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꺾이자 ‘독감’이 말썽, “학교 등 밀집지역 감염 위험성 낮춰야”
독감 의사환자분율 1,000명당 13.1명, 유행 기준 2배 달해 예방접종 중요도 ↑, 관련 지원도 ‘속속’ “백신 ‘제 시기’ 맞는 게 중요, 보다 적극적인 지원 필요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시기가 본격 도래한 가운데 어린이·청소년을 중심으로 환자 수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독감 유행 주의보가 1년 이상 지속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지역 소아과 병의원 등에서의 독감 예방접종이 권장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예방접종 지원도 이어지는 추세다. 다만 일각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가 조금 더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감 유행 주의보, 독감 입원 환자도 늘어
22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37주차(9월 10~16일)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13.1명으로 유행 기준(6.5명)의 2배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올해 29주차 17.3명까지 늘어났다가 여름철을 맞아 35주차에 10명까지 6주 연속 감소했다. 그러나 9월 들어 2학기 개학 등과 맞물리며 36주차 11.3명→37주차 13.1명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7~12세 연령대는 30.8명으로 유행 기준의 약 4.7배, 13~18세는 20명으로 3.1배에 달했다. 1~6세 연령대는 14.4명, 19~49세는 11.7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잠잠하던 독감은 지난해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인 이래로 장기 유행을 이어가고 있다. 7월 중순 이후 7주 연속 환자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 절기 유행 기준(1,000명당 4.9명) 밑으로 떨어지진 않아 결국 지난해 유행주의보가 해제되지 못한 채 이달 15일 유행주의보가 새로 발령됐다. 2023-2024 절기 들어 호흡기 검체 중 독감 바이러스는 총 31건 검출됐다. 전체 검체 대비 검출률은 4.7%다. 37주차 호흡기검체 324건 중 253건(78.1%)에서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아데노 바이러스가 38%로 가장 많고 리노바이러스가 14.8%로 그 뒤를 이었다. 독감 원인 입원 환자는 104명(6.8%)으로 1주 전(64명)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접종 지원 나선 정부, 지자체도 발 벗고 나섰다
독감 유행과 관련해 대한아동병원협회 학술 부회장인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은 “멀티데믹은 다수의 바이러스가 동시에 확산되는 상황을 의미하며 이는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다른 감염병이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면서 “코로나 이후 장기간의 격리 생활이 다양한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군집 면역력을 약화시켰고 이는 역사에 없던 코로나19, 인플루엔자, 아데노바이러스 등의 연중 유행을 유발했다. 따라서 독감 예방 백신의 접종의 중요성은 그 어느 해보다도 부각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는 유사한 증상을 가지고 있어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으면 전염병 확산을 줄일 수 있다”며 “의료 시스템에 주는 과부하를 줄일 수도 있어 독감 예방접종은 모두의 안전을 위한 필수 조치”라고 힘줘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독감에 대비한 어린이 국가 무료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2회 접종 대상인 생후 6개월 이상, 13세 미만 어린이부터 접종하고 1회 접종 어린이는 내달 5일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임산부도 1회 접종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내달 5일부터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이외 고령층은 나이가 많은 순서대로 순차 접종받을 수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예방접종 지원을 하고 나섰다. 가평군은 군 자체 사업으로 2년 연속 10대 청소년과 50대 장년 군민을 대상으로 독감 무료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평군 관계자는 “올해는 사회보장협회에서 결정한 일부 군민만을 무료 접종으로 확대했지만, 내년에는 백신 수급 체계 개선 등을 통해 전 군민이 독감 무료접종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각서 ‘지원 부족’ 지적도, “감염 위험성 높은 밀집 지역에 집중해야”
전문가들은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제 시기’에 맞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의료 전문가들은 “독감 예방접종은 가을에 하는 게 가장 좋다”며 “본격적인 독감 시즌이 겨울인데, 독감 백신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신체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있는 65세 이상 고령층, 생후 6개월~59개월 소아, 임신부, 만성폐질환자, 만성심장질환자, 당뇨환자 등은 독감에 걸렸을 때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독감 유행 시기 이전에 예방접종을 받는 게 권장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 차원의 예방접종 지원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 차원 무료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긴 하나,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돼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는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에도 전 국민 독감 예방접종 지원을 예산 문제로 기피한 바 있다. 당시 야당은 “무료 접종을 기다리다가 접종 시기를 놓치면 감염 위험이 있다”며 전 국민 예방접종 지원을 강조했지만, 여당은 “독감 유행 기간 내 백신 추가 접종은 불가능하며, 현재 비축된 물량으로도 독감 지역사회 유행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당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3월에 독감백신을 얼마나 준비할지 여러 차례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최대 60% 확보가 충분하다고 본다”며 “전 세계적으로 국민 절반 이상이 독감 예방접종을 한 국가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감 백신은 지난해 210만 도즈, 지지난해 270만 도즈를 준비했다 너무 많아 폐기한 바 있다”며 “폐기되면 반드시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음에도, 올해는 과잉이란 질책을 받더라도 혹시 모자랄 수 있는 사회적 불안을 고려해 500만 도즈를 준비했다. 더 이상 독감 백신은 논쟁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당시 여당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는 지점이 많다. 다만 국민 건강과 관련이 깊은 사안에 회피적인 모습만 보였다는 오해가 남을 수 있을 만한 부분은 다소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전문가들도 언급했듯 지역 사회 유행을 막기 위해 구태여 전 국민 백신 접종을 이뤄낼 필요는 없다. 다만 학교 등 밀집 지역에 대한 감염 위험성은 충분히 높은 만큼 관련 논의는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