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 ‘역대급 세수 부족’, 상반기에만 재정적자 83조원

관리재정수지 적자 83조원, 연간 적자 예상치보다 25조원 많아 상반기 ‘국세 세수’ 연간 목표치의 ‘44%에 그쳐,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도 영향 사상 최대 세수 결손 우려, 경기 회복에 기대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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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수지 추이/출처=기획재정부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에 올해 상반기 83조원의 적자액이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 및 국민연금·사학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대표적인 나라살림 지표다. 경기 둔화로 세수가 줄면서 연간 적자 전망치보다 적자폭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올해도 대규모 재정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세 수입 ‘40조원’ 가까이 줄어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관리재정수지는 83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 본예산에 반영한 연간 적자 예상치(58조2,000억원)보다 24조8,000억원이나 많다.

2019년만 해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4조4,00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지출이 크게 늘자 2020년에는 112조원까지 폭증했다. 이후 전 정부의 완화적인 재정책이 지속되면서 연간 100조원대 재정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약간의 회복세를 보였다.

한편 이 기간 정부 총지출은 35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조7,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사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지출이 많았던 탓이다. 정부 총수입도 296조2,000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38조2,000억원 줄었다.

재정적자가 확대된 데는 국세 수입이 같은 기간 39조7,000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올해 상반기 국세 세수는 178조5,000억원으로 정부 연간 목표치의 44.6%에 그쳤다. 이는 추경 예산 기준으로 지난해 6월보다 10.4%p 낮은 수준으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을 중심으로 세금이 덜 걷힌 셈이다.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한 정부 “하반기 추경 없어”

상반기 적자폭이 예상치를 웃도는 배경으로 상반기 정부 지출이 유달리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올 상반기에만 중앙재정의 60%인 약 383조원을 풀며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 조기집행을 본격화했다.

당시 정부는 국민 주거 안정, 에너지 및 교통·물류 필수 인프라, 국정과제 추진동력 마련 및 민생안정을 위한 사업 등에 지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 경기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 재정을 미리 투입해 경기 침체를 막으려는 의도였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정부가 재정 전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하반기 재정을 상반기로 당겨서 집행한다는 것은 경기를 방어하고 싶은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올해 경기 흐름이 상저하고란 인식하에 상반기에 경기를 좀 더 뒷받침하겠단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상반기 지출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함에 따라 올 하반기 추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기재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재정증권 발행도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 부채를 늘리는 건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미래세대 약탈’에 어긋난다”며 “추경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없다”고 전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하반기 경제 회복의 걸림돌 ‘세수 부족’, 정부 대책은?

추경에 대한 논의는 둘째 치고 현재 국가 재정에서 가장 우려를 사는 부분은 단연 세수 부족이다. 작년과 같은 추세로 올 하반기가 지나간다면 올해 세수는 세입예산(400조5,000억원)보다 44조2,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하반기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해 세수 부족 규모가 더 확대될 거란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 우려에 더해 경제 회복 흐름까지 더디다면 정부의 예상과 달리 ‘상저하저’가 나타날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2023년 8월 KDI 경제전망 수정’를 발표하며 하반기 세입 여건 악화를 경제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히는 ‘세수 펑크’로 재정지출이 줄어들면 국내 수요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면서 “세수 기반 악화 요인이 심화된다면 성장률은 1.5%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세수 펑크 우려에 기재부는 지난해 예산을 집행하고 남은 세계잉여금과 여유기금 활용을 통해 부족분을 메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6조248억원으로 지방교부세와 국가채무 상환 등을 제외한 실제 가용 금액은2조7,511억원이다. 이외에도 활용도가 낮은 사회보험성 기금과 계정성 기금을 제외한 사업성 기금의 여유자금은 지난해 기준26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기금의 여유자금을 모두 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정증권 상환 등에 쓰이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재원까지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정확한 세수 부족분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 달 초 재추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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