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만 따라선 넘어지기 일쑤, 분산에너지 ‘혼선’ 정리가 정부의 ‘선행 과제’

발전소·송배전 건설 장애물 多, 전기사업자들 고민 깊어져 분산에너지 정책 내놓은 정부·국회,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 “분산에너지 재정의 등 통한 혼선 정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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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에너지의 범위/출처=산업통상자원부

발전소 및 송배전 설비 건설에 장애가 많아지자 전력 소비지 인근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식의 분산에너지 공급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분산형 전원 비중 18.6%를 달성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9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실질적인 분산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해선 몇몇 문제점 개선을 통한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몇 가지 제언을 내놨다.

분산에너지 관심↑, 정부서도 “정책적 지원 이어갈 것”

최근 전기사업자들 사이에서 발전소 및 송배전 설비 건설에 어려움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발전소 및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한 갈등 상황이 증가하고 발전소 및 송전선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감소한 탓이다. 여기에 더해 태양광·풍력 등 제어가 불가능한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계통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망운영사업자와 망관리자의 안정적 전력 수급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편이다.

이에 업계에선 분산에너지 공급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모양새다. 분산에너지 시스템이란 전력 수요지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하는 40메가와트(MW) 이하의 발전설비 또는 500MW 이하의 집단에너지, 구역전기, 자가용 발전설비 등을 뜻한다. 전력 수요지와 가까운 곳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기 때문에 잉여전력 해소와 전력계통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현재 전력시장 제도는 중앙집중형 수요공급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력공급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분산에너지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제도가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3일 국회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을 제정한 배경이다.

분산법 제정 이전에도 정부 차원의 분산에너지 보급 관련 정책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 2015년 말 ‘분산형 자원 활성화를 위한 전력시장 제도개선 컨퍼런스’에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분산지원 활성화를 위한 전력시장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 분산에너지 보급을 통한 특정 자원 과소투자 방지 및 신규 서비스 개발 등 전반적인 정책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월엔 ‘지능형전력망의 구축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립된 ‘제3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며 지능형 전력망의 중심을 ‘분산에너지’에 두기도 했다.

지능형전력망 개념도/출처=산업통상자원부

국회입법조사처 “분산에너지 정책, 아직 구멍 많아”

입법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에 따른 쟁점 사항을 정리, 보다 구체적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방안 마련에 힘을 보탰다. 입법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0년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분산형 전원을 정의했다. 당시 정의된 바에 따르면, 분산형 전원은 전력수요 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의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하의 발전설비다.

이와 관련해 입법처는 현 분산형 전원의 정의는 집단에너지사업이 전기사업 허가의 우회 경로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집단에너지사업법’은 집단에너지 사업 허가를 받으면 동법 제48조에 따라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열과 전기의 생산 비율에 대한 고려 없이 집단에너지를 분산에너지로 지정할 수 있으므로 발전사업자는 열병합발전을 건설할 때 ‘전기사업법’보단 ‘집단에너지사업법’에 근거해 발전사업 허가를 얻는 것을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입법처는 “이렇게 되면 전기본을 거쳐 인허가받지 않은 발전설비가 전기를 판매할 목적으로 전력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전체 발전 설비의 이용률을 하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분산에너지에 대한 정의의 적정성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어 분산에너지 편익의 과학적 계산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입법처는 “분산에너지 증가로 인한 송전선 및 배전선 건설이 감소한다는 실증 근거는 발견하기 어려운 형국”이라며 “분산에너지 편익은 분산에너지 사업자들에 비용을 보조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을 활용한 편익 계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보조금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해당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입법처는 또 지역별 전기요금 산정 근거 공개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과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기판매사업자는 송배전 비용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차등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는 즉 지역별 전기요금 차별에 대한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의미다. 송·배전선의 지역과 행정구역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입법처는 전기판매사업자가 어떤 요금 책정 기법을 적용할 건지 근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 국회 차원에서 판매사업자를 견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산형에너지 비중 높이겠단 정부, “정책 실효성 높여야”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분산형 전원 비중 18.6%를 달성하겠단 목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재생에너지나 통합된 분산자원을 급전(전기 공급) 가능 자원으로 등록해 전력 도매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올 연말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할 방침도 세웠다. 이를 통해 분산에너지 도입 기반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정부는 현재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끝없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외에도 신재생에너지 상계거래,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구역전기사업 허가 등 다양한 제도를 내놓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분산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해선 몇몇 문제점 개선을 통한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게 입법처의 입장이다. 입법처는 △혼선 없는 분산에너지 재정의 △분산에너지사업 전력계통영향평가 실시 △공익 목적 건물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분산에너지의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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