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천억원 횡령 의혹’ 경남은행 50대 직원 구속,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 문제’ 재차 수면 위로

지난해 우리은행 600억원대 횡령사고 이후 두 번째로 피해 규모 커 ‘100억원대 골드바’ 오피스텔 3곳에 나눠 은닉 횡령 범죄 예방 위해선 ‘준법감시부서’ 인력 늘리고 장기 근무는 제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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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NK경남은행

지난 7년 동안 1천억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의혹을 받는 BNK경남은행 직원이 24일 구속됐다.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과 마찬가지로 고위험 업무에 대한 권한이 특정인에게 몰려있던 점 등 은행권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과 금융당국의 감독체계에 대한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돌려막기 등으로 횡령 금액 더 있을 가능성 있어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윤재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경남은행 소속 투자금융부장 이씨(51)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씨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BNK경남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등 약 404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이 횡령액 가운데 약 104억원을 골드바·외화·상품권 등으로 세탁한 후 오피스텔 3곳에 나눠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의 횡령액은 당초 은행 자체 감사와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562억원 규모로 파악됐으나, 금액이 불어났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은 이씨가 벌인 돌려막기 등으로 지난 7년간 횡령한 금액이 최대 1,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이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진상규명에 집중할 계획이다. 검찰관계자는 “추가 횡령액 및 범죄수익 은닉 규모 등에 관해 철저히 수사하고, 범죄수익 환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씨는 지난 200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하면서 회삿돈을 횡령했다. 업무 과정에서 대출서류를 위조하거나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 자금을 임의로 이체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에는 부실화된 PF 대출에서 수시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가족 명의 계좌에 임의로 이체하며 77억9,000만원을 빼돌렸다. 또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PF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경남은행이 취급하던 자금을 가족 법인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326억원을 빼돌렸다. 지난해 5월에는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자신이 담당하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하기도 했다.

이씨의 범행이 전형적인 횡령 수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은행이 가진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은행권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액 입출금 등의 중요 사항 점검이나 특정부서 장기근무자 순환인사 원칙 배제 등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초 금융당국이 제시한 횡령 예방책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미흡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현재 경남은행은 이씨가 기존 내부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치밀한 수법을 써왔으며, 횡령 의혹이 불거진 즉시 이씨를 업무에서 배제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 등 은행 내·외부 감독 체계의 부실 개선해야

지난해 4월 우리은행에서도 직원 A씨가 7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바 있다. 당시에도 직원 개인 계좌로 거액의 금액이 빠져나갔음에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사실 두 사건 모두 구조조정이나 부동산 PF 등 기업금융 부문에서 벌어졌다는 사실과 더불어 횡령을 저질렀던 직원 모두 장기 근속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8년여간 근무했던 A씨는 특정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는 출자전환과 자산매각, 지분매각, 소송 등의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를 경험했다. 경남은행 이씨 역시 PF 부문에서만 15년간 일하며 유형별 결재 체계 및 부서별 자금흐름을 꿰찼다.

오랜 근무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이들은 내부통제의 허점을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이들이 맡은 업무의 복잡성 때문에 사실상 제3자가 이상징후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결국 은행권의 반복되는 횡령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준법감시부서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지난해 감시 인력은 늘리고 장기 근무를 제한하는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으나, 올해 또다시 횡령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당국을 비롯한 은행 내·외부의 감독 체계의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위 또한 횡령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금감원 감독체계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와 전면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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