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한우 세트도 가능”, 김영란법 선물가액 상향 조정에 업계 반색

공무원 등 농수산물 선물 가액 상향에 업계 매출 증가 기대감↑ 시행 7년 차 청탁금지법, “사회·경제적 현실 반영 미흡” 지적 이어져 매출 증대 기대에 ‘활짝 웃는’ 농·축산업 vs ‘울상’ 수산업

160X600_GIAI_AIDSNote
김홍일 권익위원장이 22일 대형마트를 방문해 소고기를 구매하고 있다/사진=국민권익위원회

앞으로 공직자 등이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이 대폭 상향되고, 공연관람권을 비롯한 온라인·모바일 상품권도 선물에 포함된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전원위원회는 지난 21일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 등 선물 가액 범위를 조정하는 내용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히며 이같이 전했다. 추석을 앞두고 소비 활성화를 기대했던 업계에서는 숨통이 트였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달라진 소비 패턴, 합리적 조정 필요해”

이번 개정안은 최근 집중된 호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를 비롯해 고물가, 수요급감 등으로 농·축·수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앞서 18일 농·축·수산업계와 문화·예술계 대표,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 등이 참석해 열린 민·당·정협의회에서는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청탁금지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바 있다.

해당 민·당·정협의회 직후 권익위 전원위원회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다각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위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상황과 비대면 선물 문화의 확산 등 달라진 국민의 소비패턴을 반영하지 못한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그동안 10만원(설·추석 20만원)이었던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이 15만원(설·추석 30만원)으로 상향된다. 명절 선물 기간은 설·추석 전 24일부터 설·추석 후 5일까지 총 30일이다. 올해 추석을 예로 들면 9월 29일로부터 24일 전인 9월 9일부터 5일 후인 10월 4일까지다. 그동안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선물 세트를 선보이기 어려웠던 농·축·수산업계는 이번 선물 상한액 상향으로 소고기, 굴비 등 비교적 고가 상품의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공정 관행 개선한 청탁금지법, ‘민생 활력 저하’ 이면도 

올해로 시행 7년 차를 맞은 청탁금지법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며 그간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청탁, 금품수수와 같은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민생각함에서 국민 4,4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인식도 조사 결과에서는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응답자가 91.2%에 달했다.

다만 이같은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각종 사회·경제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민생 활력을 저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됐다. 올해 3월에는 정부·여당이 청탁금지법 개정의 필요성을 들고 나섰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청탁금지법상 식사비 한도를 기존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해달라”고 정부에 정식 건의했고, 대통령실은 “내수 진작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국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시행령을 고수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의 이들은 “청탁금지법의 제정 취지는 깨끗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고, 이는 내수경제 활성화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한 끼 식사가 3만원으로 부족하다는 주장이 국민들의 정서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현희 당시 권익위원장 역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은 경기부양과 공직자 청렴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수라고 강조하는 등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며 시행령 개정은 추진 동력을 얻지 못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이 24일 경북 상주시 상주축산농협유통센터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사진=국민권익위원회

시장 활성화 예상에도 유일하게 웃지 못한 수산업계

기약 없이 미뤄졌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은 지난 7월 부임한 김홍일 권익위원장 체제하에서 다시 동력을 얻었다. 이에 9월 명절을 앞두고 대목 장사 준비에 한창이던 업계는 반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11월 명절 기간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의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는 해당 조치로 명절 기간 한우 도축 물량이 2% 증가하고, 연평균 가격은 3%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약 6,000억원의 경제효과에 해당한다.

이번 개정안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계로는 수산업이 꼽힌다. 최근 이상 기후 영향으로 어획량 감소한 데다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로 소비량 급감하는 등 산업 전반이 침체했기 때문이다. 28일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부산 중구 수협자갈치위판장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개정 관련 부산 수산업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과거 전례를 살펴보면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은 농·축·수산업계의 매출 증대 효과로 이어져 왔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에 적용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수산물은 공산품처럼 공장에서 만들어 낼 수도 없고, 농산물처럼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니 변동성을 반영할 수 있는 유동적 정책이 필요하다”면서도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선물 한도액이 상향된 것은 다행”이라는 다소 씁쓸한 입장을 내놨다.

권익위는 이번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이 2배로 확대되는 오는 9월 5일 이전에 시행돼 실효성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입법 절차를 신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김홍일 권익위원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농·축·수산업계와 문화·예술계 등의 피해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음을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권익위의 엄정 대응 기조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청렴선진국을 향한 범정부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