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국가주의와 확전적 전략, 중국 외교정책에 대한 오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경제발전’ 최우선 과제 미국 등 경제대국과의 관계에선 대응수위 조절 대중 외교에서 중국의 실용주의 관점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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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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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정부가 외교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실제 중국의 외교정책을 살펴보면, 때로는 국가주의적 관점을 수용하면서 때로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례가 있다.

사진=East Asia Forum

중국 외교 정책, 자국 이익과 국민 지지 우선 고려

일반 대중들은 실제 중국의 외교정책에서 국가주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각국의 정부 관계자나 학계 전문가들조차도 왜 중국 정부가 특정 국가와의 외교 관계에서는 국가주의자들이 요구하는 과격한 확전(escalation) 전략을 취하면서도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이슈를 대응함에 있어 국민의 지지와 자국의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국 우선주의적 요소들이 국제사회에서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수용가능한지 먼저 고려한다. 만약 현재의 외교적 상황이 국민들의 국가주의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사회적 불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면 중국 정부는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의 불만을 진화하기 위해 특정 국가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난 1999년 코소보 전쟁(Kosovo War)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유고슬라비아 내 중국 대사관을 폭격해 3명의 중국기자가 사망하고 대사관 건물이 파괴됐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 외교공관이 습격당하는 등 반미시위가 거세졌다. 중국 외교부는 NATO를 대표하는 미국 정부에 ‘중국 주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강력 항의한데 이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NATO의 야만행위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등 확전적 대응전략을 고수했다.

이후 2012년 9월에는 일본 정부가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내 일본인 소유 섬 3곳을 국유화하기로 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깊어졌다. 중국 정부는 ‘자국 영토에 대한 일본의 조치는 불법이며 무효’라고 즉각 대응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국 연방하원의장이 대만 방문하자 중국 외교부 등은 비판 성명을 쏟아냈고 인민해방군은 이날 밤 대만 해역에서 실탄사격훈련에 나서며 군사적 압박을 강화했다.

항상 확전적인 국가주의 전략을 강조하지는 않아  

하지만 양국의 긴장을 확전시킨 일련의 사건들처럼 중국 정부가 늘 이같이 과격한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양국간의 갈등이나 충돌없이 상황을 조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확전 전략보다는 대응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제 발전은 중국 외교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주된 영향을 미쳤다. 1978년 개혁·개방(改革開放) 당시 중국 정부는 경제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같은 기조를 반영해 중국은 특정 국가와의 외교 관계가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양국의 협력을 촉진하고자 갈등이나 분쟁을 원만하게 처리하고자 노력했다.

지난 2001년 하이난섬에서 발생한 전투기 충돌사고가 이같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미국 정찰기와 충돌한 중국 전투기가 두동강이 나면서 조종사가 사망했다. 반면 미국 정찰기는 인근 공항에 불시착했고 승무원들은 중국 정부에 생포됐다. 당시 중국은 확전하지 않고 미국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재개했고 생포된 승무원들은 사고 발생 10일만에 석방돼 미국으로 귀환했다. 올해 2월에는 중국의 정찰용 무인 풍선이 미국 상공에서 발견돼 격추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때도 중국 정부는 미국에 대해 확전 조치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특정 국가와의 외교 관계가 확실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지 않더라도 늘 확전을 최우선 조치로 취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해당 사건이 자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인지 판단해보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과도한 국가주의적 전략을 채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조치가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해 결국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외교적 문제도 경제적 가치 고려해 대응 수위 조절

설사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라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중시한다. 지난 2016년 중국과 필리핀간 벌어진 남중국해 분쟁에서 중국 정부는 필리핀에 대해 외교·군사·경제적 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양국 관계의 큰 전환을 가져왔다. 두테르테 대통령 방중 기간 동안 양국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정 사항을 보류하는데 합의하면서 보다 광범위하고 심화된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후계자로 알려진 멍완저우 체포 사건은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중국의 외교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지난 2018년 12월, 멍완저우(Meng Wanzhou)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이란 커넥션에 연루된 HSBC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은 과정에서 대이란제재법 위반한 혐의로 당시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정부가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실제 중국 대중들은 멍완저우와 정부에 대해 공개적인 지지를 나타냈지만 결국 중국은 미중 관계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적극적인 대응을 피했다.

반면 캐나다와의 관계는 경제적으로 미국 만큼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했다. 당시 멍완저우의 체포는 중국과 서구 국가간 기술 전쟁의 맥락에서 발생한 것으로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사건이었다. 멍완저우의 석방과 관련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중국 정부는 캐나다의 대북사업가 2인을 억류하고 간첩혐의로 11년형을 선고하는 등 외교적·경제적으로 강력한 보복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조치는 캐나다 정부에게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했고 양국은 결국 사건 발생 1,000여일만에 멍완저우와 대북사업가 2명을 석방하는데 합의했다.

