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지분 취득’ 새로운 반값 아파트의 등장, 제도 안착 위해선?
GH, 광교신도시 지분적립형 공공주택 도입 “내 집 마련 부담 최소화” 2020년 서울시 제안으로 법적 근거 마련, 추진 급물살 정부·금융 당국, 초장기 모기지와 연계 모색
경기도에 분양가의 10~25%를 내고 아파트에 입주한 후 나머지는 최대 30년 동안 분납하는 방식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도입된다. 지난 4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현재 조성 중인 광교신도시 내 A17 블록(과거 법원 및 검찰청 부지)에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시범사업 후 정책효과 등을 검토해 분양주택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초기 투자금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도입의 배경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등장을 꼽았다. 50년 만기 주담대의 가입자가 급증하며 부동산 금융 시장의 유동성 확대를 우려한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연내 타당성 검토, 2028년 후분양”
GH는 이날 전용면적 60㎡ 이하 공공분양주택에 대해 수분양자가 분양가의 10~25%에 해당하는 최초 지분 취득 후 거주하면서 최대 30년에 걸쳐 4년마다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첫 적용 대상은 광교신도시 내 A17 블록(옛 법원·검찰청 부지) 600가구 중 240가구로, 2025년 하반기 착공해 2028년 후분양으로 공급한다. 나머지 360가구는 일반분양이 예정돼 있다. 해당 사업은 연내 타당성 검토를 거쳐 내년 경기도의회 신규 투자사업 의결안 상정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지분적립형 가운데 특별공급은 40~50%, 나머지 50~60%은 일반공급 예정이며, 의무 거주기간은 5년, 전매제한기간은 10년이다. 전매제한기간이 종료하면 제3자에게 매매가 가능하며, 매매 시점에 GH의 지분이 남아있다면 지분 비율로 GH와 수분양자가 차익을 배분한다. 만약 전매제한기간 종료 전 국외 체류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GH에 환매할 수도 있다.
김세용 GH 사장은 “무주택자이면서 성실하게 직장에 다니고 있는 도민이라면 누구나 내 집 마련이 가능하고 자산 형성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시범사업 후 정책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GH가 시행사로 참여 중인 3기 신도시 등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기 비용 낮춰 입주 부담 최소화, 일정 기간 경과 후엔 ‘전매 가능’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등장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8·4 대책’으로 불리는 2020년 8월 4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시는 지분적립형 주택공급의 도입을 적극 제안했다. 예를 들어 분양가 5억원의 아파트를 구매한다면, 입주 전 분양가의 25%인 1억2,500만원을 낸 후 75%에 해당하는 3억7,500만원은 4년마다 나눠 내며 주택 지분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소득은 있으나 자산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안정적인 내 집 마련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이듬해 6월 지분적립형 분양 주택의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같은 해 8월부터는 해당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은 사업자가 주택 공급 가격 등을 고려해 20년 또는 30년 중에서 지분 적립 기간을 선택하도록 했다. 매 회차 내는 지분 취득 가격은 최초 분양가에 지분 취득 시까지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를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무엇보다 적은 초기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특징으로 주목받았다. 기존의 공공분양은 입주 시 잔금을 한꺼번에 지불해야 하는 탓에 목돈 마련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반면, 지분적립형 주택은 자산이 부족하더라도 꾸준한 소득이 예정돼 있다면 그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토지임대부 주택과의 차이점으로는 건물만 소유할 수 있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달리 지분적립형 주택은 건물을 모두 소유할 수 있고, 공공기관에만 환매가 가능한 토지임대부와 달리 전매제한기간만 끝나면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공급 물량 확보로 신뢰성 구축이 관건”
정부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도입 취지를 살리는 동시에 제도의 시장 안착을 위해 초장기 모기지 연계 등을 검토 중이다. 초장기 모기지는 과거 30년이 최장이었던 정책모기지의 만기를 10년 연장해 매월 갚는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금융 상품으로 연 2~3%대의 저렴한 금리가 특징이며, 대상은 만 39세 이하 청년과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다. 금융당국은 국토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지분적립형 분양주택과 초장기 모기지 연계의 세부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50년 만기 초장기 주담대 상품들이 가계부채 누증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이 부동산 금융 시장의 혼란을 막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내 집 마련 수단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안정적인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등 신뢰성만 담보된다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