 증가세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미국 경제의 그늘에서 벗아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캐나다, ‘신속입국제도’ 등으로 이민자 적극 수용
캐나다는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우선 ‘신속입국제도(Express Entry)’를 도입했다. 신속입국제도란 캐나다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경력을 갖춘 이민자를 우선 선발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캐나다는 언어능력, 교육 수준, 종사직군, 연령 등 점수제에 기반한 평가를 통해 고득점자 순으로 이민자를 선발한다. 특히 지난해 6월엔 신속이민제 개정안(Bill C-19) 통과에 따라 기존의 일률적인 점수제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기술을 갖춘 지원자가 필요할 경우 별도 그룹으로 분리해 그 안에서 점수제를 적용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고급 인력을 유치할 수 있도록 했다. 캐나다 당국은 신속입국제도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추가로 20만3,000여 명의 신규 이민자가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외 연방정부 차원의 창업이민비자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창업이민비자 프로그램은 전 세계의 유능하고 창의적인 창업주를 캐나다로 유치해 캐나다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개인사업체를 설립하고자 하는 외국인 사업가의 경우 캐나다 내에 있는 벤처캐피탈(VC) 업체의 후원을 받아 창업이민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창업이민비자를 신청한 이들은 캐나다이민·난민·국적부(IRCC)를 통해 창업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캐나다 내의 조직, 업체와의 커넥팅이 가능하다.
주정부 지명제(Provincial Nominee Program)를 통한 이민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주정부 지명제란 캐나다 내 주정부들이 자체적으로 매년 지역 내 노동력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기반해 필요한 인력을 이민 지원자 중에서 직접 지명할 수 있는 일종의 ‘스카우트’ 제도다. 해당 제도를 통해 캐나다는 개별 지역의 노동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저출산에 따른 지역 소멸도 함께 예방하고 있다.
캐나다 이민자 정책, 韓에 적용할 수 있을까?
2021년 기준 캐나다 전체 인구의 23%가 이민자로 이뤄져 있으며, 오는 2041년까지 이 비율은 3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의 이민 정책은 이민자를 국내 일자리에 효율적으로 매칭함으로써 노동시장과 사회 내에서의 인구 수요를 충족하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이겨낼 중심 축을 세웠다는 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고숙련 인력 유치에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전 세계 고급인력을 흡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우리 국회는 ‘캐나다의 이민을 통한 외국인 우수인재 유입정책’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또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방안으로 적극적인 이민자 고용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다만 실질적으로 우리나라가 캐나다의 길을 따라 걷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캐나다마저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 정책 아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캐나다 당국에 따르면, 최근 이민자들이 일자리가 풍족한 대도시에만 몰려든 탓에 인구 편중이 심해졌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캐나다의 인구 밀집 지역으로 유입된 이민자 수는 60만 명에 달하는 반면 소도시엔 2만1,000여 명만이 유입됐다.
대도시 인구가 급증하자 집값도 치솟았다. 캐나다 캘거리시의 인구가 지난해 전년 대비 3.7% 증가하면서 캘거리시의 주택 가격은 5년간 28%나 뛰었다.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캐나다 내부에서도 정부의 이민 확대 정책이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1960년대 이민 프로그램의 기틀을 다진 바 있는 데이비드 닷지 전 캐나다 은행 총재는 “이렇게 짧은 기간 내 급격한 인구 증가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너무 급히 이민자 수용 정책을 확대한 탓에 적응할 시간이 모자란 상황이다. 되레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자를 받아들이기에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이 아직 따라오질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국적, 피부색, 직업 등에 따른 편견과 차별이 매우 심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줄임말인 ‘외노자’는 온라인 공간에서 멸칭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흑형(흑인), 짱깨(중국인), 똥남아(동남아시아), 개슬람(이슬람권) 등 외국인 노동자의 출신국이나 외모, 종교 등을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표현 또한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 ‘소득은 선진국, 이주민 인권은 후진국’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캐나다의 적극적인 이민자 정책을 인구 정책의 일환으로써 받아들이는 건 좋지만, 그 이전에 국내 시민의식 전환이 먼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