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꿈틀’하자 증여 급감? “다주택자에게는 여전히 매력적”
올 상반기 증여 비중 9.2%, 2019년 하반기 이후 가장 적어 과세표준 기준 변경으로 세부담 늘자 증여 급감 “제 값 받고 팔겠다”인식 확산, 다주택자는 신중해야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3년 반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여 관련 취득세가 오르며 커진 세금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폭락을 거듭하던 아파트 매매가가 최근 반등을 기록하자 ‘기회를 노려 제값에 팔겠다’는 심리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 꿈틀대자 증여 급감
14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정보시스템(R-ONE)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4만4,783건 중 ‘증여’를 원인으로 하는 거래는 총 4,107건으로 9.2%를 차지했다. 이는 8.4%를 기록한 2019년 하반기 이후 가장 낮은 비중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래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4.2%, 13.8%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한 바 있다.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고점 인식과 함께 연이은 금리 인상 등이 거래 절벽을 야기한 가운데, 매매를 포기한 다주택자 중 상당수가 사전 증여 형태로 자녀 등에게 집을 물려주는 사례가 증가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2월에는 개정 지방세법 시행 전 절세 효과를 노리는 이들로 인해 29.9%의 높은 증여 비중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 거래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까지 ‘시가 표준액’을 기준으로 했던 과세표준을 올해부터 유사 매매사례가격을 비롯한 ‘시가 인정액’으로 바꾸기로 하면서다. 유사 매매사례가격은 동일 단지에서 해당 물건과 공시가격 및 전용면적의 차이가 5%를 넘지 않는 유사자산의 매매가액을 의미한다. 세금 징수를 목적으로 공시하는 시가표준액은 통상 실거래가보다 30~50%까지 낮게 공시된다. 취득세는 과세표준에 취득세율을 곱해 산출하기 때문에 과세표준 기준이 높아지면 당연히 취득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시가가 15억원, 공시 가격이 10억원인 아파트를 증여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까지는 공시 가격 10억원에 세율 3.5%를 곱한 3,50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지만, 올해부터는 시가인 15억원에 3.5%를 적용한 5,250만원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세금 부담까지 커질 위기에 놓이자, 오랜 시간 증여를 망설이던 다주택자들은 하나둘 증여 절차를 밟았다.
입주율·매매수급지수 상승, 집값 상승세 지속
이같은 분위기는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가득했던 올해 1, 2월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3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증여 관련 취득세 부담이 커지고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조금씩 재개되며 증여 대신 매매를 선택하는 사람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3월 10.3%를 기록한 전체 거래 중 증여 비중은 4월(6.1%)과 5월(6.3%), 6월(7.3%) 3개월 연속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사 철을 맞이한 4월과 5월부터는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 흐름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을 아파트 입주율 등 지표로 가늠한다.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많은 수분양자가 계약을 파기하거나 입주를 늦추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이 집계한 아파트 입주율에서 서울 아파트 입주율은 4월 81.9%, 5월 86.7%로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주산연은 “아직 완벽한 회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은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5월 22일 1년여 만에 상승 전환에 성공한 후 12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8월 첫째 주(8월7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9% 상승했으며, 매매수급지수는 88.5로 전주(88.3) 대비 0.2P 올랐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의 비중을 수치화한 것으로, 이 수치가 100에 가까워질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매시장의 회복력을 이끄는 아파트 거래 증가 움직임과 고가 지역 상승세, 투자 성격이 강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 탄력 등이 포착된다”며 “시세보다 낮은 급매물을 찾으려는 수요층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값 급등 가능성은 ‘글쎄’, 혼인 공제 확대로 증여 메리트 여전히 커
최근 3년간 증여 거래의 급증 원인이 아파트 가격 하락에 있었던 만큼 가격 상승이 시작된 시장에서는 ‘어차피 세금 부담도 커졌는데, 기회를 노려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7%대에 육박하는 높은 금리는 집값의 상승세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 전문가는 “과거 부동산 가격 급등 사례를 살펴보면, 당시 시장 환경은 0%대의 기준금리였다”며 “지금은 그때와는 확연히 다른 상황인 만큼 급등까지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세법 개정안 역시 주택 처분을 앞둔 이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혼인신고 전후 각 2년(총 4년) 이내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 존속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는 경우 1억원을 공제하는 내용의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가 포함되면서다. 해당 공제는 성인 자녀가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을 때 적용되는 기본 한도 5,000만원에서 추가되는 것으로, 총 1억5,000만원까지 공제 범위가 넓어진 효과를 낳는다. 각종 부동산세 중과 대상인 다주택자들의 경우 하루라도 빨리 주택을 처분하는 것이 보유 과정은 물론 처분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넓어진 공제 효과의 증여를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절세 방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