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 심각한 ‘산단’, 전국 1,276곳 가운데 청년층 비율 13.6% 불과

‘시설, 제도, 인력’ 등 전 분야에서 노후화 진행 중 근로자 안전까지 위협하는 내외부 시설, 매년 ‘사상자’ 발생 ‘디지털전환’ 등 제조업 중심 줄어든 산업구조 반영해 산단 혁신 일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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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전경/사진=인천시

전국의 산단들이 노후화 문제를 겪으면서 젊은 세대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묵은 규제가 만든 편의시설 제한과 오래된 시설 등이 근로환경을 열악하게 만들면서 청년층의 기피 장소로 전락해버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산단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디지털전환, 저탄소화, 안전개혁 등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낡고 부식된 내부 설비, 산단 곳곳에선 악취도

196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버팀목으로 제조업 생산과 고용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산업단지의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산단 1,276개 가운데 37%(471곳)가 20년 이상된 노후 산단으로 집계됐다.

‘삼로(三老)’ 산단이라고도 불리는 노후 산단은 시설, 제도, 인력 등 각종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산단 곳곳에 악취가 풍기는가 하면 공장에 연결된 각종 파이프 등의 설비들이 녹슬고 찌그러진 경우가 대다수다.

협소한 주차장 부지와 지하주차장·주차타워의 부재 등으로 인해 불법주차 역시 만연하다. 새로운 주차시설을 짓고 싶어도 토지 용도 및 고도 제한 등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업종 제한과 같은 규제 역시 편의점·카페 등의 편의시설 입주를 막고 있다.

내부시설도 낡아 오래된 설비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매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산업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21개 주요 국가 산단에서 123건의 중대 사고가 발생했으며, 사상자는 219명에 달한다.

근무 인력의 고령화도 걱정거리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34개 국가산업단지 내 근로자의 53%는 40세 이상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국 산단에 근로하는 230만3,000여 명의 고용자들 가운데 청년층 비율은 13.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후 산단경쟁력 끌어올리기 위해 나선 정부

정부는 노후 산단의 기업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 등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년 이상 지난 노후 산단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노후거점산업단지 경쟁력강화추진위원회를 공동 개최해 과거 ‘2021년 산업단지 대개조 지역’으로 예비 선정된 5개 지역(부산·울산·경기·전북·경남)을 포함한 22곳의 산업단지를 경쟁력강화사업지구로 지정했다. 경쟁력강화사업지구로 지정된 산업단지에는 입주 업종의 고부가가치화, 기업지원 서비스의 강화, 기반·지원·편의시설의 개량·확충 등을 통해 산업입지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 지원 예산이 투입된다.

아울러 지난해 국회에서도 노후 산단을 개선하기 위한 ‘노후국가산단 특별법’이 발의됐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해당 특별법에는 △5년마다 노후국가산단의 안전관리와 지속가능성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 △산업단지 관리권자가 노후 국가산단의 인프라개선 및 노후설비 개선 및 종사자 안전 지원 등의 시행계획이 담겼다.

당시 김 의원은 “국가산업단지는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31.3%, 수출의 28.3%, 고용의 21.1%를 책임지고 있지만, 노후화된 설비로 인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 노동자들은 국가산단이 ‘죽음의 화약고’가 된 것 아니냐는 불안 속에 일을 하고 있다”면서 “특별법을 만들어 노후 국가산단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을 통해 국가산단 대개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홈페이지

미래세대가 원하는 산단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일각에선 노후 산단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이 전통 제조업 비중이 줄어든 최근의 디지털 시대에 맞게 설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인력 구조 전반에 생긴 변화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도 국가와 기업들의 정책 대응이 기존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열린 ‘글로벌 경제동향과 기업의 대응’ 강연에서 “우리나라는 제조업의 양적 증대만큼 기술 발전도 중요하고 제조업 관련 서비스업도 키워야 하지만, 중국의 부상에 따른 대중국 수출 호황으로 산업구조 개편에 대해 노력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시기에 구조조정 필요성에도 이를 하지 않았던 위협이 지금의 미중 갈등과 겹쳐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산단의 구조적 개선 방향으로 디지털전환(DX) 외에도 ESG적 요소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부가 발표한 ‘산업단지 혁신 종합대책’에서도 산단 혁신의 핵심 키워드로 저탄소, 근로·정주 여건 개선, 안전강화 등이 꼽혔다. 산단공 관계자는 “산단이 다시 한번 국가경제 핵심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청년과 미래 세대가 일하고 싶은 터전이 돼야 한다”면서 “산단의 브랜드화와 같은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은 물론, 단기적으론 근로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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