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이 촉발시킨 美-中 고위급 회동, 급변하는 동북아 외교 지형

미국과 중국의 만남, 11월엔 정상회담 성사될 가능성도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양국 관계, 북러 무기 거래 등 현안 나눠 미국과 관계회복 vs 북중러 동맹강화, 중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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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이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사진=채널뉴아시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를 계기로 별도 회동을 가졌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열린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으로 북러 간 무기 거래가 사실상 가시화되며 국제사회에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美 국무장관과 中 부주석 간 회동

18일(현지 시각) 미국 국무부 매튜 밀러 대변인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과 한 부주석은 뉴욕 유엔 총회에서 별도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도발적 행위 등 세계적, 지역적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과 중국, 양측은 미·중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지속적인 소통 창구를 유지하기 위해 최근 진행된 고위급 교류를 바탕으로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외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올 하반기 들어 경색된 양국 관계를 회복하는 데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실제로 블링컨 장관의 6월 방중 일정 이후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이 경제협력 목적으로 연쇄적인 방중 일정을 진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번 회동 이후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이익과 가치를 증진하고 견해차가 있는 분야를 논의하기 위해 외교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며 “양국은 몇 주 안에 있을 후속 고위급 교류를 포함해 개방된 소통라인 유지 약속을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부주석도 “현재 중미 관계는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국제질서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전 세계는 한정적이고 건강한 중미 관계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간 군사적 대화 창구 재개 필요성도 제기

한편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회동이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무기 거래 가능성이 가시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짚었다. 또 북러 정상회담 이후인 16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이틀간 회담을 가진 것도 같은 이유라고 봤다. 실제로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설리번 안보보좌관은 왕 외교부장과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적 대화 창구의 재개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외교부도 회동에서 양국 관계,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문제, 한반도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히는 등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입장차가 있었을 것이라 분석한다. 미국은 중국에 북러 간 무기 거래와 군사적 협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북러 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중국은 북러 양국 관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미국의 대중국 제재 해제 등을 요구했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설명이다.

달라진 동북아 정세에 분주해진 중국

한편 북러 정상회담 이후에 보인 중국의 외교 행보는 다소 분주한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는 이달 미국 고위급과의 두 번에 걸친 회동 이후 18일 제18차 중러 전략안보협의회에 참석했다. 또 오는 10월에는 러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으며, 11월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를 재개해 중국이 동아시아 정세를 본격 관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이번 기회를 미중 관계 개선의 시발점으로 삼을지, 북중러 간 동맹을 강화해 본격적인 미국 견제에 나설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나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한 데 엮이기 싫은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러시아, 미국, 한국, 일본 등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을 보여 중국과 북러는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이 직면한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에 취하던 강 대 강 적대적 전략이 아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관계 안정화를 이루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은 “중국은 북러 정상회담으로 인해 동북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북한의 독자성이 커진 사실이 몹시 언짢은 것”이라며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러 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동북아시아 내 힘의 균형을 유지해 미국을 견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푸틴 대통령도, 북한의 핵 개발도 용인할 수 없는 만큼 북러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미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거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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