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천재소년 백강현의 우울 ② 경쟁으로 얼룩진 서울과학고

온라인 커뮤니티 “백강현 아무것도 못하는 XX” 한 재학생 “방관한 책임 인지하지만 관련없는 학생들 비난은 멈춰달라”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죽어’, 무분별한 정의감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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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백강현 유튜브 및 DC인사이드 캡처

아이큐 204의 만 10세 영재 백강현군이 학폭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뒀다는 주장으로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서울과학고등학교(이하 서울과고)의 한 재학생이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재학생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과학고등학교의 경쟁적 환경

21일 서울과고에 재학 중이라는 A양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튜브 보고 오신 분들, 무작정 욕하기 전에 한 번만 읽어주세요’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학교의 내부 사정을 밝혔다.

A양은 우선 학폭의 진위 여부에 대해 “백군과 관련한 학폭에 대해 모르는 애들이 대다수”라며 “영재고 입시가 많이 고돼서 다른 친구들 간의 교우 관계까지 신경 쓸 시간이 사실 많이 없다. 강현이 아버님의 주장은 나머지 유튜브 영상을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과고의 학업 성취도 경쟁은 유명하다. 대학 진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엄격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출처=DC인사이드 캡처

“12세와 17세란 시간의 간극”

A양은 백군의 아버지가 제기한 ‘학폭 가해자가 백군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만들었다’던 조별 과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설명했다. 서울과고에서 조별 과제는 평범한 학교 과제와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A양은 “조별 과제는 대부분의 자료조사가 학술논문을 바탕으로 이뤄질 정도로 꽤 높은 수준을 기반으로 한다. 대부분의 조별 과제가 임시 논문, 연구계획서 작성 등 상당히 난이도가 높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조별 과제를 수행하는데 강현이는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는 아이였기에 해당 조에게는 작지 않은 패널티였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12세와 17세란 시간의 간극은 무시할 수 없다. 강현이의 재능과 능력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편히 대화를 나누기엔 나이 차가 적지 않아 대입이 걸린 상황에서 선뜻 함께 조를 이루기 어렵다는 입장이 대다수였다. 저희 역시 어린 친구를 책임지고 과제를 해내기에 버거운 고등학생 입시생이었다는 것을 감안해달라”고 부탁했다.

끝으로 자신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현재 해당 학교 학생과 영재고 전체에 대해 무분별하고 부정확한 비난이 쏟아짐에 안타까울 뿐”이라며 “방관했던 저희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인지하지만 아무 관련 없는 학생들을 끌어들여 2차 가해를 하지 말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의 부수적 피해

하지만 누리꾼들은 A양의 주장에 “결국 전부 다 추측에 불과하다”, “자기 학교 명성이 실추되는 게 싫을 뿐 아니냐” 등의 반응을 내놨다. ‘2차 가해’란 피해자가 입는 추가적 피해와 관련해 쓰이는 용어로, 현 사태의 피해자가 A양은 아니니 2차 가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3자가 피해를 입는 것은 굳이 따지자면 ‘콜래트럴 데미지’라는 표현을 빌려올 수 있다. 주로 대규모 군사 공격에 따르는 무고한 민간 피해를 뜻하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부수적 피해’, ‘의도하지 않은 희생’으로 번역되고 있다. 콜래트럴 데미지는 역사적으로 전시 잔혹 행위, 특히 대규모 군사 작전 중 민간인 사상자와 관련이 있다. 이 용어의 기원은 전쟁 중 민간인 사망을 애써 외면하던 행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 사회에서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특정 사안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공유 및 공개되면서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사태의 경우 A양과 같은 서울과고생들은 자신이 전혀 관여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평판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담론이 끊이지 않는 디지털 사회에서는 의도치 않게 무고한 개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스스로는 정의로운 분노 행위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감정에 휩싸이다 보면 때때로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아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불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충동은 자연스럽고 필요하지만 분노가 적절한 방향으로 향하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백군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의 반응이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과 관련 없는 개인에게 미칠 수 있는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자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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