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세 수입 ’59조원 부족’ 가용 재원 총동원, 재정사업 정상 추진
2023년 예산 59조1천억원 결손 발생 예상, 전체 예산의 14.7%에 달해 결손 메워 넣는 계획도 부실하다는 지적, 장기채 발행 금액 너무 커 전문가들 “시장 교란 이미 일어나고 있어, 내년 이후에라도 정확도 높여야”
올해 국세 수입이 지난해 예산 편성치보다 무려 59조원이나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월에 결정된 정부 예산은 639조7,276억원, 예상했던 세수는 400조5천억원으로 각각 9.2%, 14.7%에 해당된다.
반도체 업황 침체,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불안, 유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업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이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자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양도소득세 등 자산시장 관련 세수가 급감한 점도 언급됐다.
1년 예산안 중 세수 결손 무려 14.7%
18일 기획재정부는 국세 수입에 대한 재 추계 결과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했던 400조5천억원 대비 59조1천억원 부족한 341조4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예산을 집행하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 올해 책정 예산 대비 쓰이지 않은 금액인 불용예산 등을 동원해 세수 결손을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국세수입 감소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대내외 경제 여건의 급격한 악화로 인한 기업 영업이익 급감, 자산시장 위축 등에 기인한다. 반도체 등 수출 부진으로 인해 기업 영업 이익이 감소해 법인세(-24조원)가 대폭 줄었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양도소득세(-14조8,000억원) 등 자산 관련 세수도 줄어들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세수 오차 발생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들의 경우 2020년은 코로나 충격에 따른 경기 침체로 예상보다 세수가 부족했던 반면, 2021~2022년에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며 대규모 초과 세수를 기록했다. 올해는 글로벌 고물가·고금리 등에 따른 세계 경제 위축 영향 등으로 미국·일본이 다시 큰 폭의 세수 감소에 직면하는 등 주요국들도 당초 전망보다 세수 변동 폭이 확대된 상황이다.
결손 메워 넣을 계획은? 무조건 장기채 발행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정부는 경기, 법인 이익 및 자산 관련 세수 등의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세수 전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개선 방안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다. 우선 국내 전문가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등 민관 합동 세수 추계위원회 운영 방식을 개선해 추계 방법·결과에 대한 면밀한 검증·보완 노력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전문가로부터의 기술적 자문, 해외 사례 검토 등을 통한 세수 추계의 정확도 제고 방안도 함께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세수 추계 관련 국내 최고 전문기관 중 하나인 국회 예산정책처와 협업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민생·경제활력 지원 등 재정사업을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가용재원 등을 활용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세계잉여금(일반회계 등 4조원 내외), 기금 여유 재원(외평기금 등 24조원 내외) 등을 활용해 대응하는 한편, 불가피하게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 등 통상적 불용(2021년 3조7천억원, 2022년 7조9천억원)도 고려해 관리할 예정이다.
관계법상 세수 감소에 연동해 줄어드는 지방교부세·금(23조원 내외)의 경우 행안부·교육부 등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재정안정화기금 등 지자체의 자체재원을 활용해 보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예정된 지역 민생·경제활력 지원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지자체 재원 등을 적극 활용해 재정 집행을 원활하게 추진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장기채 발행 물량 늘어 국채 장기물 연일 하락세, 시장 충격 고려해야
정부는 재정 대응 방향이 면밀히 갖춰진 만큼 민생 및 거시경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 시장 관계자들은 작년 하반기에 올해 예산이 확정되던 시점부터 이미 200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 데다 올해 들어 세수 감소가 눈에 띄면서 장기채 발행이 추가로 예상됐던 만큼, 금융시장에서 이를 예상하고 금리에 선반영한 점을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부가 재정 팽창 정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는 탓에 한국은행이 통화 긴축정책을 취해도 정책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다, 정부 개입에 장기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시장 관리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한 금융시장 전문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국채 발행 물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장기채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정책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언급을 내놨다. 다만 “세수 차이가 예상치와 너무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내년 이후 예산안 책정에는 오차를 줄일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며 “매년 격차가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에서는 정부의 국채 발행 물량을 예측할 수 없어 채권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장기채 금리를 끌어올릴 경우, 민간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포기하고 은행 대출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며 “국채 발행이 은행들을 살찌우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