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뿌려도 “농촌 안 가요”, ‘헛똑똑이’ 정부의 엇나간 청년농 정책
청년농 유입 장려하는 정부, 정작 청년들은 “글쎄” 응답한 청년들도 ‘중도 포기’, “사실상 지원 정책이 ‘족쇄'” 자료 공개 거부하는 정부, 덮어놓고 ‘쉬쉬’하나
농지은행의 농지 매입 범위가 비농업인 소유농지, 국·공유지까지 확대된다. 농지은행으로 매입하는 농지의 넓이가 넓어지는 만큼 생기는 잉여 농지를 청년농에게 공급함으로써 청년농의 농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막상 청년농의 길을 걷겠단 청년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청년농 지원 사업이 ‘족쇄’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농축산부 “농지은행 매입 범위 확대, 청년농 지원할 것”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개정·공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청년농 등에게 공급하기 위한 농지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농지은행의 매입 대상을 확대한다.
정부는 우선 기존 상속농지 등으로 한정했던 농지 매입범위를 비농업인 소유농지, 국·공유지까지 포함할 예정이다. 농지은행에서 매입한 농지 중 자연재해 등으로 훼손돼 임대하지 못한 농지를 정비할 수 있는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 청년농 등에게 공급할 수 있는 농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지원받은 농업인이 농지은행으로부터 농지를 다시 환매할 경우 환매대금 분할납부기간을 3년 3회 이내에서 10년 10회 이내로 연장한다. 환매 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농업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농지연금 지급기간 종료 후 가입자의 연금 채무상환 방법도 확대한다. 그동안은 현금으로 상환받거나 담보농지에 대한 저당권을 실행(경매)하는 방식으로 농지연금 채권을 회수했으나, 앞으로는 가입자가 원할 경우에는 담보농지로도 변제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농지연금 가입연령 기준이 만 65세에서 만 60세로 인하됨에 따라 가입자 사망 때 연금을 승계받을 수 있는 배우자 연령 기준도 만 60세 이상에서 만 55세로 이상으로 하향 조정한다. 고령 농업인 부부 모두가 종신까지 더욱 두텁게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분히 노력한 정부, 하지만?
정부의 청년농 유입을 위한 노력은 가히 지극정성이라 할 만했다. 지난 1월 정부는 청년후계농 선발 및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창업자금, 기술·경영 교육과 컨설팅, 농지은행 매입비축 농지 임대 및 농지 매매를 연계 지원하고 영농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후계농에게 최장 3년간 월 최대 110만원의 영농정착 지원금을 지급함으로써 청년농 유입을 증대시키겠단 계획이었다.
지난 4월엔 농림축산식품부 차원에서 신규 청년농업인 4천 명을 선발하기도 했다. 당시 선정된 청년농업인들은 최장 3년간 최대 110만원의 지원금을 매달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영농정착지원사업’은 새롭게 농촌에 진입하는 청년들이 초기 정착 시 갖는 소득불안 등의 어려움을 낮출 수 있도록 정착지원금을 월별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만 40세 미만의 영농 경력이 없거나 3년 이하인 이들이 그 대상이다. 지원금 외에도 희망하는 경우 자금 대출이나 농지 임대, 영농기술 교육 등도 지원받을 수 있게 해 청년농의 유입을 적극 장려했다.
돈 안 되는 농업, 떠나가는 청년농들
그러나 막상 지원을 이어간다 해도 농업인의 길을 걷겠다 나선 청년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농업 일은 돈벌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단 사실을 청년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농정착지원금을 받으며 청년농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들 중 중도 포기자가 다수 나오기도 했다. 3년간 영농정착지원금을 받고 의무영농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지원금의 일부를 환급해야 하는데, 의무영농 기간 중엔 다른 소득활동을 병행할 수 없어 어려운 형편에도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3년 버티다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몇 년째 지속되는 농산물값 폭락에 베테랑 농민들마저 이제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막 걸어나가기 시작한 청년농 입장에선, 결국 영농정착지원금마저 ‘족쇄’가 됐다. 한 청년농은 “소득을 내려면 남들처럼 정부 대출금을 받아 빌린 땅에 하우스 농사라도 지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빚 갚으려 빚내는’ 상황이 돼버린다”며 “아예 후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리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청년농으로서 자립의 삶을 꿈꾸던 청년들은 ‘빚내고 빚 갚기’의 현실에 지쳐 비참함을 이기지 못하고 농업을 포기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1차 1,600명, 2차 1,600명 등 총 3,200명의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 중 경영체 등록을 못해 중도 탈락했거나 스스로 포기한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자료 공개를 결사 거부하고 있다. 일각에서 “사실상 덮어놓고 쉬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겉핥기식 청년농 지원 사업은 청년농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덮어놓는다고 덜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투명한 자료 공개 이후 청년농 사업의 문제를 파악하고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