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천재소년 백강현의 우울 ① 신동에서 중퇴자로
돌연 자퇴 선언한 천재소년 백강현 백군 아버지 “학폭있었다” 폭로, 선배맘에게 받은 메일 공개도 선배맘 “학교 명예 실추해”, 누리꾼 “진짜 실추시킨 건 누구?”
멘사 기준 아이큐 204를 자랑하는 신동 백강현군은 만 10세의 어린 나이에 올해 3월 서울과학고등학교(이하 서울과고)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한 학기 만에 자퇴를 결심하면서 그의 학업 여정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백군 측은 자퇴 배경에 대해 “문제 푸는 기계가 됐다.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생후 41개월에 방정식 마스터, 역대급 영재 백강현
2012년 11월에 태어난 백군은 2015년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과 2016년 ‘영재발굴단’ 등 인기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수학 영재’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백군은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쉽게 풀어내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이며 천재성을 입증했다. 백군은 2019년 만 6세에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 2020년 만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지난해 3월 만 9세에 중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올해 초 서울과고에 입학했다.
이후 전교 부회장으로까지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백군이 새로운 학업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하지만 지난 18일 백군은 돌연 자퇴를 발표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같은 반 학우들과 팬들에게 “귀염둥이 백강현이 떠난다”고 말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을 토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백군의 새로운 앞날에 많은 이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등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대두된 학폭 의혹
그러나 그 후 이어진 폭로는 충격적이었다. 지난 20일 자퇴 선언 하루 만에 아버지 백씨가 “어린 강현군이 감당하기 힘든 놀림과 비인간적인 학교폭력을 겪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백씨는 “자퇴 영상 때문에 서울과고 선배의 어머니로부터 협박 메일을 받았다”면서 “서울과고에서 강현이에게 자행된 일련의 사건들을 가슴에 묻고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려 했으나, 모멸적인 메일을 받고 나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백씨가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메일에는 “학교의 이미지를 훼손했다. 초등생이 합격했다고 해서 천재인가 보네 하고 넘어갔다”면서 “그런데 (백군이) 중간고사 전체 과목 중 수학 1문제밖에 못 풀었다고 해서 학부모들이 들썩했고, ‘곧 자퇴하겠구나. 학교에서 시험도 안 보고 뽑더니 학교가 잘못했네’라는 반응이었다”며 백씨의 가족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어 해당 학부모는 “유튜브에 ‘문제 푸는 기계가 되기 싫어서 자퇴했다’고 밝혔더라”면서 “‘전교 꼴등이고 수업을 이해 못했다’고는 말 못 하더라도 최소한 학교 학생들 이미지 떨어뜨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또 “방송과 (자퇴 사실을 알린) 유튜브(영상) 삭제 안 해서 계속 이슈되면 ‘사실 기사’ 나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학교 이미지 실추시키는 거짓말 더 이상 하지 말아주길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백군 측의 첫 입장 발표문을 두고서 아무도 학교 측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학부모의 메일로 말미암아 서울과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마땅히 보호돼야 할 학생 입학전형이나 성적 관련한 정보도 유출되는 학교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로 국내 인터넷 뉴스, SNS, 커뮤니티 등의 반응을 종합한 빅데이터 여론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감지된다. 과학고 연관 키워드로 ‘폭력’, ‘협박’, ‘메일’, ‘선배’가 따라 나온다. 사실상 자식들이 같은 학교 재학생일 뿐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서 ‘선배맘’이라는 기괴한 호칭으로 행세하고 있는 모습을 두고서 누리꾼들이 이를 과고와 연관 짓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백씨 가족의 반박
백씨는 해당 학부모의 주장에 반박하며 백군의 학업 과정이 투명하고 합당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백씨는 백군이 정원 외 전형으로 합격한 것은 맞지만 서류와 1교시 시험만으로 합격한 것이 아니라 똑같이 2~3교시 시험을 치렀고, 정원 외 20명 학생 중 성적순으로 7명 안에 포함돼 합격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1학기 중간고사 전체 과목에서 수학 1문제만 풀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모든 과목에서 점수가 골고루 잘 나왔고, 다른 학생들만큼 잘 본 과목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백군이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더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는데도 풀지 못해 억울해서 울었다. 여러 문제를 풀었고 점수를 받았다”면서 “1학기 기말고사 때는 물리만 제외하고 엄청난 성적 향상을 보여, 일부 교사는 기적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백씨에 따르면 핵심 문제는 학업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학교 폭력’이었다. 가족은 법적 조치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참여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는 “학교 측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랐으나 학교 측의 어떠한 배려나 지원도 없었다”며 “믿었던 교사들에게 가장 실망하고 배신을 느낀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백씨는 “그동안 몇몇 서울과고 선배 학부모들의 악성 댓글과 메시지에 시달렸다”면서 “자퇴를 한 시점까지 이런 메일을 보내야 했느냐. 이제는 제발 그만해달라. 당신이 원하는 대로 아이가 드디어 망가졌다”고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