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원 “지방소멸 위기, 국제협력 네트워크와 지역산업 연결해 극복해야”

기존 독립 운용하던 50개 센터, ’10개 지역본부’로 총괄 운영 맡는 체제로 전환 ‘국제협력 강화’에 따른 지역과 지역본부의 기술 경쟁력 상향도 기대 한계 드러난 지역 균형발전 정책, 인구수는 물론 ‘인구구조 변화’에도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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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목 생기원 원장이 18일 대덕특구기자단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이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10개 지역 연구소·본부 중심으로 맞춤형 기업 지원에 나선다. 생기원 울산본부는 수소, 대구·경북본부는 모빌리티 등 지역의 특화된 산업을 지원하는 식이다. 또 국제협력 특화사슬 네트워크를 강화해 국내 지방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맡도록 할 계획이다.

각 지역본부가 담당 지역의 인구 구조변화 등의 문제도 연구할 계획

이상목 생기원 원장은 19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기존 독립적으로 운영됐던 50개 센터를 10개 지역본부가 총괄 운영 맡는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89년 설립된 생기원은 중소·중견기업의 제조 혁신 지원에 주력해 온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으로, 현재 연구소 3곳과 지역본부 7곳, 특화센터 40곳이 전국 산업단지에 산재해 있다.

10개 지역본부를 통합 운영하는 방식의 이번 조직화는 뿌리산업기술, 융복합생산기술, 청정생산시스템기술 등 연구소 3곳의 중점연구 분야를 지능화 생산기술, 인간중심 생산기술, 지속가능 생산기술로 전환한다. 특히 각 지역본부가 담당 지역의 미래를 위한 연구에 집중하면서 지역 소멸이나 인구 구조 변화 등의 문제를 지역과 함께 연구할 계획이다.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국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이를 지역본부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연결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인위적으로 본부나 센터를 줄이는 게 아니라 지역 메가트렌드 산업을 잘 분석해 기능·역할을 재조정하겠다”면서 “10개 지역 메가트렌드 산업을 미국·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4개 해외사무소와 협력한다면, 지방소멸 위기 극복과 현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국제협력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지역소멸 위기더욱 심각해질 전망

현재 우리나라에선 인구감소와 인구구조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 2020년 처음으로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도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수도권으로 전입하는 청년들의 전입 시기(남성 기준, 20~24세)도 지난 2011년(30~34세)보다 최대 10년 가까이 빨라졌다.

이렇다 보니 지역소멸 위기가 심각 수준에 직면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시·군·구의 무려 49.6%가 소멸위험 지역(113곳)에 해당한다. 여기에 2046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37.3%를 초과할 거란 예상까지 더해지면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연금과 건강보험 고갈 등의 사회적인 문제마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결과가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인구수에 집중했던 기존의 인구정책이 인구의 규모나 구조 등 인구변화에 따른 적절한 사회경제 시스템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그간 공공기관 이전이나 대도시 중심의 메가시티 등의 추진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예상보다 효과가 크지 않았고, 기관 이전을 겪은 구도심의 경우 오히려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도 나타났다”면서 “메가시티와 같은 정책은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한 전략이기 때문에 지역의 이해관계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어 지역 균형발전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보다 일찍 지방소멸 위기 겪은 일본의 대응책은?

이 같은 인구감소 흐름을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인구감소를 전제로 한 적응전략과 인구감소 추세 완화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보다 일찍 지역소멸 위기를 겪는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오는 2040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약 50%가 소멸할 것이라 진단받은 일본은 2019년부터 수도권인 도쿄권에서 지방으로 이주하거나 지방에서 창업 또는 취업할 경우 현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방에 조 단위 매출을 내는 기업들이 거점을 두도록 유도함으로써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 922곳이 지방에 거점을 마련했으며 지방으로 이주하는 국민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민간이 스스로 나서 지역의 쇠퇴한 인프라에 생기를 불어넣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특히 전국 지자체의 미활용 폐교시설 정보를 집약해 이를 사무실이나 요양 시설, 대학 위성 캠퍼스 등으로 활용하길 원하는 민간기업이나 회복지기관·의료법인 등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폐교를 지역 재생의 기폭제로 삼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해 3월 발표한 ‘폐교시설 등 활용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서 매년 약 450교의 폐교가 생겨나는 상황에서도 전국 폐교 활용률은 무려 64%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지역소멸 위기의 대응은 지역의 인구변화와 지역 여건 파악이 우선이다. 여기에 해당 지역에 적합한 미래 전략 설계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역정부 간 적절한 역할 배분 또한 필요하다. 아울러 지원금 형식의 단순한 지원은 다른 지역의 인구를 빼앗는 단기적인 결과만 가져올 뿐 장기적으론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만큼 기업 유치나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지속적인 해결책 도입도 정책에 반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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