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트리플 트랜지션’ 시대 ② 美-中 ‘디지털 경쟁’ 심화

트리플 트랜지션 양상 속 ‘미중 간 경쟁’ 가속화 개발도상국 지원 경쟁↑, “누구 영향력이 더 큰가” 동맹 강화하는 美, 글로벌 리더십 공고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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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급격한 세계 질서의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가 ‘디지털 전환, 녹색 전환, 국제질서 전환’ 등 3중의 통합적 전략인 설계를 구상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는 국회의 조언이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미래연)은 ‘국가미래전략 insight 제77호 트리플 트랜지션(Triple Transition)-디지털 전환, 녹색 전환, 그리고 국제질서 전환’을 발간해 트리플 트랜지션(triple transition) 양상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디지털 경제, 글로벌 주요 동력으로 ‘급부상’

최근 디지털 경제는 글로벌 경제구조를 재편하고 글로벌 경쟁패턴을 변화시키는 주요한 동력이 되고 있으며, 더불어 디지털 전환은 포스트 팬데믹 경제회복의 중요한 방향으로서 국가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현재 디지털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전환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디지털 전환의 기회와 디지털 전환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을 인식한 전 세계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정책 의제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중 절반이 여러 경제 부문을 포괄하는 디지털 전략을 채택했다.

이 같은 시기에 중국이 디지털 전환 부문에 급부상을 이루면서 미래 글로벌 리더십 경쟁의 주요한 패턴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중국정보통신기술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최초로 5조 위안(약 912조원)를 넘으며 전년 대비 10.3%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 GDP에서 디지털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1.5%에 달했다. 중국은 지난달 16일 자국에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강조하거나 지난달 말 기준 총 293만7,000여 개의 5G 기지국과 21억2,000만 명의 사물인터넷(IoT) 단말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등 자국의 디지털 전환 경쟁력을 극히 강조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디지털 전환 시대의 주요 경쟁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래연은 “미국은 중국 디지털 인프라의 지리적 범위와 글로벌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둘러싼 새로운 라운드의 글로벌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디지털 전환 협력, 개발도상국에 대한 디지털 지원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 상호연결’ 중시하는 中, 영향권 확대 나섰다

한편 중국은 지난 6월 152개 국가 및 32개 국제기구와 함께 ‘일대일로 공동건설’에 관한 200개 이상의 협력문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시진핑 주석이 ‘디지털 실크로드’를 공식 제안한 이후 중국은 17개국과 ‘디지털 실크로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3개국과 ‘실크로드 전자상거래’ 양자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또 초국경 지상 케이블 34개와 다수의 국제 해저 케이블을 건설하는 등 일대일로 연선국가 및 지역과 디지털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화의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일대일로 구상에서 디지털 상호 연결을 중요한 방향으로 가닥 잡았다. 그러면서 디지털 인프라 기반을 연결하는 ‘하드연결’과 디지털 규범 표준을 연결하는 ‘소프트연결’, 그리고 디지털 문명의 상호학습을 이어주는 ‘마음연결 등 분야에서 디지털 일대일로를 구축해 가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개발도상국에 저렴한 디지털 인프라를 제공하고 디지털 전환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디지털 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 또한 자국 영향권 확대를 위한 중국 중심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은 ‘디지털 공간의 운명공동체구축 구상’, ‘일대일로 디지털경제 국제협력구상’ 등 더 많은 국가들이 디지털 실크로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양자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은 중국-아세안 디지털 경제 협력 동반자관계 구상, 중국-아랍디지털안보협력구상, 중-아프리카디지털혁신동반자계획 등 다자메커니즘을 통한 디지털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BRICS 제조 디지털 변환 협력 이니셔티브’, ‘상하이 협력기구 디지털기술 플랫폼업무위원회’ 등을 구축하고 디지털기술 플랫폼의 연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차이나텔레콤의 글로벌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현황/출처=국회미래연구원

中 억제 나선 美, 본격 ‘전환 경쟁’ 시작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며 동맹국 간의 디지털 전환 외교 확대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아울러 유럽 등 동맹국들과 함께 글로벌 디지털 전환 외교를 적극 확대 강화하면서 글로벌 디지털 전환 과정의 미국의 리더십과 영향력, 경제적 연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지원하면서 글로벌 디지털 전환 과정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게 미래연의 분석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지난해 5월 EU와 함께한 ‘TTC 2차 각료회담’에서 반도체 공급망, 정보통신기술 공급 협력 등을 강조하고 국제표준화 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 표준 정보 메커니즘을 발족했다. 미국이 제시한 메커니즘의 주요 특징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같은 국제기관에 대해 글로벌 표준 형성에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단 점이다.

이외 미국은 케냐의 ‘2022-2032 국가 디지털 마스터플랜’ 이행 지원 등 제3국 지원 협력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협력을 위해 ‘AI 로드맵’을 공동으로 발행하고 여타 파트너 국가에 도움이 될 만한 인공지능 및 컴퓨팅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모으는 등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또한 개발도상국 디지털 전환 지원을 통해 중국과의 영향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4월 미국은 ‘무역동맹을 위한 아프리카 기술’을 공식 발족,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무역을 촉진하고 법, 규범, 물류 병목 현상을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고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기 위한 외교력 제고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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