중국의 외교정책은 겉으로는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복잡한 계산이 존재한다. 중국은 외교 갈등이 자국의 정치적·사회적 안정을 위협하지 않는 한 극단적인 국가주의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국의 관계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면, 확전을 자제하고 대화와 협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자 한다. 따라서 주요국 정부는 대(對)중국 외교에서 이같은 실용적인 관점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주의적 맥락에서만 접근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Nationalism’s questionable influence in China’s responses to international incidents

In recent years, there has been a prevalent discourse which suggests that nationalism has emerged as a key driving force behind China’s foreign policy, particularly in international incidents and crises. But China’s actions on the global stage exhibit a range of responses to nationalism in different incidents — at times embracing it and at other times adopting a more detached approach.

A view of Chinese flag flying at the Consulate General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New York, United States, 27 July 2020 (Photo: Reuters/Anthony Behar).

Policymakers, academics and the general public lack a clear understanding of the role Chinese nationalism truly plays. Why and under what condition would the Chinese government choose to escalate as nationalists require in some state-to-state international incidents, but not in others?

When the Chinese government responds to international incidents, its primary concern lies in garnering public support while safeguarding national interests. Policy formulation is significantly influenced by legitimacy concerns, of which economic development and nationalism hold paramount importance.

When decisionmakers perceive nationalist sentiments are likely to bring political and social instability, external escalation measures will be taken to safeguard China’s interests and pacify domestic discontent.

For instance, during the Kosovo War in 1999, NATO bombed the Chinese Embassy in Yugoslavia, resulting in the loss of 3 lives and injuring 27 individuals. In September 2012, despite repeated warnings from China’s leadership, the Japanese government ‘nationalised’ the disputed Diaoyu/Senkaku Islands. In August 2022, US House of Representatives Speaker Nancy Pelosi visited Taiwan despite China’s strong opposition. All three incidents damaged China’s national dignity and sovereignty and brought overwhelming nationalist sentiments to the fore — which prompted China to swiftly respond with robust escalating countermeasures.

These incidents caught global attention. But China did not escalate in many other cases. Of course, reacting without escalation does not mean ‘doing nothing’ externally, as appropriate countermeasures targeting the other country in international incidents are expected.

China’s priority in developing its economy explains its rationality and restraint in handling many contentious incidents. After the 1978 reforms, economic development has been the government’s central task. When diplomatic relations hold significant economic value, China strives to handle incidents smoothly to foster active cooperation.

During the 2001 Hainan aeroplane collision incident, China did not escalate, and resumed active dialogue with the United States once its demands were met. In the 2023 ‘balloon incident’, China again did not escalate against the United States, despite its strong opposition to the US military’s strike.

Even if a diplomatic relationship holds low economic value, escalation is not China’s first choice. Empirical evidence demonstrates that the government will assess whether the incident harms China’s core interests. If not, it will usually not excessively cater to nationalism. This is because such actions may lead to unnecessary disputes and negatively impact diplomatic relations.

Even if China’s core interests are harmed, reaching an agreement to resolve an issue becomes crucial. During the 2016 South China Sea arbitration case, China initially imposed diplomatic, military and economic sanctions on the Philippines. But China’s policies began to moderate after the new Philippine president Rodrigo Duterte visited China. During Duterte’s visit, China and the Philippines reached extensive and in-depth cooperation agreements under the consensus of shelving the arbitration, resulting in a significant turnaround in China–Philippines relations.

Canada and the United States’ arrest of Huawei’s Chief Financial Officer Meng Wanzhou in December 2018 was a critical case. During this incident, the Chinese public ‘rallied around the flag’, leading to increased public support for the government. China’s relatively restrained response to the United States can be attributed to the substantial economic value of the Chinese–US relationship.

The value of the Chinese–Canadian relationship was not as significant. Meng’s arrest was viewed as part of the West’s technological war against China, posing a threat to China’s core interests. When China and Canada failed to reach an agreement regarding Meng’s release, China took significant diplomatic and economic measures to escalate the situation. These actions exerted immense pressure on the Canadian government and eventually contributed to the agreement to release Meng and the detained ‘two Michaels’. This brought an end to this international incident, which lasted for more than 1000 days.

Contrary to assertions that suggest China blindly caters to nationalism, the reality is far more complex. Unless an international incident threatens political and social stability, China rarely resorts to escalation measures that cater to nationalism. This is because China emphasises the economic value of diplomatic relations and, when non-core interests are harmed, China usually refrains from escalating. China also seeks to resolve disputes through achieving agreements it supported.

The Chinese government responds to nationalism with pragmatic actions rather than widely perceived instrumentalist policies — and it is misleading to exaggerate the role of nationalism in China’s foreign policymaking.


 이 기사의 저자 첸차오 량(Chenchao Lian)은 옥스퍼스대학교(Oxford University) 국제관계학(International Relations)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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