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천재소년 백강현의 우울 ④ 키즈 유튜버 백강현

백강현군 부모 “저희가 그나마 할 수 있는 벌이가 이것밖에 없다” 우후죽순 ‘가족 유튜버’, 의도적으로 키즈 크리에이터로 키우기도 美 내년 7월부터 키즈 콘텐츠 수익금 50%는 기금에 적립해야

160X600_GIAI_AIDSNote
사진=백강현 유튜브

‘과학 영재’ 백강현군의 아버지 백씨가 백군이 학교폭력으로 인해 서울과학고등학교를 자퇴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백군의 가족이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백씨는 유튜브가 생계를 위해 “그나마 할 수 있는 벌이”라고 주장하며 “절대 후원을 바라고 이 내용을 밝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씨의 해명에도 “아이의 뛰어난 능력을 부모가 콘텐츠화했다”는 대중의 지적을 막지는 못했다. 특히 영상에는 아이와 어머니가 자주 등장하지만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0살의 소년가장 백강현

백씨는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에 ‘강현이가 당한 학폭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백씨에 따르면 그는 그동안 “강현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지 마라”, “아이를 돈벌이에 이용하지 마라”, “강현이를 방송에 출연시키지 마라” 등의 메일을 주기적으로 받아왔다.

그러면서 “저는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허리를 다쳐 노동력을 상실했다. 저와 강현이는 집사람이 옆에 없으면 굶어 죽어야 할 형편”이라며 “그러니 집사람이 일하러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국가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궁핍한 경제 사정을 토로했다.

이어 “맞다. 유튜브 활동, 수익을 위해 하고 있다. 저는 묻고 싶다. ‘당신이 저희 가족의 생계비를 지원해 줄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끝으로 “절대 후원을 바라고 이 내용을 밝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계속 물고 늘어지는 분들이 있으니 부끄러운 저희 실상을 밝히는 거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고 양해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백강현 유튜브

마크 저커버그의 신중한 육아법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술 업계의 거물이자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두 자녀의 얼굴이 이모티콘으로 가려진 가족사진을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소유주임에도 불구하고 저커버그는 온라인에서 자녀의 사진을 공유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상당한 자제력을 발휘했다.

백군의 사례와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많은 부모들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자녀의 사진·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해 온 행태와도 차별화된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의 202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려 86.1%의 부모가 소셜 미디어 프로필에 자녀의 동영상과 사진을 게시하는 것을 인정했다. 이는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의 합성어인 ‘셰어런팅(Sharenting)’이라는 단어도 등장할 정도로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는 셰어런팅이 어린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우선 자녀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셰어링턴은 아동의 자기결정권 및 초상권 등을 침해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더불어 부모가 무심코 올린 자녀의 사진과 영상으로 말미암아 자녀의 이름이나 거주지 등 개인정보도 노출된다. 아이가 각종 범죄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근래에는 SNS와 영상 플랫폼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아동이 브이로그나 어린이 콘텐츠 등에 출연하며 유명 ‘키즈 인플루언서’가 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얼핏 무해해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유튜브에 출연하는 아동의 놀이 대부분이 순수한 놀이라기보다는 성인의 광고 수익 목적을 위한 ‘놀이 노동’으로 확인된다”고 밝히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게다가 선정적인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아동을 위험하거나 적대적인 환경에 노출시켜 은밀한 ‘아동 학대’에 이르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아동 권리 보호

우리나라에서도 SNS에 등장하는 아동의 권리 보호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국립아동권리보호원은 온라인 콘텐츠에서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발표했다. 해당 체크리스트는 11가지 기준으로 구성돼 있으며, 부모, 편집자, 영화 제작자에게 아동의 권리, 특히 건강, 교육, 휴식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입법 노력도 진행 중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지난 2021년 발의했다. 당시 정 의원은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 영역에서 활동하는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학대 및 착취를 당한다 해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두 법안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류 중이다.

미국에서도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이 퍼지며 관련 법안이 도입됐다.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소셜 미디어에 노출된 아동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되면 18세가 되면 부모를 고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법안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부모는 콘텐츠 수익의 50%를 자녀의 시청 시간에 비례하는 만큼 기금에 예치해야 한다.

박완서 작가의 저서 ‘노란 집’에는 “사람도 너무 눈독이나 손독이 들면 아무리 좋은 자질을 가지고 태어나도 제대로 꽃피기 어렵다는 생각을 요즘 종종 하게 된다. (중략) 어느 틈에 자랄 수 있는 돌파구랄까, 자유로운 통로를 마련해 주는 것도 교육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 사회가 영재들에게 지나친 ‘눈독’과 ‘손독’을 타게 하는 건 아닌지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