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줄폐업’에 ‘저출산 역순환 그래프’ 우려↑, “인구 감소 위기 가시화됐단 방증”
저출산 심화에 산후조리원도 ‘급감’, “대책 마련 시급” 공공산후조리원 확충에 ‘지역별 온도차’ 극심, 왜? “산후조리원 불균형 문제 심각, 균형 잡힌 정책 이어가야”
올해 2분기 출생아 수가 크게 줄면서 합계출산율이 2분기 기준 0.7명까지 낮아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5년 사이 경기지역에서 산후조리원이 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저하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경영난까지 심화하자 폐업이 속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후조리원 숫자 감소세, 출산율 감소 우려↑
7일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도내 산후조리원 수는 공공산후조리원 2곳을 포함, 24개 시군에 144곳이다. 작년 대비 공공산후조리원은 1곳이 늘었고 민간산후조리원은 4곳이 없어지며 총 3곳이 줄었다. 5년 전인 2018년 6월(25개 시군, 172곳)과 비교하면 무려 28곳(16.3%)이 줄어든 셈이다. 시군별로는 5년 사이 용인, 성남, 고양 등에서 조리원이 많이 감소했다. 용인은 20곳에서 13곳으로 7곳 줄었고, 성남은 6곳, 고양은 5곳이 사라졌다. 반면 산후조리원이 증가한 시군은 신도시가 들어선 파주(4→5곳), 하남(1→4곳) 등 2곳뿐이다. 특히 도내 31개 시군 중 7개 시군에는 산후조리원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후조리원 숫자는 감소했으나 요금은 5년 전과 비교해 30% 넘게 올랐다. 도내 산후조리원의 일반실 평균 이용요금(2주 기준)은 325만원으로, 5년 전인 2018년 6월 246만원과 비교하면 79만원(32%) 상승했다. 시군별 평균 이용 요금은 파주 422만원, 김포 384만원, 성남 369만원 등의 순으로 높았다. 도내 산후조리원의 특실 평균 이용요금은 429만원으로, 가장 비싼 특실은 고양시 M산후조리원 1,700만원으로 파악됐다. 이용료 부담 증가에 따라 출산율 저하에 일부 영향이 가지 않을지 우려되는 지점이다.
앞으로 출생아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산후조리원 수요도 덩달아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0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5명 줄었다. 지난해 4분기(0.702명)보다 소폭 낮아져 이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다시 썼다. 2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은 2012년(1.26명) 정점을 찍고 이후 꾸준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지역만 놓고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출생아 수는 3만6,153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2,631명(6.8%) 감소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지난해 4분기와 같지만 지난해 동기 대비 0.06명 감소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공산후조리원 늘리겠단 경기도, “비현실적 vs 유의미”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지난 1월 도내 31곳 전역에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나섰다. 경기도에 따르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후보 공약으로 도내 31개 시·군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를 내세운 바 있다. 김 지사는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진행된 첫 도의회 도정연설에서도 이를 언급하며 의지를 보였다. 공공산후조리원 증설을 통해 출산 후 부담을 낮추겠단 취지였으나, 출산율 저하 현상이 지속되면서 기존 산후조리원조차 문을 닫는 상황에서 공공산후조리원만 늘린다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쏟아졌다.
실제로 경기도와 함께 합을 맞춰야 할 일선 시·군들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탓에 도 전역의 산후조리원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공산후조리원을 늘리기 위해선 시·군 차원에서 공공산후조리원에 맞는 약 200평 이상의 건물과 운영기관, 인력을 갖춰야 한다는 부담을 져야 한다. 이에 더해 낮은 출산율로 인한 미래 수요 부족도 고려해야 한다. 예산을 쉽사리 반영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일각에선 공공산후조리원 증설 자체가 어긋난 정책적 시도는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서울 시내 집값 상승 여파로 인해 수도권 등지로 거처를 옮기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사전에 공공산후조리원을 늘리는 게 신혼부부들을 끌어들이는 데 긍정적인 유인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자체들 사이에서도 출산 및 육아 관련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는 공공산후조리원 조성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주지 주변에 산후조리원이 없어 출산 후 인근 도시로 ‘원정 산후조리’에 나서야 했던 산모들의 불편을 덜어 주고, 각 지역이 직면한 인구감소 위기를 극복한다는 취지가 명확히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산후조리원 의무화 법안 발의, “출생률 증가에 유의미할 것”
한편 지난 2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구 30만 미만인 지자체에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를 의무화하고 국가가 공공산후조리원 설치·운영에 필요한 재정·행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산후조리원 477곳 중 민간산후조리원은 전체 산후조리원의 97%(466곳)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공공산후조리원은 3%(16곳)에 그쳤다. 이를 바탕으로 최 의원은 “산후조리원은 산모의 78.1%가 선호할 정도로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은 만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라며 공공산후조리원 지원을 통한 출생률 증가 유인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역별 산후조리 시설의 불균형 문제는 매우 심각했다. 최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산후조리원 477개소 중 절반 이상이 서울(116곳)과 경기도(147곳)에 집중됐으며,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49%에 해당하는 98개 지자체에는 산후조리원이 단 한 곳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공공산후조리원 16개소 중 13개소(울산 북구, 경기 여주, 강원 삼척·양구·철원·화천, 충남 홍성, 전남 나주·강진·완도·해남, 경북 울진, 경남 밀양)는 민간산후조리원이 단 한 곳도 없었던 출산 취약지역에 설치돼 산후조리에 대한 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 의원은 “본 의원이 거주 중인 안성시의 경우 안성시 내에 산후조리원이 없어서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거나 원정 산후조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이렇게 원정 산후조리를 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가 전국에 100여 곳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인프라가 좋은 대도시보다는 인구 규모가 작은 지자체에 값싸고 질 좋은 공공산후조리원을 확대하여 출산에 대한 공적 책임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