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아파트 주차장 부실시공 논란에 부랴부랴 내놓은 고강도 대책, 실효성은 의문
이한준 LH 사장 “안전 흔들리면 LH 존재 이유 없다” 벌점 높아도 LH 발주 따내는 건설사들, 부실시공 우려↑ 뿌리 깊은 건설업계 전관예우, 근절? 어림도 없다
최근 불거진 LH아파트 부실시공 문제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구책을 발표했다. LH는 건설업계 카르텔을 끝까지 척결하고, 부실시공이 발각되면 곧바로 입찰에서 배제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LH의 대책도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LH, 부실시공사 적발되면 바로 입찰 배제할 것
LH에서 공공아파트 철근 누락 보수 공사를 페인트 도색 작업으로 허위 안내한 사실에 대해 지난 2일 이한준 LH 사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또 공공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서 이권 카르텔과 부실 공사를 근절하겠다며 ▲반(反)카르텔 관련 본부장급 조직 신설 ▲부실시공 업체 입찰 배제 등의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이 사장은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건설 안전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고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관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LH의 미래는 없다”고 강력한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LH가 발표한 ‘반카르텔 공정건설 혁신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건설 현장에서 부실시공 유발업체가 적발될 경우 곧바로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된다. 나아가 중대재해 또는 건설사고가 발생한 업체는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퇴출까지도 고려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으로 LH 퇴직 임직원 근무 업체 위주로 설계·감리 업체를 선정하는 ‘전관예우’가 수면 위로 부상한 만큼 관련 의혹이 불거진 업체 및 관련자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전망이다.
또 경기 남부지역본부에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TF)를 신설해 카르텔이 철폐될 때까지 운영하고, 설계부터 심사·계약·시공·감리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행위를 근절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단계 발주구조 개선 및 설계·시공·감리 전 단계에 걸친 발주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현장 관리체계도 정비할 계획이다.
LH의 강도 높은 자구안에 공공 발주 참여도가 높은 중소형건설사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모든 건설사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전보다 자재와 품질에 신경을 쓰게 되면서 당분간 아파트 건설 시 안전이 확보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벌점 있어도 시공 참여할 수 있다? 예견된 인재
하지만 일각에서는 LH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이미 부실시공·설계·감리가 드러난 업체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책 자체가 ‘앞으로 부실시공이 드러날 업체’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이번에 철근 누락 부실시공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은 업체도 LH의 다른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LH에 벌점을 받았던 건설사 중 상당수가 최근까지 LH 발주 아파트 단지의 시공·설계·감리를 담당하는 발주 사업에 참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건설사업자 및 건설사업관리자 벌점 부과 현황’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철근 누락 공공임대주택 15개 단지 중 13개 단지의 시공·감리·설계업체 23곳이 모두 벌점을 받은 기록이 있다. 벌점 사유는 건설용 자재 및 기계·기구의 적합성 검토 확인 소홀이 2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설계도 단계별 시공 확인 소홀, 시험 장비·건설기술인 확보 미흡, 품질관리계획·품질시험계획 검토 불철저 등이 뒤를 이었다.
일례로 현재 부실시공으로 조사중인 파주운정 A34와 파주운정3 A-23BL 지구 시공사인 대보건설은 최근 5년간 3건의 공사에서 누계 벌점 4.72점을 받은 바 있다. 금호건설(7점), STX건설(5점)에 이어 건설사업자 중 3 번째로 벌점이 많지만 또 LH의 발주를 따낸 셈이다. 또 인천가정2 A-1BL, 남양주별내 A25를 설계한 케이디엔지니어링과 남양주별내 A25, 양산사송 A-8BL, 아산탕정 2-A14를 감리한 목양종합건축사무소 역시 최근 5년간 부실 설계 및 감리로 각각 벌점 6.28점과 3.83점을 받았다.
매번 논란 때마다 내세우던 LH 혁신안, 정말 실효성 있나?
이에 건설업계는 LH의 고강도 대책에 대안을 세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건설업계 부실시공의 대표적 이유인 전관예우 문제가 완벽히 근절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간 LH에서 내놨던 대책들이 대부분 유명무실했던 탓이다. 심지어는 지난 2021년 3월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자사의 사업계획과 연관 있는 지역에 집단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진행한 사건 관련자에게도 전관예우가 있었다. 당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LH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직위 해제된 직원 40명에게 3월부터 9월까지 5개월간 수백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대의 급여를 지급해 왔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LH 측은 전관예우가 아니라 ‘사내 직원 급여 규정’ 13조에 의한 정당한 급여 지급이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LH를 ‘환골탈태’ 수준으로 혁신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부동산 투기라는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막대한 세금을 급여로 지급했다는 사실에 여론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봤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실효성 있는 결과를 거둬들일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LH의 내부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혁신안은 전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문제를 재발하지 않으려면 설계에서 감리까지, 시공사 선정에서 평가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별로 의사결정 과정이나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평가 기준 등에 대한 원인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