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비율 15%, 일본만 피해간 전 세계 ‘업무 유연화’ 흐름

일본 재택근무→출근, 회사원 절반 “회사가 출근하라고 해서” 텔레워크 만족도 86% 달하는데도 출근 고집하는 일본 기업들 인구 분산 효과 기대하며 ‘업무 유연화’ 장려하는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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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에 해당하는 ‘텔레워크’ 실시 비율이 일본에서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와 함께 기업들이 직원들의 출근을 적극 장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다양하고 유연한 근무 형태 정착’을 외치고 있어 시스템의 안착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월 재택근무자 약 15%, 3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

지난달 31일 한국은행 국외사무소(동경)는 이같은 내용의 ‘최근 일본의 텔레워크 실시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일본의 텔레워크 실시 비율은 15.5%로 1월(16.8%)과 비교했을 때 1.3%p 하락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2020년 5월(31.5%)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재택근무를 종료한 사람들 가운데는 49%의 응답자는 ‘회사가 재택근무 종료 및 사무실 출근을 요구해서’라고 답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실시 비율이 크게 줄었다(1월 34.0%→7월 22.7%). 이는 지난 5월 8일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의 감염증법상 분류를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5류로 낮춘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출근 일수가 ‘주 0회’라고 답한 응답은 14.1%로 1월(25.4%)에 비해 크게 하락한 반면, ‘주 1~2회’라고 답한 응답자는 24.3%에서 37.1%로 급증했다.

일본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도쿄도의 텔레워크 실시율은 7월 45.2%로, 올해 3월 이후 꾸준히 50%를 밑돌고 있다. 다만 도쿄도는 IT 관련업 등 텔레워크에 적합한 업종이 밀집해 있는 데다 통근 시간도 타지역에 비해 길어 텔레워크 실시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근로자들의 텔레워크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생산성본부 조사에서는 텔레워크에 만족한다고 답한 근로자가 86.6%(만족 44.0%, 대체로 만족 42.6%)에 달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텔레워크 실시로 업무 효율성이 증가했다는 응답도 71.6%(증가 22.7%, 약간 증가 48.9%)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초창기인 2020년 상반기에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텔레워크를 실시하면서 각종 장비의 부족과 원격 소통의 한계에 어려움을 겪는 등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차지한 바 있다.

텔레워크 적극 장려 日 정부, ‘팬데믹 한정’ 성과 거둬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생산 인구가 줄어들고 간병, 육아 등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인구가 급증한다는 판단하에 2016년부터 ‘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을 추진해 왔다. △소속 기업 외 부업·겸업 촉진 △휴일 및 휴가제도 유연화 △전근제도 폐지·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해당 개혁안은 다양하고 유연한 근무형태의 일환으로 텔레워크를 적극 장려했다. 그리고 2020년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 팬데믹은 텔레워커의 비율을 5년마다 두 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목표를 크게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

닛세이기초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내 텔레워크 실시 비율은 팬데믹 이후 정부가 제시한 기준의 96%(거주지 기준)까지 치솟았다. 텔레워크 실시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텔레워크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원격 근무가 하나의 근무 형태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내각부는 ‘다양하고 유연한 근로방식 추진을 위한기업의 대응에 관한 조사’에 나서는 등 정부 차원의 점검과 보완이 이어졌다.

안정적 환경 조성-업무 효율성 개선은 과제

일본 정부의 청사진인 텔레워크 시스템 안착을 위한 과제도 주어졌다. 먼저 업무환경 조성을 위한 과제로는 Wi-Fi 등 안정적인 통신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38,8%로 가장 많았으며(복수응답 가능), 이어 공간·책상 등 물리적 환경(37.6%), 보안문서 취급 문제 해결(27.1%), 원격 회의 등 편의성 개선(25.3%), 정보보안 대책(25.3%) 등 순을 보였다.

고용주의 입장에서 노무관리를 위한 과제로는 업무성과 평가가 31.2%로 가장 많았고, 업무 자세 평가(25.9%), 출근자와의 평가 공정성(25.3%)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지난 5월 니쿄텐생활연구소의 조사에서는 일본 내 기업들 대다수가 텔레워크 실시로 커뮤니케이션 부족에 따른 생산성 하락, 근로자의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 제산, 텔레워크가 어려운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불만 증가 등 각종 부작용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과거 2009년 신형인플루엔자 확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을 이유로 재택근무를 활용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 비상 상황 종료와 동시에 출근 위주의 이전 근무 형태로 돌아갔다. 통신을 비롯한 각종 물리적 조건이 열악한 것은 물론, 근로자들 가운데는 원격 시스템에 거부감을 보이는 5·60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적극 지원-대기업 주도 업무 유연화, 유독 일본에서만 ‘과거 회귀’

하지만 이제 재택근무 등 ‘업무의 유연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예다. 2018년 일찍이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며 업무의 유연화에 앞장선 삼성전자는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를 적극 장려하기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된 지난해 10월에는 유연근무 공간 ‘딜라이트(d’light)’를 마련해 직원들의 출근 부담은 줄이면서 업무 효율은 높이는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딜라이트를 이용한 직원들은 출근 여부가 자유롭고 재택근무와 유사하게 단독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으며, 온라인 소통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업무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일부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업무 만족도 향상에 힘쓰는 대다수 기업이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혼합하는 등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도입하며 업무 유연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수도권에 기업이 밀집한 국가에서는 인구 분산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재택근무 장려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유독 여러 차례의 재택근무 확산 시도에도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반복했던 일본에서 텔레워크가 새로운 근무 형태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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