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민간도 꽂힌 K-콘텐츠, 관건은 ‘글로벌 공룡’과의 IP 확보 전쟁?
콘텐츠 시장 육성하는 문체부, 내년 6,000억원 규모 ‘K-콘텐츠 전략펀드’ 조성 민간 투자자들도 줄줄이 콘텐츠 투자 확대, 제2의 ‘오징어게임’을 찾아서 작품 글로벌 흥행한다고 능사 아니다? 국내 작품 ‘IP 확보’에 초점 맞춰야
K-콘텐츠 시장 발전 및 대형 IP 확보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콘텐츠 시장이 글로벌 OTT 공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2024년 6,000억원 규모 K-콘텐츠 전략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다수의 민간 투자자들 역시 ‘K’-콘텐츠 키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대흥행 이후 정부와 시장 모두가 ‘제2의 오징어게임’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양상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단순 일회성 흥행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IP 확보’ 기반을 다지는 데 힘써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징어게임>의 사례처럼 흥행작 IP를 글로벌 플랫폼에 빼앗기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체부 투자 규모 대폭 증가
정부는 올해부터 K-콘텐츠 펀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어왔다. 문체부는 올 1월 ‘모태펀드 문화계정(K-콘텐츠 펀드) 2023년 1차 정시 출자’ 공고를 통해 2,400억 원을 출자해 총 4,1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중점이 된 것은 원천 IP 보유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1,500억원 규모 ‘콘텐츠 IP 펀드’였다. 이외에도 △콘텐츠 중소‧벤처기업의 인수에 투자하는 ‘문화M&A 펀드’ △대표이사가 만 39세 이하이거나 만 38세 이하 임직원 비율이 50% 이상인 기업에 대해 투자하는 ‘유니콘 펀드’ 등 콘텐츠 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이 다수 제시됐다.
내년도에는 K-콘텐츠의 수출로 개척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K-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이 입증된 가운데, ‘수출 강화’ 차원에서 콘텐츠 시장을 육성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오징어게임> 대흥행 이후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K-콘텐츠가 비영어권 국가 콘텐츠 시청 수 1위에 오른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지난 6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내년까지 K-콘텐츠 투자펀드를 확대·조성해 콘텐츠 수출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문체부는 내년 100~500억원대 대규모 콘텐츠 제작과 IP 확보를 위한 6,000억원 규모의 ‘민관합동 전략펀드(K-콘텐츠 전략펀드)’를 신설한다. 문체부와 과기정통부는 6,000억원 중 800억원을 출자하며, 나머지는 산업은행과 민간기업 등이 투자할 예정이다.
민간 투자자들도 ‘K-콘텐츠 키우기’
민간 투자자들도 K-콘텐츠 투자·육성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문화콘텐츠 전문 벤처캐피탈(VC) 대교인베스트먼트는 이달 3일 ‘대교 K-콘텐츠 스케일업 투자조합'(이하 대교 K-콘텐츠 펀드) 결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말 2023년 모태펀드 문화계정 1차 정시 출자사업 ‘K-문화일반’ 분야에 선정된 이후 3개월 만의 조기 결성이다. 대교 K-콘텐츠 펀드는 문화산업 관련 중소·벤처기업에 결성액의 40%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단발성 프로젝트 투자 대신 콘텐츠 제작사 육성을 위한 지분투자에 초점을 맞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장르별 전문 제작사들이 주요 매칭 LP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다수의 인기 예능을 제작한 KBS N △아이돌 기획사이자 드라마 제작사인 판타지 △영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뽀롱뽀롱 뽀로로’를 제작한 오콘 △’반짝반짝 캐치! 티니핑’ 제조사인 삼진인터내셔널 등이 대교 K-콘텐츠 펀드에 출자했다.
가이아벤처파트너스는 올해 모태펀드(문화계정)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K-콘텐츠IP 분야 GP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가이아벤처파트너스는 900억원이 배정된 해당 분야에서 150억원을 출자받으며, 이를 바탕으로 약 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15억원 출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흥행으로 끝이 아니다, IP 확보의 난관
IP 확보를 겨냥한 K-콘텐츠 시장 투자는 <오징어게임>의 대흥행에서 출발했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넷플릭스 측에 IP를 넘긴 국내 제작사는 <오징어게임> 흥행 이후에도 사실상 추가 수익을 누리지 못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자그마치 1조원을 넘긴 가운데, IP를 확보하지 못한 한국 측이 받은 수익은 제작비를 포함해 300억원에 그쳤다.
반면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 제작사인 에이스토리가 IP를 단독으로 보유하고, ENA, 넷플릭스와는 각각 방영권 계약만을 체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흥행 이후 에이스토리는 작품 IP를 웹툰,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각국에서 해외 리메이크 논의가 진행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IP의 입지를 넓혀가는 양상이다.
콘텐츠 시장의 발전은 단순히 돈을 쏟아부어 흥행작을 만드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콘텐츠 시장이 우리나라의 진짜 ‘경쟁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IP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 역시 함께 구축될 필요가 있다. <오징어게임>과 같은 한 번의 ‘대박’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시장이 꾸준히 콘텐츠 IP를 확보하고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