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발 반도체 쇼크가 탈중국 속도 높여, 한국까지 떠나자 중국은 ‘울고 싶다’

부동산 시장·내수 위축 부담으로 작용, 외국인 중국 투자 급감 외자 빠져나간 중국 증시 ‘썰렁’ 디플레이션 우려 현실화 인민은행 “시장 안정 위해 노력할 것”, 투자자들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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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외자 유치와 증시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외국 기업들과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년 반 사이 중국 자본 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한국 돈으로 250조원에 달하는 등 중국 경제는 악화 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역 전쟁에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 전반으로 확대됐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외국 기업들의 탈(脫)중국 행렬은 최근 불거진 화웨이발 반도체 논란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사업 축소를 검토하던 다수의 외국 기업이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중국 사업 철수를 서두르면서다.

중국 견제 발언에 수위 높이는 미국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19일(현지 시각)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의 반도체법 1년 평가 청문회에서 “우리는 중국이 7나노미터(nm) 반도체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중국의 통신기기 제조사 화웨이의 최신형 스마트폰에 탑재된 해당 반도체의 성격과 화웨이가 해당 반도체를 확보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각종 정보들을 확보할 수 없도록 갖은 방법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하며 “어떤 기업이든 우리가 내세운 수출통제를 우회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찾을 때까지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 14nm 이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장비 수출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고사양 반도체를 사용한 스마트폰을 깜짝 발표하며 미국의 수출 통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 정부는 이날 청문회에서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최종안이 곧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발표된 가드레일 초안은 미국의 자국의 반도체법 관련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향후 10년 안에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를 5% 이상(범용반도체 10% 이상) 늘리거나 ‘우려 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과 계약 등을 체결하면 보조금을 반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러몬도 장관은 “미국이 지급하는 지원금 중 단 1센트(약 13원)도 중국의 기술력에 도움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외국 기업·자금 대규모 이탈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미국 정부가 중국 견제에 대한 강도를 갈수록 높이자 지난해 시작된 외국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같은 탈중국화는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자랑하는 미국 기업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가 지난해 7월 중국에 파견된 직원들에게 출국 준비를 통보하며 본격화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KLA와 램 리서치가 중국 국영 반도체 생산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파견했던 엔지니어들을 철수시킨 데 이어 AMAT도 남아있는 주요 인력들에게 서둘러 귀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외국 기업뿐 아니라 외국인 자본도 대거 빠져나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증시가 고점을 찍은 2021년 12월 이후 올해 6월까지 중국 자본시장에서 유출된 외국인 자금은 약 1조3,700억 위안(약 250조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을 종합한 수치로, 중국 부동산 시장과 내수 위축 등이 외국인들의 중국 투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국은 외국 기업과 자본이 대거 빠져나간 시장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며 암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는 전날(21일) 1.5%까지 떨어지면서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상해종합지수도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중국 내에서는 1980년대 미국의 강한 수입 규제 정책으로 극심한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신뢰 회복까지 갈 길 먼 중국, 한국도 놓쳤다

한국 기업들도 탈중국 행렬에 참여했다. 롯데그룹을 필두로 한 우리 기업들의 탈중국 흐름은 아모레퍼시픽,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등으로 이어지며 본격화했다. 이들 기업은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으며 이 외에도 미·중 무역 갈등,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강화된 환경 규제 등을 이유로 중국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중국 사업 축소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정점으로 치달은 미·중 갈등의 원인으로 꼽히는 반도체 기업들도 이같은 움직임에 가담했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점진적 중국 사업 축소에 나선 결과 현재 중국에 운영하는 공장은 시안 반도체 공장과 쑤저우 가전 공장, 반도체 후공정 공장 단 3곳으로 줄었다. 2017년까지 3만 명대 중반을 유지하던 중국 내 임직원 수도 2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 또한 다롄 낸드 공장 운영체제 재검토에 돌입했다.

우리 자본의 대중국 투자도 축소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중국 해외직접투자액은 5억7,000만 달러(약 7,600억원)로 1년 전과 비교해 53.3% 줄었다. 대중국 투자는 지난 1분기에도 89.2% 급감한 바 있다. 계속되는 외국 자본의 유출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시장 내 유동성을 합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지만,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외국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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