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으로 비화된 日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이성적 토론’은 어디로

오염수 방류로 ‘공격’하는 野 vs 사실상 日 대변하는 與 과학계서도 논란 많은데, “정치 논란으로 시간 끌 여유 어디 있나” 정쟁의 피해자는 어업인들, “정치색 빼고 피해 대책 마련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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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쿠시마에서 오염수를 방류한 지 229일이 지났을 때의 확산 상황을 나타낸 그림/사진=독일 킬대학교 연구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기피 현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영국의 한 언론인이 “말도 안 되는 우려”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과학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사실상 상대 정권을 향한 ‘공격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태다. 정치권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BBC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없어”

루퍼트 윙필드 헤이즈 BBC 기자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만약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때문에 일본산 수산물을 먹는 것이 걱정된다면, 그 어떤 곳에서 나온 수산물이라도 아예 먹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루퍼트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과 중국 원전들의 삼중수소 방출량을 비교한 자료를 공유했는데, 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 저장성 친산 원전이 방출한 삼중수소는 약 143테라베크렐(T㏃)로 후쿠시마 제1원전이 연간 방류할 삼중수소 총량인 22T㏃의 6.5배에 달한다.

루퍼트는 “중국의 광둥성 양장 원전은 2021년 삼중수소를 약 112T㏃를 방출했고, 같은 해 푸젠성 닝더 원전은 약 102T㏃, 랴오닝성 훙옌허 원전은 약 90T㏃의 삼중수소를 각각 내보냈다”라며 “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서 연간 배출 예정인 삼중수소량보다 훨씬 많다은 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공개한 자료가) 일본 정부의 홍보 자료라고 생각한다면 영국 해협에 방출되는 프랑스 북부 라아그 재처리 시설로부터 나오는 삼중수소량을 보라”며 “그곳은 후쿠시마의 450배에 달하는 양인 연간 1만T㏃를 방류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전력은 지난 24일 오후 1시 3분부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희석해 태평양으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도쿄전력이 방류 첫날 원전 반경 3㎞ 이내 10곳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 농도는 모두 리터(L)당 10베크렐(㏃)을 밑돌며 정상 범위 이내로 조사됐다. 만일 원전으로부터 3㎞ 이내 지점에서 L당 700㏃, 이보다 먼 지점에서 L당 30㏃을 각각 초과하는 삼중수소 수치가 확인되면 방류가 중단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식수 수질 가이드 상의 삼중수소 농도 기준치는 L당 1만㏃다. 도쿄전력은 하루에 약 460톤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한 뒤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일차적으로 오염수 7,800톤을 방류할 예정이다. 도쿄전력은 이런 식으로 향후 30년간 오염수 총 134만 톤을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싸움’으로 변질된 日 오염수 방류

루퍼트가 강조하는 바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정치적인 관점에서 논의됨으로써 과학적인 논의 단계가 소멸됐음을 시사한다. 이는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우리 정치권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무능을 공격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오염수 투기에 맞서 우리의 바다와 밥상을 꼭 지켜 내겠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주장을 괴담으로 일축하며 오염수 방류는 문제없다는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건 이해할 수 있으나,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모두 우리 정부 탓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정략적인 선동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방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놨지만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도 하지 않았고, 일본과 오염수 방류 문제를 협의하지도 않았다. 여러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친일 성향이라서 오염수 방류를 막지 못한다는 주장이 다소 억지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여당의 대응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에만 집중하면서 일본 정부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초유의 소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유통업계가 방사능 검사기를 도입하는 건 비단 민주당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의 오염수 대책을 믿기 어렵다는 국민적 불신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당은 일본 정부의 입장만 대변하면서 국민적 불안감을 제대로 해소해 내지 못했다. 사실상 여당과 야당, 정치권 전반이 만들어 낸 사회적 재앙에 가깝다.

국제원자력기구가 밝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개념도/출처=국제원자력기구

과학계서도 논란인 오염수 문제, “정치권 각성 필요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과학계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문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처리 과정을 두고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알프스)라는 설비로 여과 처리해서 저장되기 전에 대부분의 방사능을 제거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IAEA는 ALPS에 대해 “일련의 화학 반응을 사용하여 오염된 물에서 62개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는 펌핑 및 여과 시스템”이라면서도 “ALPS는 오염된 물에서 삼중수소(HTO)를 제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IAEA와 도쿄전력의 주장과 달리 방사성 핵종 다수가 여과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낸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ALPS 처리를 하고도 방사성 핵종이 60%는 남아 있다거나, 일부에서는 70~75% 남았다고 분석하는 학자들도 있다”며 “여과할 필터의 성능이 제한적이고, 불순물이 많은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들이 처리하지 못한다고 밝힌 삼중수소와 탄소14 외에도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루테늄, 플루토늄 등이 남아 있을 수 있다”며 “한 번 해서 완벽하게 안 되는데, 두 번 세 번 해도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적 토론을 거쳐 이성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돼 감정적인, 쌍방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변질됐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어업인들은 “정치색은 배제하고 급감하는 수산물 소비에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여건과 어업인 피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따른 정쟁이 엉뚱하게도 어업인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하고 보다 이성적인 과학적 토론을 거쳐 나가야 할 시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공격 수단으로 삼는 정치권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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